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부터 각종 대학평가가 강화되면서 대학 사회가 평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평가를 받고 나면, 또 다른 평가가 이어지는 등 대학에서 평가가 일상화가 되고 있다.

 특히 부실대학을 판정하는 평가로 알려진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가 본격화되면서 대학 관계자들의 평가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대학의 교육여건과 성과에 대한 정보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공하여 부실대학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대학평가의 목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평가가 개별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수의 정량지표에 의거하여 일률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형평성·공정성 측면에서 많은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한층 예민한 시기인 수시모집 직전에 평가결과를 발표하여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학교 명예가 실추될 뿐만 아니라, 우수학생 모집에도 곤란을 겪게 된다. 이에 더하여 이들 대학들은 부실대학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막대한 재정투자 외에도 학과 구조조정과 정원조정을 해야 하고, 그로 인한 학내갈등으로 인해 이중삼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그동안 대학 사회를 중심으로 많이 지적되어 왔고, 그에 따라 현 정부에서는 획일적인 대학평가 방식을 지양하고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대학평가 방법을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예를 들어, 교육중심대학, 연구중심대학, 산학협력중심대학 등과 같이 대학 스스로 설정한 발전모형에 비추어 이행실적을 평가하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이 대학의 다양성을 고려한 평가방법은 종전의 획일적인 평가방법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대학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신입생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평가는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학생정원 감축과 연계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시안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시안에는 앞으로는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비수도권 대학만이 아니라 학생충원에 문제가 없는 수도권 대학들도 일정 수준의 입학정원을 감축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들로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학평가는 대학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피해갈 수 없다면 대학평가의 순기능을 살려서 대학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최선책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 평가지표와 대학 자체의 발전목표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대학 발전과 더불어 대학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 대학에서도 교육역량강화사업, 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등에 대응하여 교수업적평가, 학과평가, 단과대학 평가, 대학자체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수 개개인의 노력을 학과 차원과 단과대학 차원의 노력과 연계하여 학교 전체의 발전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학생수의 감소에 따라 대학 간 무한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주먹구구식 대학운영으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수-학과-단과대-본부 차원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전사적 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성과관리 체제가 대학 사회에 빠른 시간에 구축된 데에는 ‘쓴 약’의 역할을 한 대학평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속담처럼, 대학평가는 대학 구성원들을 힘들게 하는 쓴 약이기는 하지만, 각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영양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천대학교의 구성원들도 대학평가를 ‘부담’으로만 인식하기보다는 학교가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주는 ‘나침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평가를 통해 우리 대학의 목표와 현재 위치 간의 차이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줄여 나가기 위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평가의 순기능을 활용해 나갈 때, 10대 사학이라는 목표도 머나먼 이상이 아니라 가까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