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보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포근한 바람과 함께 엄마 품 같은 봄이 다가왔다. 봄, 나른한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와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노라면 누구든 ‘아!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럴 때 멀리 바라보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자. 먼 거리를 떠나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지만 시선을 달리 하면 가까이서도 의외의 여행지를 찾을 수 있다. 메디컬 캠퍼스 주변에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이색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동인천을 향해 떠나보자. 

 신관홍, 임인원 기자

 교 통 편
 지하철 이용
 - 신연수(인천 1호선)→부평(1호선)→인천역 [약 50분]
 버스 이용
 -46번(연수 4단지 입구)→신포시장 하차 후 길 건너편으로 이동 →15번(신포시장)→인천역 [약 50분]

 PM 03:00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쌀쌀했던 날씨도 제법 누그러졌다. 일주일 동안 경직된 몸을 풀기 위해 학교를 떠나 동인천으로 향했다. 1시간이 지났을까. 전철 창문 밖으로 모든 걸 포근하게 감싸 안아줄 것 같은 서해바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리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이 나를 반겨준다.

 PM 03:30
 인천역에 내리자마자 한국인들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차이나타운이 보인다. 차이나타운은 조선 말 개항 이후 제물포 지역이 청나라의 치외법권구역으로 선정되면서 형성된 중국인 마을이다. 길목 중간 중간에 화려하게 치장된 장신구들과 붉은색으로 꾸며진 건물들, 그리고 중국어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진짜 중국에 와 있는 듯 하다.

 PM 03:50
 주변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면, 선린문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선린문은 차이나타운안에 있는 여러 페루(중국의 전통적 건축양식의 하나로, 문의 일종이다) 중에 하나로, 자유공원과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나라의 크기만큼 모든 건물을 크고 웅장하게 짓는 것 같다. 선린문을 넘으면 바로 자유공원이 나오지만 차이나타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삼국지 벽화거리를 보기위해 언덕을 내려왔다.

PM 04:00
 언덕을 내려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삼국지 벽화거리. 타일로 제작한 80여개의 벽화가 쭉 늘어져 삼국지의 중요 장면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삼국지를 그림으로 보는 재미를 제공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한국어, 중국어, 영어 3개국의 언어로 번역하여 관광객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PM 04:20
 첫 번째 벽화부터 마지막 벽화까지 쭉 읽으면서 내려가 보니 양 옆에 여러 가지 중국음식,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거리가 보인다. 사방에서 풍겨져오는 음식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한 화덕만두를 샀다. 화덕만두는 화덕에 만두를 굽는 음식으로 고기, 팥, 고구마, 단호박 4가지 맛이 있다. 고기화덕만두를 한입 먹어보니 꽉 차있는 고기와 고기를 감싸고 있는 빵의 조화가 훌륭했다. 차이나타운에 놀러가 화덕만두를 먹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PM 04:40
 배도 부르니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자유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이나타운 뒷 편에 있는 자유공원은 응봉산 일대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과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등 혼란스러운 근대 한국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도심 속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산책로와 쉼터가 있었다. 특히 석정루에서 본 인천항의 경관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너무 아름답다. 해가 저문 후의 자유공원은 낮보다 더욱 빛난다. 낮과 밤 모두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녁 풍경이 더 운치있게 느껴진다. 또한 자유공원의 봄 풍경은 여의도 벚꽃축제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고 한다. 봄에 친구의 손을 잡고 화려한 벚꽃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 신포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PM 06:00
 신포시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낯익은 문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홍예문이다. 홍예문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대한제국시대 때 일본이 만든 석문으로 자국의 조계지를 확장하기 위해 조성한 축조물이다. 뿐만 아니라 홍예문은 요즘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의 촬영지다. (극 중 인물)오영과 오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 들여진 장소이다. 밤의 시작과 함께 홍예문을 비추고 있는 조명들은 홍예문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차도와 인도가 합쳐져 있어 조심해서 구경을 해야 된다는 점이다. 드라마 ‘그 겨울’ 때문에 홍예문도 곧 관광코스가 될 텐데, 위험한 요소를 하루라도 빨리 개선했으면 좋겠다.

 PM 06:30
 자유공원에서 홍례문, 홍례문에서 신포시장으로 길을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가는 프랜차이즈 카페들만 보다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보니 곳곳에 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바로 이런 점이 개인카페의 묘미인 것 같다. 특히 우리가 간 곳은 인천항과 월미도가 눈앞에 펼쳐진 야경이 좋은 카페였다. 야경을 보며 커피 한 모금을 먹으니, 몸이 자연적으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PM 08:00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서둘러 카페에서 신포시장으로 이동했다. 걸어서 20분 걷다보니 신포시장의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닭강정은 신포시장의 마스코트이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닭강정을 먹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10분을 기다렸을까..? 우리도 식당안에 들어가 닭강정을 먹을 수 있었다. 기다림 끝에 먹는 닭강정이라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닭강정은 매콤함과 달콤함이 합쳐진 오묘한 맛이다. 또한 바삭하면서도 쫀득쫀득한 껍질은 누구든지 신포닭강정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신포시장은 닭강정뿐만 아니라 공갈빵, 오색만두, 쫄면 등을 판매하고 있다. 닭강정과 더불어 신포시장에서 최초로 생긴 식품이 있다. 바로 쫄면이다. 쫄면은 냉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잘못 뽑아진 면을 이용하여 만든 음식이라고 한다. 무엇이든지 원조가 제일 맛있는 법이다. 진정한 쫄면의 맛을 느끼고 싶으면 신포시장으로 가길 바란다.

 신포시장의 자랑거리가 한가지 더 있다. 일명 중국식 호떡이라고 불리는 공갈빵이다. 공갈빵은 속이 텅텅 비고 겉만 부풀려진 모양을 하고 있다. 공갈빵은 과자처럼 바삭바삭한데, 안에 꿀 같은 달콤한 것이 묻혀져 있다.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한번 먹으면 계속 생각 날만큼 사람을 끌어당기는 중독성이 있다.

 학교가 끝난 후, 무작정 떠난 이번 동인천 투어는 겨울동안의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스트레칭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먹거리와 석정루에서 본 동인천의 야경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