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 대표가 강의를 펼치고 있다

 

‘퍼플피플’의 주창자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

 산업디자이너인 김영세 교수가 지난 16일 열린 일곱번째 지성학 강의에 초청됐다. 김영세 교수는 2009년 세계 10대 디자인회사로 선정된 이노디자인의 대표로 현재 상명대 디자인대학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본교 학우들을 만나기 위해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귀국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예음홀에는 600명의 학우들이 꽉 찼으며 뜨거운 박수로 그를 반겼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경쟁력있는 사람들은 젊은 한국인들, 바로 여러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을 쓰고 강연에서 하는 한 마디가 여러분에게 거쳐서 커다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보다 소중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존 레논의 ‘imagine’ 노래와 함께 그의 디자인을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imagine’이란 단어에 큰 설레임
상상력은 인간만의 특별한 기술

 “상상력이라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으면서 어떤 과학에도 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미래의 인재들에게 상상력이라는 것은 필수인 기술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디자인은 상상(imagine)에서 시작된다. 상상을 통한 창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상상을 하는 것은 모든지 이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상하는데 재미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전공을 공부하든지 자기가 상상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자기만의 크리에이션(creation)을 만들어내야 한다.

 산업사회에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화이트칼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블루칼라로 직업을 나눴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새롭고 특별한 일을 하는 누군가가 세상을 바꾼다. 그래서 새로운 인재를 생각하고 내가 처음 만들어낸 말이 ‘퍼플칼라’다. 

 우선 디자인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젊고 디지털에 익숙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여러분이 세계적인 트렌드의 조류에 가장 가깝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방의 시대’가 아니고 ‘집중의 시대’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여 큰 아이디어가 된다. 우리는 ‘디자인 중심 경영’이란 말을 이해해야 한다. 디자인의 역할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의 디자인은 제품개발 끝부분에서 제품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더 잘 팔리게 하는 노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년 지난 지금은 디자인정신이라는 것은 전문분야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왜냐면 디자인이라는 어원은 무언가를 바꾸는 것(making change)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경쟁력이 있다. 디자인 마인드를 이해한다면 앞으로 어떤 전문분야에 진출을 하던 간에 중요한 기본이 될 것이다.

창의적 조직 만들려면
creative leader 필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창의적인 조직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기존 조직도의 파괴다. 마치 원형 나무테와 같이 커지는 기업이 내가 생각하는 창의적인 조직이다. 그렇다면 왜 크리에이티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가. 첫째로 기업은 고객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 크리에이티브는 유저(user)와 함께 만드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창의적인 리더쉽이 굉장히 소중하다. 둘째 가치창조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유저들의 요구(demand)와 취향이 쉴 새없이 변하기 때문에 더 이상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은 경쟁력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똑같은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삼성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기 것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디자인은 겉치장 놀이 아냐
2030이 세상을 움직인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이 말은 반쪽짜리일 뿐이다. 나머지 50%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디자이너의 의지를 따르는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는 것을 만족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더 이상 기본적인 기능만 되는 것은 팔지 않는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더 이상 겉치장 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이제 경제를 돌리는 엔진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이제 세상이 원하는 디자이너는 다양한 전공분야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이젠 기술중심시대에서 인간중심시대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기술중심시대의 단어인 과학, 경쟁, 지식과 같은 딱딱한 단어(hard word)에 익숙해 있다. 인간중심시대의 단어인 감성, 창의, 배려, 문화와 같은 부드러운 단어(soft word)에 익숙해져야 한다.

 ‘2030’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2030년에는 세상이 확 바뀔 것이다. 두 번째 2,30대의 젊은 사람들이 이 시대를 바꿀 것이다. 요즘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피부로 느낀다. 저커버그와 같은 많은 20대 밀리어네어들이 탄생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2,30대들이 실질적인 오너쉽(ownership)을 가지고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왜 그게 아직 안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상당히 안타깝다. 여러분들이 앞서나가야 한다.

남들이 않는 일을 즐겁게 하는
퍼플피플이 미래를 지배해야

 파이터(fighter)는 마켓 쉐어(market share)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로 벤치마킹을 해서 싸운다. 즉, 남의 것을 더 싸게 파는 것으로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인드 쉐어(mind share)를 이해해야 한다. 마인드 쉐어는 스티브 잡스와 같이 고객들의 마음을 차지하여 자신의 지지 기반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제 나는 기업을 볼 때 그 기업이 얼마나 고객들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가, 즉 마인드 쉐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을 깊게 이해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라. 이게 바로 마인드 쉐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면 그 사람같은 백만명을 알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듯이 디자인해라. 사랑하기 때문에 남들이 할 수 없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것이 이노디자인의 철학이다. 이제는 디자인전문회사가 인간중심의 시장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생산자들한테 뿌리는 시대가 됐다. 이게 바로 디자인중심사회의 새로운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얘기한 모든 것을 갖춘 인재들을 나는 ‘퍼플피플’이라 부른다. 똑같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보다 남들이 안하는 일을 즐겁게 신나게 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지배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퍼플피플’이다. 오늘 나의 강연이 끝나고 다른 곳에 가서 보라색 사람들, ‘퍼플피플’이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퍼뜨려 주길 바란다”

 학우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시작됐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사소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행시키기 위해서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나의 경우, 언제고 어디서고 찾는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 많이 두리번거리면 다른 사람에게 안 보이는 것이 보이게 된다”고 답변했다.

 또 ‘회사에 있는 디자인 부서와 디자인 전문회사와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업안의 디자인팀은 생산자입장이고 디자인만 하는 회사는 소비자 입장이다. 따라서 출발선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정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