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열사병

 봄과 가을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 두꺼운 옷을 이제 벗나 싶더니 곧바로 반팔 옷을 입어야 하고, 쌀쌀하다 싶어서 겉옷이나 걸치려고 했더니 금새 옷장 속의 코트를 꺼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고, 겨울은 더 춥고, 여름은 더 덥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이라고 그냥 시원한 그늘에서 놀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땡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마라톤 선수도 있고, 건물을 지어야 하는 건설 노동자도 있고,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곳에서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공장 노동자도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소방관 역시 마찬가지다.

 더운 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수분과 나트륨(땀의 성분)의 보충 없이 계속 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열사병을 낱낱이 파헤쳐 보았다. 

 ■ 열사병이란?

 과도한 고온에 노출되거나, 더운 환경에서 육체활동을 하면 신체의 열 발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되면서 발생하는 신체 이상을 말한다. 섭씨 40℃ 이상으로 ※심부체온이 올라가면 뇌가 체온조절 능력을 잃어버려 뇌와 간, 신장 등 주요기관의 세포가 파괴되는 등의 손상이 일어난다. 또한 땀이 나지 않을 수 있고 중추신경계 기능에도 이상이 나타난다.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매우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병이다.

 ※심부체온 : 두개골, 흉곽, 복강과 같은 인체의 심부조직 온도이며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고막이나 직장에서, 또는 식도나 폐동맥, 방광에서 침습적으로 측정한다. 때문에 피부에서 재는 표면체온보다 더 정확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 왜 생길까?

 과도한 고온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거나 더운 상태에서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지속할 때 ※시상하부의 체온 유지 중추가 그 기능을 잃게 되면 열사병으로 진행된다.

 만일 인체가 고온 환경에 노출된다면 시상하부 온도 조절장치가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해 땀을 내보내고, 피부의 모세혈관을 확장해 열 생산을 줄이고, 심박출량과 호흡 증가 등을 통해 열을 몸 밖으로 발산시켜 체온을 정상적 범위 안에 유지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용이 오랜 시간 지속되거나 한계를 벗어나면 시상하부의 온도조절 중추가 기능을 잃게 되어 체온을 외부로 발산하지 못한다. 따라서 중추신경, 근육, 간, 신장 등의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상하부 : 뇌 안에서 항상성의 유지에 관여하며, 자율신경계통, 내분비계통 등과 관련되는 부위다.

 ■ 열사병에 걸리면?

 열사병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에게는 그 전에 약간의 증상이 보이기도 하는데, 무력감과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두통, 졸림, 근육 경련, 운동 실조, 신경질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열사병은 40.5℃ 이상의 고열과 의식 장애, 피부 건조 등의 증상을 보인다.

 열사병 초기에는 헛소리나 혼수상태, 괴상한 행동이나 환각 상태, 근육 경직과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중심을 잡지 못해 몸을 똑바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는 증상이 초기에 많이 나타난다.

 땀이 나는 기능이 소실되어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지는 예가 흔하지만 더러 땀이 나는 경우도 있다. 열사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다양한 부위의 출혈(혈변, 혈뇨, 멍)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부체온이 높으면 간 세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열사병이 발생한 지 24~72시간 뒤에는 ※황달이 관찰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신장에도 영향을 미쳐 소변량이 줄어들고,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황달 : 간이 좋지 못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혈색소와 같은 특수 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색소가 몸에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쌓여 눈의 흰자위나 피부, 점막 등에 노랗게 착색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색소는 보통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쳐 배설된다. 결국 황달은 간 기능 부전으로 해독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셈이다.

 ■ 열사병의 치료

 가장 중요하고도 최우선적 처치가 냉각 요법이다. 환자의 체온을 최대한 서둘러 낮춰야 예후가 나아질 수 있다.

 우선 환자를 태양빛이 내리쬐거나 열이 발생하는 곳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 그 뒤에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면서 옷을 벗기고 젖은 수건이나 시트로 몸을 감싼다. 얼음물에 환자를 직접 담그거나 선풍기를 틀어놓고 미지근한 물을 분무해 환자의 체온을 재빨리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

 의료기관 안에서는 위, 방광, 직장 등을 차가운 식염수로 세척해 심부 체온을 낮추기도 한다. 또한 열사병이 진행되면 저혈압, 부정맥, 신장기능 장애, 간기능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치료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 열사병과 비슷하지만 다른 질병들

 ☞열실신 : 더운 환경에 오래 있으면 체온이 올라가 피부로 가는 혈액량이 많아진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뇌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해져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발한 등이 동반된다. 심한 상태가 아니므로 환자를 안정시키고 수분을 보충하면 괜찮아진다.

 ☞열경련 : 일종의 근육경련으로 높은 온도에서 과도하게 힘을 쓰거나 땀을 많이 흘려 탈수증에 빠지며 발생한다. 피부에 땀이 난다는 것은 수분과 나트륨이 함께 체내에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이때 수분 증발에 필요한 열을 체온에서도 빼앗김으로써 체온 조절을 하려는 것이 발한이다.

 열경련 환자의 경우 손가락과 팔다리 혹은 복부 근육에서 주로 경련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정신은 멀쩡한데 힘이 없다고 느끼고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체온은 정상이거나 약간 높은 수준에 그친다.

 열경련 환자는 우선 그늘진 곳으로 옮긴 후 식염수(없으면 3.8ℓ의 물에 네 티스푼 분량의 소금)나 전해질과 수분을 보충하는 스포츠 음료 등을 마시게 한다. 그냥 소금을 먹여서는 안된다.

 ☞열탈진 : 열탈진은 시상하부의 체온조절 중추가 파괴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열탈진은 상당 시간 동안의 발한에 따른 체내 수분 감소로 혈액량은 줄어들지만, 피부로 가는 혈액량은 증가한다. 따라서 생존에 필수적인 장기로 가는 혈류가 감소되어 경미한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열탈진을 제대로 처치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열사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열탈진이 발생하면 피부는 심한 발한으로 인해 차갑고 축축해 진다. 설사 및 근육경련과 같은 열 발산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두통과 불안, 분별력 저하, 정신이상 등 중추신경계 이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기도 한다.

 열탈진 환자도 그늘진 곳으로 옮겨 바른 자세로 눕게 하고, 식염수나 스포츠 음료 등을 마시게 한다. 소금을 그냥 먹게 해서는 안되는 것도 열경련과 마찬가지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가며 옷을 벗기고 오한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부채질을 해준다. 이렇게 했는데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신체 내부의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이 경우에는 열사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쇼크 : 급성 질환이나 상해로 인해 심장이 우리 몸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그에 따라 산소를 공급해 주는 혈액이 닿질 않아 조직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탄산가스나 유산 등의 대사산물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또한 정신적 평형을 해치는 갑작스런 장애를 쇼크라고 하기도 한다.

 ☞일사병 : 일사병은 아주 더운 날씨에 햇빛의 머리에 직접 받아 나타나는 뇌질환이다. 즉, 여름에 운동장 조회할 때 쓰러질 때는 가장 먼저 일사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사병은 속이 메스껍다가 몇 분 안에 쓰러진다. 이 때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겉옷을 제거한 후 젖은 천으로 환자를 덮고 그 위에 물을 계속 뿌려 체온을 떨어뜨려 주어야 한다. 체온을 38℃ 아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열사병의 예방

 기본적으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이나 스포츠 음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 실제 환자 사례

 지난해 여름 무더위로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가 무려 443명이었고, 이 중에 사망한 사람은 6명에 달했다. 질환별로는 열탈진, 열경련, 열사병, 열실신 순이었고, 많은 환자들이 중고령층이었다. 또한 발생 장소별로는 실외 작업장, 논이나 밭, 도로, 운동장 등의 순이었다. 이에 관해 질병관리본부는 “갑작스러운 무더위에는 장시간의 야외활동이나 작업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며 “폭염에 취약한 노년층과 당뇨병·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 ‘열사병’ 공부 끝!

 열사병은 처치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면 사망률이 굉장히 높아지는 질병이다. 처치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잘 알아두기만 하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

 벌써 대부분의 학우들이 반팔 옷을 입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더위는 앞으로 8월, 아니 9월 초까지도 지속될 것이다. 열사병은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러나 예방하기도, 처치하기도 쉽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학우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2학기 개강을 맞기를 바란다.

 김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