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니들이 자랄 때가 좋았어야. 머리에 수건을 고쳐 쓸 틈조차 없었어도 니들이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숟가락 부딪치며 밥 먹고 있는 거 보믄 세상에서 부러울 게 뭬 있냐 싶었재‥·’ 항상 자식을 위해 희생하셨던 어머니.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전화조차 자주 드리지 못했던 자식들. 고된 삶 속을 살아오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자식들이 어머니를 찾기 시작하며 시작되는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어머니’란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한 순간에 아내를 잃어버린 아버지와 도시 생활이 바빠 어머니께 줄곧 연락드리지 못했던 큰아들과 딸 등 몇몇 가족 구성원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면서, 자식들은 그간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해왔던 희생과 가족들을 향한 사랑을 가슴 깊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길을 잃고 헤매고 계셨을 그 순간에도 일에만 몰두해 있었던 자신들과 항상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식들은 그간 자신들이 어머니에게 너무나 소원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특히 큰아들을 위해 밤늦게 한걸음에 상경하신 어머니의 얼어붙은 손은 독자의 눈시울을 적시는 대목이다. 그리고 머리가 깨져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행여나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싶어 병원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며 ‘괜찮다’고 일관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만든다. 또, 어머니를 잃어버린 후 어머니가 수년간 가족 몰래 고아원에서 봉사와 기부를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살아왔을 뿐 아니라 남에게도 항상 베푸는 삶을 살아오셨음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이 책은, 삭막한 도시사회를 살아가며 부모님을 등한시하는 우리의 현재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서로 싸우는 자식들, 단지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자식들, 아무런 가책 없이 부모를 내버리는 자식들에게 부모님이 주셨던 무한한 사랑을 다시 한 번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현재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즉,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금전적인 것도 그 어떤 것도 아닌 따뜻한 안부전화 한 통임을 느끼게 해준다.

한편 이렇게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엄마를 부탁해’는 최근 미국 번역본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면서 매우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가치관이나 취향이 다른 타국에서 우리나라 소설이 이토록 큰 인기를 끈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인기의 이유로는 살아온 배경은 다를지라도 전 민족의 공통된 정서라 볼 수 있는 ‘모성’에 대해 가장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였기 때문이고, 또 매 순간순간의 장면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표현한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도 이런 국제적인 인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정현 예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