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실 분들은 비행기 날개 위에서 마음껏 피우실 수 있습니다. 흡연하시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조용하던 비행기 안이 갑자기 웃음바다로 변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기내 방송 중의 일이다. 비행에 대한 심적 부담으로 긴장하고 있던 승객들은 기장이 던진 농담 한마디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렇듯 유머(fun)는 우리 일상의 청량제역할을 한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 혹은 ‘웃음’이라는 요소가 빠지지 않는다.
펀에 대한 관심과 펀 소비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여 웃음 관련 마케팅 업체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웃음관련 강좌마다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하는가 하면 심지어 웃음 다이어트, 웃음 펀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경영 트렌드의 하나로 ‘펀(Fun)경영’이 새로운 경영기법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LG 등 대기업은 2~3년 전부터 ‘펀(FUN) 경영’을 도입했고 중소기업은 물론 관공서, 금융권까지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펀경영은 미국에서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경영전략으로 직원들의 유머감각을 독려하면서 직장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경영방침을 말한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재미(Fun)를 단순한 흥미 차원이 아닌 삶의 에너지로 바꿈으로써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들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경영을 일컫는다.

펀경영은 개인의 고정된 일상관념을 타파하고 친근감, 사회성, 창의력 발달을 증진시킨다. 또한 표현력과 커뮤니케이션 및 스킨십 향상은 물론 나아가 직장 내 활기와 즐거움이 넘치게 해 긴장을 해소시켜 산업재해를 방지하고, 집중력,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1996년 캐나다 캐드릭 펜위크의 ‘웃음이 작업능률 향상시킨다’는 보고서에 의하면 사기진작이 15% 생산력이 40% 증가한다고 전했다.

웃음이 주는 경제적 가치를 돈으로 정확히 환산할 수는 없지만 산업재해, 노사분규, 의료비 등 이 1/3로 감소하고 생산성은 배가 된다는 보고서도 존재한다.
이처럼 실제로 펀경영의 효과가 드러나면서 유머경영·유머리더십등 기업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인 유머경영연구소는 삼성, LG, 현대그룹 등 500여개 기업은 물론 서울시청 등 주요 관공서의 특강 요청이 늘어나 한달에 40~50회 강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와 이에 따른 상시 구조조정 여파로 사회·경제적으로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기업 사이에서 ‘유머경영’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직장인 사이에서도 생존경쟁의 무기로 유머가 부각하면서 딱딱한 분위기를 벗고 유머 있는 사람으로 변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임원급을 대상으로 유료정보 사이트 ‘세리CEO’ 회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머에 관한 5가지 항목의 설문 조사 결과에는 이 같은 세태 변화가 잘 나타나 있다. 우선 웃음과 유머를 경영의 주요 축으로 삼는 ‘유머 경영’이 기업 활동의 여러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아주 높았다.
또한 국내 경영자들의 이런 인식은 직원 채용 과정에도 상당 부분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머가 없는 사람보다 유머가 풍부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싶다’라는 항목에 77.4%(‘그렇다’ 50.9%, ‘매우 그렇다’ 26.5%)의 응답자가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이는 유머 감각이 있는 직원이 업무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조직문화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경영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유머를 잘 구사하는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일을 더 잘한다고 믿는다’는 항목에서 응답자들의 57.7%(‘그렇다’ 40.6%, ‘매우 그렇다’ 17.1%)가 동의를 나타냈다.
위 설문결과에 우리학교 박은지(일문·2) 학우는 “자신의 맡은 일을 즐거운 분위기에서 한다면 업무라기보다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애사심이 향상되고 일의 능률도 자연히 오를 것”이라며 “나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센스와 유머가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의 부분적인 전략에 불과한 펀경영을 이것만 한다면 성공한다는 식으로 모든 기업들이 대세인 듯 쫓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펀경영을 그저 ‘테크닉’의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기업들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한광일(한국웃음센터) 원장은 “너무 보여지는, 즉 이벤트성으로 생색내는 기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마음속에 스며들고, 생활화 할 수 있고, 가능한 자율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내야 한다”며 “기업의 최고 고객은 바로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로 그들이 만족해야 고객 또한 만족하기 때문에 고객을 섬기듯이 직원들을 섬기면 그 회사는 성공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펀경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은 사람으로 , 직원·고객 바로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훌륭한 일터(GWP:Gre at Workplace)운동‘의 창시자인 로버트 레버링 박사는 “회사들이 고객, 거래처 등 외부가치보다 종업원과 기업문화라는 내부가치를 중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일터는 구성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간에 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성공을 위한 경영기법으로 흉내를 내는데서 그치지 말고, 종업원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진정으로 Fun한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