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경원가족 여러분,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아 모두 건강 하시고, 원하시는 바를 이루어 소원 성취하시기를 빕니다.

올해 한국의 대학사회는 ‘발전의 표준 시간’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구조혁신을 시작한 대학도 그렇지만, 미처 이를 실행하지 못한 대학은 더욱 더 골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이는 우리 대학사회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진입을 위해, 대학 시스템을 어떻게 개편하고, 아울러 학문의 전승(傳承)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식기반사회는 능동적으로 개척해야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 대학사회가 한번은 반드시 겪어야 할 시대적 고통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이념으로 하버드대학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해서, 최근 대학가에 화제가 되고 있는 ‘하버드가 지배한다(Harvard Rules; Richard Bradley著)’라는 책도 크게 보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위해 미국 대학사회가 얼마나 치열하게 변신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이 논란은 2001년, 로렌스 헨리 서머스가 하버드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이제 하버드는 인문사회학의 태두라는 명성만 가지고는 세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며 학부의 세계화와 대학원의 사이언스화(化)를 선언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학생 91%에 A학점을 주는 학점 인플레를 바로잡고,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아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교수, 사이언스화 방침에 직간접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그룹 등 학생과 학교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를 과감히 개선하고, 교육체계를 세계화에 맞추어 개편함으로써 파생된 문제들입니다.

저자가 서머스총장에 대해 이념적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속내는 논외로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현재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대학들이 지식기반사회에 부응하는 교육체계를 갖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국내 대학들의 구조혁신도 같은 맥락에서 일 것입니다. 올해 국내외의 세계적 기업들의 신년 화두가 하나같이 ‘글로벌 경쟁력’과 ‘블루오션’인 것을 보면 우리의 대학사회의 갈 길도 선명합니다.

친애하는 경원가족 여러분, 그러면 우리 대학은 어떤 표준시간을 구조혁신에 적용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남게 됩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야기해 그 해답은 이미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 수월성(秀越性)교육을 통해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우리가 희망하는 목표입니다. 수월성 교육과 양질의 취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세계인이 선호하는 인재를 육성해 내는 것이 우리가 올해 기필코 완성해야할 표준시간, 즉 글로벌 경쟁체제의 표준시간표가 될 것 입니다.

우수교수를 채용하고, 학생과 사회가 원하고 만족해 하는 커리큘럼을 만들고, 내용이 충실한 강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 분위기를 진작시키는 학풍을 조성해야만, 비로소 그것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고의 합종(合縱)’이 필요합니다. 자율성이 충만한 대학혁신은 구성원들의 화합과 화목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합니다. 화목(和睦)은 구성원 간에 일어나는 이견(異見)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만 얻어집니다.

구성원들의 화목은 어떤 외적 변화도,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타개할 수 있는 생물체와도 같은 귀중한 존재입니다. 화목은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체라는 것을 가슴깊이 담아 두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우리의 표준시간을 정하는 원년입니다. 대학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야 합니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분발하여 지식기반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만듭시다. 감사합니다. 
 
 병술년 새해 새아침에
 총장 이 길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