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떠나는 섬여행

 어린 시절, 자전거는 우리 기억 속에서 어떤 존재로 남아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함께한 추억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속력을 내는 즐거움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설프게 네발 자전거를 타던 어린 아이에서 능숙하게 두발 자전거를 타는 어른이 되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 자전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삼형제 섬으로 여정을 떠나보자. 빨리 돌면  2시간,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면 6시간이 걸린다.

신島 Sin-do Island

 신도는 인천 앞바다의 삼형제 섬(신도·시도·모도) 중 맏형이다. 지명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성실하고 순박하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진짜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라 하여 ‘진염’이라고도 한다. 신도 중심에 있는 구봉산 정상에서는 영종도 등 황해의 섬들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1992년 신도와 시도 사이에 연도교가 설치되었다.

 운서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삼목선착장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바다의 풍경과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 등산객,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여 마음을 더 들뜨게 만든다. 등산모임 회원들끼리, 가족들끼리, 연인끼리, 부부끼리, 친한 사람들끼리 같이 와서 여유를 즐기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선착장에서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쓰고 많은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하나, 둘 배에 오르기 시작한다.

 커다란 배 안에는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일행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배의 옥상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바다하면 생각나는 그것, 바로 수많은 갈매기들이다. 사람들은 갈매기에게 주려고 새우깡을 미리 사오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배 안 자판기에서도 새우깡을 판매하고 있다. 옥상에는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즐기는 사이 어느새 배가 신도에 도착하여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모두들 배에서 내린다.

 신도 입구 바로 앞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가게와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오늘의 여정이 자전거로 삼형제 섬을 즐기는 것인 만큼 자전거가 이 여행의 핵심이다. 출발은 신도분교가 있는 신도2리를 향해 오른쪽으로 돌아 길을 따라 계속 가면 된다. 한적한 바다와 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자연 친화적인 거리를 자전거로 다니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가는 곳곳이 모두 아름다웠고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그 바람의 시원함과 귓가에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좋다.

 신도2리를 지나 신도3리로 향하면 푸른벗말체험관에 가볼 수 있다. 이곳은 갯벌, 염전, 바다 그리고 논밭이 함께 어우러진 모든 농촌의 테마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체험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포도농장 체험, 벗소금으로 얼음과자 만들기, 갯벌 생태지도 만들기, 벗말 섬 자전거 하이킹, 동물 발자국 찾기 등이 있다. 이러한 체험을 하려면 미리 신청을 해야 한다. 푸른벗말체험관에서의 여러 체험들을 한 후 이제 언덕을 넘어 시도로 가보자.

시島 Si-do Island

 과거 패총에서 출토된 토기 등을 종합해볼 때 시도는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때는 화살섬, 살섬이라고 불렸는데, 고려 말에 최영과 이성계가 이끄는 군대가 강화도 마니산 기슭에서 이 섬을 과녁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던 데에서 유래됐다. 넓은 갯벌에서는 조개나 낙지가, 중앙부의 넓은 평지에서는 당도가 뛰어난 포도가 유명하다.

 시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시도 연도교를 건너야 한다. 입구부터 드넓은 갯벌과 다리 위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눈을 사로 잡았다. 갯벌 사이사이 밀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많아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는 아저씨가 마침 농어 새끼를 낚았다. 그 아저씨는 이제 한 마리 낚았다고 덤덤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낚시를 즐겼다.

 염전에 가는 도중 갯벌에서 낙지를 채집하고 있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아저씨 주변으로 수많은 게 구멍과 함께 옆으로 열심히 걷고 있는 게들은 언제나 그렇듯 아저씨 옆을 지키고 있었다. 갯벌을 뒤로하고 조금 더 가면 시도 염전에 도착한다. 인천의 많은 염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시도 염전에서는 옛날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들고 있다. 염전 옆에는 소금 창고가 있는데 하얀 눈같이 쌓여 있는 소금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을 계속가면 가파른 경사의 언덕이 있다. 수기해변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배추와 고추밭을 볼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밭에서 빽빽이 자란 배추와 빨갛게 익은 고추는 마을 주민의 추수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언덕을 내려가면 수기해변이 나온다. 가을이 되어 사람 없는 수기 해변에는 갈매기가 해변의 주인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다 맞은편에는 과거 최영, 이성계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활쏘기 연습을 했다는 마니산이 보인다.

 한적한 수기해변을 떠나 모도로 가는 언덕길에는 폐교가 있다. 주변에는 풀이 많이 자라 사람의 손길이 오랜 시간 없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창문이 깨져 있어서 언뜻 보면 학교인 것 같지 않으나 학교 계단 밑 한쪽에는 충효, 반대쪽에는 사랑이라고 쓰인 비석과 양 옆에 축구골대가 과거에 학교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도의 과거 모습을 담고 있는 이 폐교를 마지막으로 본 후 시·모도 연도교로 향했다.

모島 Mo-do Island

 1875년 경 김포군 통진에서 살던 차영선이 조업 중 모도에 정착을 하였다고 한다. 섬의 모양은 북동∼남서 방향으로 긴 타원형이다. 최고점은 48m이며,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은 대부분 사질해안이나, 남쪽에는 암석해안이 발달하였다. 취락은 서쪽 해안에 밀집해 있으며,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특산물로는 자연산 굴이 유명하다.

 시도의 끝자락에서 아늑하게 자리한 모도를 만날 수 있다. 신도와 시도를 이어주는 연도교와 마찬가지로 시도와 모도 사이에도 연도교가 있다. 연도교 중간 왼쪽 편으로 거북섬과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달리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조각상은 어딘지 급박해 보인다. 어두운 밤에 보면 진짜 사람으로 오인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 같다. 하지만 해가 지면 가로등 불빛과 바다풍경이 잘 어우러진 다리라고 한다.

 다리를 건너가면 모도 쉼터가 나온다. 모도 쉼터는 버스를 기다리며 쉴 수 있는 작은 휴식처로 주민은 물론 여행객들에게도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쉼터 입구 바로 옆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비석이라고 한다. 이 비석은 1880년 경 주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해 준 암행어사 이건창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비석이 길에 놓여 있다는 게 신기하다.

 길을 따라 가면 좁은 숲길이 나온다. 길 끝에는 배미꾸미 해변이 숨어있다. 해변에 있는 모도조각공원에는 에로티시즘적인 조각들이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관광객들이 주목하는 작품은 ‘청동나무’이다. 관광객들은 나무 몸통에 들어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삼형제 섬을 모두 둘러보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자전거로 떠나는 섬여행을 마친다.

 ·교통안내·
   

   버스
〈가는 길〉·운서역 → 삼목선착장 (매 시간 40분 출발) 221-1번, 307번
〈오는 길〉·삼목선착장 → 운서역 (매 정각 출발) 221-1번, 307번

   삼목선착장 배 이용 안내
〈가는 길〉·삼목출발 → 신도행 (1시간 간격 운행) 첫배 7:10 / 막배 18:10
〈오는 길〉·신도출발 → 삼목행 (1시간 간격 운행) 첫배 7:30 / 막배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