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가시고 가을이 다가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에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실내에만 머물지 말고 가까운 산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고개를 돌려보면 가천대학교 메디컬 캠퍼스 가까이에 인천 연수둘레길이 있다. 이곳은 세 코스로 나뉘어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거나 인천의 역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그동안 극심한 무더위로 외출이 너∼무 힘들었던 당신, 지금 당장 떠나라! 

문학산

   인천지하철 1호선 선학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연수둘레길’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의 인도에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둘레길의 출발지점인 문학산 입구에 도착한다.

 문학산으로 들어가기 전 좌측으로 선학산 법주사의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 옆에 현대식 건물이 법주사 경내에 속한다. 봄에는 스님들이 예쁜 꽃들을 심어 놓는다. “땡그랑”.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문학산으로 들어가 보자. 문학산은 동에서 서쪽으로 길게 이어져 산맥을 이루고 있어 연수구의 지붕이라할 만한 산이다. 학이 날개를 펴고 앉은 것 같은 모습을 닮아 ‘학산’이라고 불리고 ‘남산’, ‘배꼽산’이라고도 칭한다. 연수둘레길의 다른 코스들과는 달리 문학산은 비교적 험난한 길이다. 하지만 길 중간 중간에 계단과 쉼터가 있어 초보자들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상에 도착하기 전 등산객들은 베갯골 약수터를 만난다. 산의 정기를 듬뿍 담은 약수터에서 등산객들이 약수를 개운하게 들이킨다.

   베갯골 약수터에서 조금만 힘을 내 올라가면 길마재 정상에 도착한다. 상쾌한 바람이 분다. 경치를 구경할 수 있도록 전망대가 갖추어져 있고 산행에 지친 등산객을 위한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다.

 길마산 전망대에서 보면, 좌측 아래로 본교 메디컬 캠퍼스가 보이고 우측 아래로는 문학경기장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 주변에서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는 아저씨와 등산객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또 다른 등산객들은 잠시 숨을 고르거나 일행과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인연을 다지기도 한다.

   길마재 정상을 지나서 연수둘레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문학산성이 보인다. 문학산성은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호로 비류가 나라를 세울 때 쌓은 성이라 전해온다. 문학산성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멋스럽고 바람이 시원해 이내 기분이 좋아진다.

 주변에 있는 ‘돌 먹는 나무’는 SBS TV 방송 “있다, 없다”에 등장한 명물이다. 삼신할매 나무라고도 불리는 나무는 돌이 굴러 와서 나무에 박혔다는 추측도 있지만 나무가 부피 생장을 하면서 돌을 끼고 자라 지금의 돌 먹는 나무가 된 것으로 보인다. 돌이 나무를 먹는 것인지, 나무가 돌을 먹는 것인지 나비와 물아일체가 되는 꿈을 꾼 장자가 생각난다. 등산객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했다.

 문학산성의 끝자락에서는 삼호현을 만난다. 삼호현은 사신들이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세 번 부르고 이별하던 가슴 아픈 전설이 있는 고개이다. 이곳은 경사가 완만하여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청량산

   본격적으로 청량산에 오르기 전에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국내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인천광역시립박물관을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광복 이전까지 인천의 주요 유적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개항을 통해 전개된 근대기 인천의 변화를 보여주는 생활 자료가 엄선돼 있다. 익히 아는 김홍도와 정수영의 작품들도 서화실에 비치돼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전시뿐만 아니라 매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음악회가 준비돼있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옆쪽에 자리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6·25전쟁 당시 전세 역전에 결정적 계기가 된 인천상륙작전에 목숨을 바친 분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인천상륙작전의 최초 구상 및 발전 단계부터 계획, 진행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LVT(수륙양용장갑차) 등 대형 군사장비들이 있어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나오면 바로 뒤쪽에 청량산 입구가 보인다.

 청량산은 산세가 아름답고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청룡산, 청능산, 척량산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청량산은 긴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으며 비교적 경사가 급한 편이다.

 입구 가까이에 전망데크가 있는데 정상까지 가기 힘든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탁 트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연수구 일대와 송도신도시, 인천대교, 그 너머의 바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데크 위로는 팔각정과 넓적한 바위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과 여유를 즐긴다. 바위 위에는 노래를 듣는 사람들,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은 바쁜 현대인들이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승기천
   승기천코스는 대부분 노선이 완충녹지인 평지라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다른 두 코스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승기천코스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원인재를 볼 수 있다. 원인재는 높은 아파트 숲 사이에서도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옥이다. 원인재는 인천이씨의 근원지라는 뜻으로 인천이씨 중시조이며 고려시대 외척세력인 이허겸의 사당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연못과 마당에 한옥들이 어울려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돈의재는 조선시대 건물에서 찾아보기 힘든 큰 재실이다.

 승기천코스는 원인재뿐만 아니라 자전거길도 마련되어있다. 길가에는 정성스런 안내판과 함께 있는 꽃밭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연수구의 자연과 문화를 만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