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이하 대의협)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지난 10일 하루 동안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지난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대의협이 정부의 정책에 반발한 부분은 크게 3가지였다. 이 중 원격진료제 추진에 관해 양측이 가장 큰 대립을 보였고 의료법인의 영리목적 자회사 설립 허용에 관한 이견도 쟁점 중 하나였다. 이러한 쟁점 사항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진 의사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파업하는 것이 정당한 지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노인,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원격진료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원격진료는 컴퓨터를 통하여 의학영상, 동영상, 환자기록 등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고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효정(이하 이) :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고 진찰을 하지 않으면 오진의 위험이 있고 이는 의료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은 원격진료를 통해 의료의 질과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원우(이하 김) : 우리나라는 의료취약 지역이 존재한다. 경북 영양군이 대표적인 의료취약 지역인데 원격진료를 시범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사업에서 의료사고는 단 한 차례도 발생되지 않았고 주민들 중 84.6%가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여 원격진료사업을 연장해서 실시하기 까지 했다. 원격진료는 의료 취약 지역에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이나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심영서(이하 심) : 원격진료를 실시하면 충분한 자본을 가진 대형 병원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네의 작은 병원이나 개인 병원은 자본의 부족 문제로 원격 진료를 실시할 기반을 마련해내지 못할 것이고 이는 중소병원의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법인이 영리목적으로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현재 의료법인은 법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없으며 환자나 직원의 편의를 위해 편의점, 식당, 장례식장 등 일부 부대사업만 허용되고 있다.)

 

  김 :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이 가능해지면 병원은 자회사를 통해 호텔업, 의료기구업, 여행업, 체육시설업 등의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병원은 자연스럽게 환자의 이익보다 수익사업에 치중할 것이다. 자회사 제품의 끼워팔기와 같은 행위가 성행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다.

 

  심 : 자회사 설립을 통해 향상된 의료 서비스를 누리게 될 수 있다고 본다. 돈 있는 사람은 더 나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제도가 이를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적자를 내고 있는 병원의 재정 상태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전체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 : 현재의 의료 체계에서도 돈 있는 사람은 충분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병원의 1인실이나 VIP룸, 선택진료제 등의 제도를 통해서 말이다. 또 의료는 어떤 상황에서도 의료를 위한 의료를 해야 한다. 의료에 수익사업이 연관되면 병원의 관심사는 환자의 생명이 아닌 수익사업이 될 것이고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은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심 : 의사의 파업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더라도 그들을 응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환자에게 피해가 올 수 있고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들의 투쟁이 우리나라 의료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일 수 있다. 이번 휴진 사태에서 그들이 투쟁한 이유 중 하나도 우리나라가 의료 민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 의사라는 직업은 높은 사회적 책임이 동반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이번 집단 휴진을 어떤 이유와 명목으로 했던 간에 결국은 환자의 불편을 담보로 한 투쟁이었다.

 

  김 : 의사라는 직업에 사회적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도 어찌됐던 우리나라의 국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부당한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격은 누구나 있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 의료를 관리하는 국가에서는 의사들의 파업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국민들도 자신의 불편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파업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 이유가 정당하다면 눈감아줄 수 있는 선진화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