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은 사람을 경계하도록…’,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실이 예상됩니다…’
신문의 오늘의 운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특히 새해를 맞아 올해의 운세, 토정비결 등 역술에 몰리는 사람들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겁다.

오늘의 운세부터 사주카페, 점집, 역술사이트 등 소위 ‘운세산업’이라 불리는 시장의 국내규모는 2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운세산업’의 특성상 정식으로 정식인가를 받은 것 외에 보이지 않는 시장까지 포함하면 4조원가까이 될 것이라는 추산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여느 산업 못지않게 성장한 운세산업. 그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한반도에서 ‘젼이 시작된 것은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청동기 시대부터였다. 그 시대에는 청동기의 생산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약탈과 전쟁이 빈번히 일어났는데 이로 인한 불안은 전쟁에 대한 예견이나 농사의 풍흉, 집단의 단결 등을 꾀하는 다양한 형태의 점술로 나타났다.

고대 신라의 ‘계림’이라는 국호는 흰 닭의 울음소리로 점을 친 데에서 유래됐으며,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건축한 첨성대 역시 관측결과로 국가의 길흉을 점치는 등 점성술이 고대국가에서 중요시 됐음을 반증한다.

이처럼 고대이전부터 시작된 역술산업의 현재 모습은 어떠할까. 현대 ‘운세산업’은 하나의 소비상품으로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볍고, 재밌고, 싸고, 손쉬운’모습으로 팔리고 있다.
박현진(건축설비·4) 학우는 “개인적으로 타로점을 좋아하는 편이라 기회가 될 때마다 즐겨보는 편”이라고 했고, 이정숙(일문·1) 학우는 “비록 점괘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에서 역술이 젊은 세대에게도 낯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새해를 맞이해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운세마케팅’도 현대 운세산업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백운산(한국역술인협회) 회장은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운세 비즈니스의 명운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지금보다 과학이 발달한 미래에서도 역술이 하나의 가치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한 역술인은 ‘운세산업’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사주풀이만 하더라도 해외수출을 통해 한류와 같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운세산업을 한국적 문화상품으로 다듬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역술은 ‘유망산업의 발견’이라며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역술이 4조원의 거인이 된 만큼 개인적·사회적 불안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가 안정적이게 된다 해도 사람들의 기본 심리에 ‘불안’이 깔려 있기 때문에 역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술거인=사회적불안의 거인’으로 본다면 역술산업의 성장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불안심리의 표출로 받아들여져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