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대학생활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언제 들어도 설레는 단어 미팅? 대학생이라면 꼭 하나 쯤은 들어야 하는 동아리? 아니면 ‘여행을 떠나요~’ MT? 이 단어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나 같이 술과 관련돼 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대학가면 술 많이 마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미팅을 하더라도 술자리로 이어지고 여행을 떠날 때에도 두 손 가득 술을 앉고 떠난다. 꼭 술이 있어야지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대학생이라는 특권 하에 예술문화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는 술 없이 동기들과 문화를 즐길 수 있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신관홍 기자

 수업을 마치고 나와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그저 술 마시고 노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색다르게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멋과 맛의 즐거움, 그리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여정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떼었다.

 PM 03:30

 처음 도착한 곳은 혜화역. 혜화역을 나오면 흔히 ‘대학로’라고 부르는 문화예술의 거리를 만날 수 있다. 대학로에는 소극장 뿐 아니라 쇳대박물관, 로봇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것저것 대학로 거리를 둘러보다가 재미있어 보이는 연극을 예매했다.

 PM 04:00

 연극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 대학로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된다는 ‘이화동 벽화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화마을은 1980~1990년대의 아날로그적 분위기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철거가 될 마을을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벽화를 채워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나게 한 곳이다.

 벽화마을로 향하는 길은 비록 오르막이라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주변에 잘 꾸며진 카페와 음식점들을 보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니 건물 벽면에 하나 둘씩 잘 그려놓은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계단에 그려진 꽃들, 앞에 서 있으면 날개가 되어 주는 그림, 벽화 속에 그려진 또 다른 세계. 모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들이었다. 어떤 벽화는 보고만 있어도 그 안에 담겨진 스토리가 머릿 속에 그려졌다. 그저 따사로운 봄바람을 따라 무작정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PM 05:30

 정신없이 벽화를 구경하다보니 금세 연극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얼른 극장으로 향하여 미리 예매했던 연극을 보기위해 자리에 앉았다. 이 연극은 1999년 초연 이후, 15년째 쉬지 않고 공연 중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내용은 두 집 살림을 하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인데 남자 주인공이 두 집을 오가며 일어나는 헤프닝을 담은 공연이다.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에 보는 내내 배를 잡고 웃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우울했던 시험기간을 잊기 위해 코믹장르의 연극을 골랐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PM 07:00

 연극을 보고 나오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낮에 보았던 벽화마을을 지나 야경이 아름답다는 낙산공원을 가기위해 산책길에 올랐다. 낙산공원은 서울의 성곽에 둘러싸여 있으며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한 15분쯤 걸어올라 왔을까? 마지막 계단 끝자락에 공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원에는 야경을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성곽너머에 있는 반짝이는 불빛들로 시선이 갔다. 늘 해외의 멋진 야경을 동경하곤 했는데 정작 내가 살고 있던 곳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새삼 놀라웠다. 성곽을 따라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이에 공감하며 감탄할 것이다. 구경 온 사람들 모두 야경을 보며 오랜 시간 성곽 주변을 뜨지 않았다. 친구끼리 또는 연인끼리 온 그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비록 술 없이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친구와 함께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올라가 마셔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고 싶다면 봄이든 여름이든 추천하고 싶다.

 PM 09:00

 나름 길었던 산책을 마치니 언제 저녁을 먹었냐는 듯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TV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광장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인파에 흠칫 놀랐다. 꽤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시장 안은 많은 사람들도 붐비었고 줄을 서있는 곳 까지 있었다. 광장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설된 상설시장으로 도매와 소매를 겸한 종합시장이다. 규모에 걸맞은 인파였다. 시장을 둘러봤다. 광장시장의 마스코트 마약김밥부터 시작하여, 녹두빈대떡, 왕순대, 육회, 모듬전 등 모두 입맛을 다시게 했다. 특히 녹두를 즉석에서 맷돌에 갈아 만드는 녹두빈대떡이 인상 깊었다.

 PM 10:00

 광장시장에서 배불리 야식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청계천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 동안의 여행을 되짚어보며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시간이 된다면, 특히 연인과 함께라면 반드시 이 계절에 청계천변을 산책하라. 연정을 두텁게 하고, 곧 닥칠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내성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