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영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신문방송국장

 우리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되는 것 같다. 한 부류는 인생의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다른 한 부류는 고학년이 되었음에도, 아직 인생의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3~4학년이 되어서 “1년을 휴학하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취업준비를 위해서 영어공부를 하겠다,” “학원에 다니겠다”는 등의 말을 들으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런 이유로 꼭 휴학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한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휴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어나 학원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1년이란 시간을 생각해봐라. 1년 먼저 취업하면 최소한 2000천만원 이상은 더 번다. 이제 자신을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된 만큼 좀 더 치열해져야 하지 않을까.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은 생각해봤니.” 그러면 많은 학생들이 끄덕이곤 한다.

 인생의 목표를 정하지 못하는 것이 학생들만의 탓은 아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의 잘못이 크다. 중학생 때부터 대학입시 위주의 공부에만 주력할 뿐 자신의 인생과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할 기회가 거의 없는 교육체계, 자율적인 학습보다는 학교와 학원이 정한 방식에 따라 타율적으로 학습하는데 익숙하게 만든 교육 풍토에 책임이 있다.

 그렇다 해도 교육제도의 잘못을 탓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결국은 본인이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의 모든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취업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면 취업진로처에 가면 된다.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으면 매일 1시간씩만 글로벌 존에 머물고, 매번 모의 토익시험에 응시하고, 강화 토익캠프에 가고,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영어 학습 앱을 다운로드받아 듣고, 가천하와이교육원에 도전하면 된다. 그리고 외국대학의 교환학생으로 가는 것이다. 인생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지도교수나 선배를 찾아가면 된다. 용돈이 필요하면 편의점의 알바를 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근로장학생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신입생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대학은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고교와 달리 스스로 찾아 하는 곳이다. 졸업할 때에는 이것을 잘 찾아 이용하는 학생과 그렇치 않은 학생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실제로 고학년이 되어서 영어 성적과 진로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보면 학교의 이런 시설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곧 겨울방학이다. 방학에도 대학은 쉬지 않는다. 따뜻한 도서관, 글로벌 존, 취업진로처 등 학교는 항상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방학에도 학교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보자. 그리고 무언가 하나를 성취하기 위해서 도전해보자. 좋아하는 소설가의 모든 작품을 읽어본다든지, 광고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광고 공모전에 도전해보든지,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에 도전한다면 도서관에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늦게 나가는 학생이 된다든지,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본다든지…. 그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기도 하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에 진지해지고 목표가 뚜렷해진다. 많은 학생들이 스펙을 이야기 하지만,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스펙의 유효기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꾸준히 파고들다보면 저절로 스펙이 쌓인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 컴퓨터, 전문지식 등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한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대유행을 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반기지 않는다. 청춘이 겪는 아픔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 아픔을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물론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20대는 미래를 개척하고 성장해야 하는 세대다. 20대의 최대 장점은 젊다는 점이다. 젊기 때문에 며칠 밤을 새도 끄떡없고, 아무렇게나 입어도 아름답고, 무엇을 먹어도 탈이 없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우리 학생들을 볼 때마다 ‘젊음이 아름답다’(Young is beautiful)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젊다는 것은 장점이 많다. 올 겨울에는 우리 학생들의 ‘젊음’이 학교를 후끈하게 만들기를 고대해본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