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8월에서 KT에서는 870만명의 회원의 정보가 유출됐다.

 "옥션, 네이트에 이어 벌써 3번째에요. 계속 이렇게 개인정보는 유출되는데 피해만 고스란히 받고 제대로 된 보상과 대책은 없다는 게 화가 나요”
 지난번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해자인 장선우(물리 1) 학우의 말이다. 기술 발달로 현대사회는 실시간 정보가 넘치는 정보홍수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이런 많은 정보를 잘 갈무리해야 할 보안 분야에서는 아직 책임의식과 제도 모두 제대로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의 도용,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작은 슈퍼에서까지 종종 포인트 카드의 이용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만큼 주민등록번호가 쉽게 쓰이는 나라가 없으며 전 국민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국가도 거의 없다. 흔히 미국의 사회보장번호(SSN)를 비슷한 사례로 들지만 이것은 국가가 엄격하게 통제하고 본인이 원하면 번호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달리 개인에 대한 고유정보는 포함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는 바꾸지 못하므로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보호는 물론이고 정보유출 피해에 대한 보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온갖 형태로 악용된다. 국내에선 스팸 메일, 스팸 전화, 판촉 전화로부터 해외 거점을 활용한 보이스 피싱에까지 이용된다.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시사하듯, 상대방의 이름과 각종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걸어오는 판촉 전화도 모두 불법적으로 빼낸 개인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유출된 개인정보로 게임사이트 등에 위장 가입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고, 보이스 피싱이나 신용카드 복제, 명의도용 등 한결 심각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공포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달 18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하루 방문자가 1만 명 이상인 웹사이트는 주민번호를 수집하거나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어 내년에는 모든 웹사이트의 주민번호 수집 및 이용이 제한된다. 주민등록번호 사용의 문제점과 도용을 막기 위해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다른 회원가입수단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공공 아이핀이나 공인인증서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인터넷 기업은 청소년 보호 등 일부 서비스의 경우에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최경진(법학과) 교수는 “아이핀은 아직 오류가 많고 각 시스템에 붙이기 불안정하며 발급과 관리가 불편한 점이 있다”며 “또 공인인증서는 성인 인증방법으로 청소년의 경우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부모님에게 인증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현재로는 주민등록번호 인증이 가장 쉽고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정보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곳의 기술적 조치, 접근자를 구별하는 관리적 조치, 정보 주체인 본인의 자기정보 관리가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람의 보안의식과 정보주체인 본인의 권리의식 신장이 필요해 우선은 개인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부터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창(컴퓨터공학과) 교수도 “컴퓨터사용 후 정리시간을 갖고 개인정보가 컴퓨터에 남지 않도록 쿠키 등 사용기록들을 삭제하는 습관을 갖아야 한다”고 개개인의 인터넷 사용 습관의 변화를 주문했다.
 

◇본교에선 학우들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과연 이러한 일이 기업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실제로 다른 대학에서도 정보유출 사건이 있었다는 점에서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08년 서울대 재학생, 교수 등 4,500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울대 예비군 명단이 인터넷에 유출되었고 최근에는 연세대 프로그래밍 동아리가 ‘교내 강의지원 내부망인 YSCEC’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다른 학생의 성적을 무단으로 열람한 사건이 일어났다. 

 본교는 방화벽과 서버보안을 통해 비정상적 사용자의 접근을 통제하며 사용자의 부주의 또는 임의로 개인정보를 게시, 전송할 경우에 자동으로 찾아내어 차단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두고 있다. 권기영 전산정보원 과장은 서버에 보관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암호화하여 데이터가 유출되어도 복호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확인이 불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올 10월까지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모든 학우들이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황정빈 기자

◆공공 아이핀(I-PIN)
‘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의 약자로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본인확인 시스템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유출과 불법 도용을 방지하는 개인 정보 보호 서비스이다.
◆공인인증서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한 전자서명 인증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