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쿵쾅…’ 여기저기서 쇠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분주한 듯 보이는 철공소 장인들 뿐, 예술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제대로 찾아 온 것이 맞나하는 당혹감이 눈덩이만큼 불어날 때 쯤, 바삐 손수레를 끌며 지나가는 아저씨를 붙잡고 물어봤다. “문래예술창작촌? 제대로 찾았네. 그런데 내 생각에 여기는 보다시피 그저 ‘체험, 삶의 현장’과 같은 곳이야”라며 가던 발걸음을 바삐 재촉했다. 목적지에 제대로 찾아 왔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어느덧 귀에 익숙해진 작업 소리를 들으며 철공소 거리의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 예술의 채취를 좇기 위한 보물찾기를 시작했다.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기준 작업 공간 100여 곳에 170여 명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시각예술 장르를 비롯한 공연예술, 문화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작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곳에 입주가 자유로운 탓에 집계되지 않는 예술가들을 포함한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2호선 영등포역 7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여 분 걷다보면, 서울시가 후원하는 ‘문래예술창작촌(村)’의 도입부에 위치한 인포메이션 부스가 나온다.

 낮에는 철공소 장인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솟구치고, 밤에는 예술가들의 불타는 창작열이 공존하는 도심 속의 이색마을이다. 쇳가루와 굉음을 쏟아내는 공장과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이곳만의 매력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쉽게 빠져들 모양새다.

▲문래예술창작촌은 중소 철공소들이 모여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 3가를 중심으로 2003년부터 형성되었다. 2000년대 들어 공장 이전 정책과 재개발로 인해 단지 내 업체들이 옮겨가자 홍대, 대학로 등 각지에서 예술가들이 창작 의지를 안고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하여 빈 철공소 공간에 작업실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이다.

▲철공소 거리의 골목 구석구석을 돌며 살피다 보면 언뜻 보기에도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 온통 까만 그을음으로 얼룩져 있는 벽들 사이로 이를 도화지 삼아 그려진 눈을 즐겁게 해주는 벽화들이 보이기도 한다.

▲또 골목 사이를 걷다가 발길을 붙잡는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공소가 아닌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한편, 문래예술창작촌 길 맞은편의 문래동 철공소 거리의 옛 철재상가 자리에 문래예술창작촌의 활성화와 서포터즈 역할을 하기 위한 문래예술공장이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자생적 예술마을인 문래예술창작촌을 포함하여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지원센터로 지난 해 1월 28일 개관했다.

    대부분의 작업실은 낮 시간의 소음을 피해 밤에 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에 아쉽게도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그 대신 예술가들의 개성을 나름대로 표현한 건물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계단, 간판 등을 보며 그들만의 세계를 구경할 수 있었다.
 문래예술창작촌을 돌아보고 나오니 마치 숨은 그림찾기를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철공소 공간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공간에 알게 모르게 꼭꼭 숨어있으면서도 버젓이 자리잡아 빛을 발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채취, 그리고 예술의 흔적을.
  국내외 예술교류의 플랫폼이자 새로운 예술의 발신지로서 역할을 해나갈 문래예술공장. 문래예술창작촌에 망망대해를 항해할 든든한 돛을 달아줬으면 한다. 

임수진 기자 sj8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