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신 복
 학교법인 가천학원 이사장

 우리 대학교는 지난 7년 동안 4개의 대학을 통합하여 학생수 면에서 수도권 3위의 4년제 종합대학으로 거듭나면서 운영구조와 학사조직을 체계적으로 개편하였다.

 그리고 비전타워의 건설을 비롯해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 교육시설과 캠퍼스 환경이 놀라울 정도로 면모가 일신되었다. 그러나 양적 규모와 교육여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cu rriculum) 개편을 통해 교육내용과 방법을 쇄신해야 한다.

 그동안 각 학과에서는 크고 작은 교과목 개편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기존 교과목 편제상의 몇 개 과목들을 약간씩 수정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기존 교수들이 원하고 가르칠 수 있는 과목들을 우선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4년제 대학과 2년제 전문대학의 통합에 따라 교과목 편제가 교수 편의적으로 불합리하게 짜여진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의 기본 방향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내용과 방법을 쇄신하고 평가해야 한다. 학생들의 적성과 자질, 진출할 취업처(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어떤 인재들을 원하는지를 파악해서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과별로 학생들이 많이 진출하는 취업처의 수요 조사, 취업한 졸업생들의 의견조사, 재학생들의 평가 및 의견조사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와 교육의 현장 적합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고 재학생 중도 탈락율을 방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융·복합적 지식 및 기술의 습득과 학제적 접근이 용이하도록 학과 간의 장벽을 낮추고 학생들의 선택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서 가장 강조되는 화두는 융·복합적 학제적 접근이다. 대부분 취업처에서도 급변하는 지식과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가 튼튼하고 다양한 학습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타 학과의 전공과목 이수가 용이하도록 교과목 번호 공유제(Code-Sharing)를 도입해야 한다. 교양과정에서도 영어 우수자들에게는 교양영어 일부 과목 이수를 면제하고 기초전공 등 타 교양과목 이수를 허용해야 한다.

 셋째는 유수한 학부 중심 대학들의 실용성 높은 교육과정을 참조하면서 우리 고유의 비교우위가 있는 교육과정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대학원중심 대학들의 학문 후속세대 양성 위주의 교육과정 보다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이나 산학협력 선도대학들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전문대학에서 중견직업인 양성교육에 치중했던 경험을 살려 4년제 대학에 걸맞는 현장 적합성이 높은 교육을 실시한다면 전문가 양성에 있어서도 우리 대학은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

 넷째는 교육내용·방법·평가를 포함한 총체적인 교육과정의 쇄신이 실현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교육과정을 개편한다고 하면서 교과목 편제의 일부 조정에 그치거나 과목 명칭만 바꿀 뿐 가르치는 내용은 거의 그대로인 사례도 없지 않았다. 이번에는 교육내용의 개선 정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교과목 변경에 따른 강의요목(Syllabus)까지 공개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현장실습 및 견학, 과제수행, 인턴십 등 강의나 실험실습 이외의 프로그램 또는 기타 교육방법까지 제시함으로써 실제 학습 경험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각 학과에서 교육과정 개편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 및 그것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는 교수님들은 물론 학생과 취업처 관계자들에게도 참여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