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지칭하는 말 중 ‘우골탑’이라는 단어가 있다. 소의 뼈를 쌓아 올린 탑이라는 뜻으로, 과거 가난했던 시절 농가에서 소를 팔아 자식의 학비를 냈던 시대에 생겨난 말이다. 지금처럼 농기계 보급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대에서 소를 파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 현재는 농사짓는 가구가 많이 줄어들어 이 이야기는 과거의 일로만 생각될지 모르지만,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지금까지도 등록금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물론 대학들도 학생들의 어려운 형편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은 왜 등록금 인상을 놓고 매년 학생들과 논쟁을 벌이는 것일까.

고려대·동국대 등 주요 사립대 등록금 인상…서울대, 연세대는 동결

 올 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대학에 등록금 3% 미만 인상을 권고했다. 또한 교과부가 추진하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기준에서 등록금 지표 비중을 5%에서 10%로 확대했다. 이 사업을 통해서 올해에는 총 89곳의 대학에 3,020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이 사업에서 올해 등록금을 3% 이상 인상한 대학들은 3% 미만으로 인상한 대학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교과부의 이러한 압력에도 불과하고 수도권 주요 사립대 상당수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건국대(4.7%), 세종대(4.5%), 성균관대(3.0%), 경희대(3.0%), 고려대(2.9%) 동국대(2.8%) 등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러한 추세는 대다수가 최근 1~2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적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들도 많다.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은 등록금을 동결했다. 등록금 동결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이 대학들도 매해 오르는 물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등록금 인상률이 높다고 대학을 비난하기에는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이번 해에 높은 인상률을 보인 건국대(4.7%)나 세종대(4.5%) 등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들이다. 이에 비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 중 연세대나 이화여대는 등록금 총액으로는 최상위 대학에 속한다. 이미 등록금이 높은 대학들은 교과부가 이번에 제시한 3% 미만으로 등록금을 인상해도 그 증가액수가 크지만, 등록금이 비교적 낮은 대학들은 등록금을 3% 이상 올려도 증가액이 미미한 경우가 있다. 때문에 등록금 총액이 낮은 대학이 3% 이상 등록금을 인상해 교과부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OECD 국가에서의 대학 평균 등록금 의존율은 25%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3배인 75%에 달한다. 이 차이는 대학의 재정수입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외국 대학들의 경우, 학생 부담률이 25%정도인 대신 정부기금이나 기부금 등의 다른 수입 비중이 크다. 하지만 국내 대학은 정부의 지원 등 등록금 외의 재정 수입이 부족한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교육예산 중 대학지원을 위한 예산이 20%에 달하나 우리나라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듯 등록금은 국내 대학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매년 학교와 학생은 등록금 인상과 동결을 놓고 논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학교, “물가상승률과 재학생 결원이 가장 큰 이유”
총학, “앞으로 교육환경과 복지 개선에 더욱 힘쓰겠다”

 등록금을 동결하던 대학가의 추세와,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교는 2009년과 2010년 지난 2년에 걸쳐 등록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이번 해에는 등록금을 2.8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본교와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지난 1월 11일 1차 등록금 협상 회의를 시작해 24일 총 9차에 걸쳐 회의를 끝마쳤다. 학교와 총학간 등록금 협상회의는 학교측 대표 3명과 학생측 대표 3명, 외부위원 2명이 참석한 본 회의에서는 등록금을 2.8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학교측은 지난 2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등록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이번년도에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해에도 등록금을 동결한다면 예산수입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올 해 편입으로 인한 재학생 수의 감소로 수입이 감소해, 부득이하게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총학생회장 김규환(산업정보시스템공학·4)은 등록금 동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학교측이 제시한 인상요인을 반대할만한 명분이 부족했다고 전하며 “등록금 인상이 결정된 만큼 학우들이 학교발전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조건 비난? NO!
무조건 수용? NO!

 학생들은 학교측에 기존의 시설이나 교육환경에 불만을 갖고 개선을 바라지만 이에 대한 재원인 등록금 인상은 반대한다. 반면, 학교측은 교육의 질이나 환경을 개선하려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편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인 등록금넷(http://edufree.tistory.com/)이 전국 52개 대학, 총 1,6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2.6%가 교육환경에 비해 등록금이 비싸다고 답했다.

 대학의 계속적인 등록금 동결은 전임교수 임용 억제, 개설 강좌수의 축소 혹은 폐지 등 교육의 질의 감소를 유발 우려가 있다. 반면, 학교측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해서 이를 무조건 비난하거나 수용하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 학교측은 내·외적으로 개선된 점을 학생들에게 공시해 학생들이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게 해야 하고, 학생측은 학교측이 정당한 명분을 가지고 등록금 인상을 하는 지, 그리고 등록금이 투명하고 현명하게 쓰여지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또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을 학교에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취할 필요가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467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대학생 1명 당 평균 993만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등록금 문제가 더 이상 학교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회 진출 이전부터 대학생들이 빚더미에 시달리는 현재 상황은 사회적 문제이고 모두가 지켜봐야 하는 논쟁인 것이다.

 노환철 기자 shghkscj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