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하이옌이 강타한 필리핀 타클로반의 피해가 심각하다. 타클로반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필리핀으로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모이고 있다. 일본열도와 한반도에도 여름철에 여러 차례 태풍이 지나가지만 그동안 타클로반과 같은 참상을 겪지는 않았다. 왜 타클로반은 유독 크게 피해를 입게 됐을까?

 타클로반은 태풍이 가장 강할 때 지나가는 경로에 있었다. 특히 예전부터 무역의 중심지로 항구가 발달한 도시였으며 만의 안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선박 등이 많이 정박하고 있었다. 또 산업단지와 공항 등이 있을 정도로 큰 도시이다. 이런 지역을 역사상 가장 강한 태풍 하이옌이 지나가며 파도가 높아지면서 도시를 휩쓸어 무수한 사상자를 내고 대부분의 건물이 사라지고 무너졌다. 교통편이 마비되고 구호물자 도착이 지체되는 등 혼란 속에 무정부 상태가 상당기간 계속됐다.

 그러나 아비규환의 상황은 필리핀 국민들의 복구 노력과 외국의 구호와 지원으로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타클로반에서는 치안 유지를 위해 자위대가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지역 라디오 FRR가 매일 9시간씩 피해상황과 구호물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피해지역의 치안유지와 구호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타클로반의 참상은 재난 상황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미진한 대처가 피해를 더 키웠다. 태풍이 강타해서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났을 때 1차로 상황을 수습하는 것은 해당 국가 정부의 책무이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피해상황을 축소하려하고 정치적 책임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그로인해 발 빠른 수습이 늦었다. 또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든 구호물자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배하거나 지역을 할당하는 등 대처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를 대신해 현지 구호단체들이 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이재민에게 구호품을 나눠줘야 했다. 만약 필리핀 정부가 피해 직후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구호물품이 특정지역에 몰리거나 구호단체들이 어디부터 지원해야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필리핀의 재난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국가 재난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는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워줄 때 복구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 외국의 도움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복구를 진행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리핀 정부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