여유로움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보기 힘든 현대사회에서 ‘옛 전통’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는 조상의 느긋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에서 5분 거리. 높게 뻗은 빌딩 숲 사이에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한국의 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심 속 숨은 명소, 한옥마을을 찾아가 우리의 옛 숨결을 느껴보자.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한옥을 품은 웅장한 넓은 길이 펼쳐진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붙은 전통공예관 돌담 너머로 한국 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전통 공예관은 무형문화재의 작품전시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침 ‘2011년 토끼와 함께하는 풍속 민화전’이 열려 18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화장 고안 김만희, 전수교육 조교 아록 정귀자 화백의 풍속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공동 우물, 물동이 인 아낙네, 새우젓 장사 등 투박하고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그림체는 우리 옛 조상들의 따스함과 친근한 모습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고 있었다.

 전통공예관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자리잡은 한옥 다섯 채는 서울시내에 위치해 있던 서울시 민속자료를 이전, 복원하였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과 같이 가옥의 명칭을 이전하기 전 서울주소지와 함께 당시 집주인의 신분과 성명을 그대로 붙여 부르고 있다. 따라서 가옥들을 둘러보면 집주인의 당시 신분에 따라 가옥의 규모와 가구구성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소박한 생필용품부터 화려한 장식품까지 전통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가옥 안채에서 당시 선조들의 기품과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도심 속에 위치한 한국의 예스럽고 고고한 멋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전통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끼고 한옥마을을 나설 때 즈음이면 누구나 아쉬움에 카메라를 들고 뒤를 돌아 셔터를 누를 것이다. 민족의 명절 구정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 연인, 친구끼리 한옥마을의 전통을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기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