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타대의 상징물인 코끼리(동국대), 호랑이(고려대), 은행나무(성균관대), 독수리(연세대).

 꿈과 열정이 넘치는 ‘학문의 요람’인 대학에는 저마다의 상징물이 자리잡고 있다. 학교의 상징물은 그 학교의 건학이념이나 교육목표 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애교심을 고취하고 단결력을 증진시키며, 학교의 홍보에도 독특한 역할을 한다. 연세대의 독수리, 고려대의 호랑이, 성균관대의 은행나무처럼 다른 대학의 경우는 이미 상징물이 정착된 사례가 많다. 하지만 본교는 통합 이후 아직까지도 뚜렷한 상징물이 없다.

애교심과 자긍심 고취

대학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대학정체성(UI, University Identity) 확립 열풍이 불었다. 대학정체성 확립이란 건학이념이나 교육목표를 대학 구성원이 공유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독자적 상징물이나 동상, 로고 등을 만들거나 재정비해서 대학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본교도 올해 통합을 계기로 UI의 방향을 새롭게 다듬어 건학이념인 박애, 봉사, 애국을 나타내는 색깔과 G를 합쳐 새로운 마크와 엠블렘을 정하였다. 하지만 대학의 정체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상징물만은 아직까지도 정하지 못했다.
김길중 총학생회장(사회체육 4)은 상징물을 설치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상징물은 학우들에게 학교에 대한 애교심을 갖게 하며 상징물을 보면서 ‘내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구나’ 하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졸업하고 나서도 학교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게 될 것이다.”

상징물 설치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은?

본교 28대 총학생회 ‘톡톡’에서 공약으로 내건 상징물 설치 및 정문 설치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본교 상징물이 학교 마크인 바람개비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43.2%나 됐다. 아예 모른다고 응답한 학우가 18.3%, 통합 이전 경원대의 상징물인 독수리라고 오인하고 있는 학생이 19.1%나 되는 등 많은 학우들이 본교 상징물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 이처럼 상징물 자체나 본교의 상징물 존재 여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학우는 많지 않았지만 본교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우들은 74.9%에 이르러 상징물에 대한 요구는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해랑(에너지IT 1) 학우는 “우리학교는 정문도 없는데 상징물이라도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학교 상징물 설치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학교를 대표하는 상징이 필요하므로’가 7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서, 학우들의 단결력을 위해서 순이었다. 한편으로 “상징물을 세우는 데 쓸 돈으로 학우들의 실질적 복지 향상에 애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12.6%를 차지했다.
한 학우는 “흑룡의 해를 맞아 올해 두 대학이 통합된 만큼 두마리의 흑룡이 서로 바람개비를 입에 물고 몸통을 뒤엉켜 하나가 되어서 하늘로 오르는 모습의 상징물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문 및 상징물 설치에 대한
총학의 의견은?

김길중(사회체육 4) 총학생회장은 “실제로 정문을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우리학교 입구부터 주차 정산소까지의 공간이 학교부지가 아닌 성남시의 부지여서 도로교통법에 의해 정문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새롬관과 비전타워를 이어서 만들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며 정문 설치에 대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또 상징물 설치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통합원년이기도 해서 상징물 설치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다. 원래 계획은 상징물 공모전 형식을 통하여 학우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상징물을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10월 초에 공모전을 열고 10월 중순 쯤이나 내년 초에 상징물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학교 측과의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가천관 완공 이후인 3년 뒤에나 상징물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덧붙였다.

총학의 보다 높은 열정과
학교측의 적극적인 협조 필요

학교 측 입장을 들어보려고 장일준 학생복지처장을 찾았다. 장 처장은 “상징물이 있다면 학생들의 단합이 잘 될 것”이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여러 차례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상징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 측이 앞에 나서서 정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먼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며 “공모전을 연 뒤에 언제부터 설치공사에 나설 것이지도 학생들과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주도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며 “현 총학생회와 내년에 구성될 새 총학생회가 뜻을 모아 상징물 설치를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보탰다.
총학생회와 학교 측과의 인터뷰 결과 상징물 설치 부진에 대한 양측의 시각은 크게 엇갈렸다. 총학생회와 학교 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대신 충실한 의견 조율로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루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총학생회의 높은 열정, 학교의 적극적 지원, 학우들의 큰 관심, 이 세 박자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상징물 설치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황정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