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교수의 지성학 특강

 누구나 한 번쯤은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책『먼나라 이웃 나라』를 직접 읽었을 것이다. 『먼나라 이웃 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가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지난 18일 예음홀에서 특강을 했다. 이 교수는 현재 덕성여대 시각디자인학과의 석좌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글로벌화된 마인드와 변화의 중요성에 대해 소개했다.

이예빈 기자

 변화하는 세계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강의를 시작하기 바로 5분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독립을 하느냐, 영국에 그대로 남느냐’에 대한 투표가 실시됐다. 지난달 열흘 동안 스코틀랜드에 다녀왔다. 그 때만 해도 독립 투표의 열기를 느끼지 못했는데 현재 붐이 일어나 전 세계의 이목이 투표결과에 집중돼있다. 이것이 결정되면 전 세계에 엄청난 변형이 일어나 질서를 완전히 흔들어 놓을 것이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기본적인 개념들이 하나하나 완벽하게 깨지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고 앞으로 닥칠 미래다. 이처럼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만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180도 바뀌는 현상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 신드롬’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것은 불과 서너 달 전, 5월 25일에 생겨난 말이다. 이날 유럽연합 의회의 선거가 있었는데 프랑스와 영국에서 극우 정당이 절대다수 차지했다. 이로 인해 생겨난 말인데 왜 이런 현상에 대해 이 말을 붙였을까. 우선 이를 위해 프랑스를 설명하고자 한다. 왜 하필 프랑스인가. 그동안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던 나라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해 말하기 위함이다.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위대한 국가, 예술의 나라, 다양한 이념의 나라, 열린 자유의 나라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말들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부터 1989년까지 200년간 지속됐다.

 ‘마리안느(Marianne)’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성상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지적이고 개방적인 여성으로 5~10년 단위로 공식모델이 바뀐다. 1968년 마리안느의 모델은 브리짓 바르도였다. 모던의 상징이며 미와 지성, 글로벌의 상징이었던 그녀는 1973년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이유였다. 사람들은 다시 나타난 그녀를 보고 놀랐다. 대표적인 반이슬람, 반동성애, 반글로벌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정당의 임원이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에서 부정적으로 180도 변하는 현상을 ‘브리짓 바르도 신드롬’이라고 한다.

 혁신을 통한 위기모면

 프랑스와 영국이 변했다. 일본 역시 극우화되고 있다. 극우란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 또는 그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세력을 뜻한다. 유럽과 일본은 왜 극우화되는가. 21세기에 들어와서 오늘날 왜 시대를 역류하며 역사를 부정하는가. 이는 격변하는 세상에 대한 공포와 증오다. 공포와 위기의식은 자신의 혁신을 통해 넘겨야 한다. 오래되고 낡은 국가들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증오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우익정당의 특징이 바로 이런 것이다. 발전적이지 않고 국민에게 불안과 공포, 증오만 심어주는 것은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유럽, 특히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일본은 극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다 과거에 잘살던 나라다.

 프랑스가 당장 고쳐야할 점이 있다. 적게 일하고 많이 가져가려하는 태도다. 이와 반대로 많이 일하지만 적게 가져가는 시스템만이 살아남는다. 결국 프랑스 경제는 추락하며 최대위기에 봉착했다. 과다임금과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 개혁 부진 등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이기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영국과 같이 공동체의식이 없으며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고 밖으로 돌린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금 일본에는 한국을 반대하는 반한론과 중국 및 조선 붕괴를 주제로 한 책들이 서점에 널렸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계속해서 공포와 증오를 심어서 다른 나라를 비방하게 만드는 최악의 정책이다. 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마인드의 글로벌화는 선택 아닌 숙명

 우리는 스페인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492년,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을 통해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됐다. 또 기술적인 영토의 확대로 지리적으로 글로벌화 됐지만 정신적으로는 역글로벌화 됐다. 그 해 4월, 유대인을 제일 먼저 추방하고 아랍인을 추방하는 책령이 있었다. 그전에 유대인들은 일하지 않는 귀족들을 대신해 일 해왔다. 이들은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오늘날의 전문 직업을 가졌고 최초로 돈을 상품화한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전문직의 유대인들과 노동직의 아랍인들을 모두 내쫓으니 국가기능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최상의 국가가 된 동시에 바로 몰락하게 됐다.

 한국은 스페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경제영토가 세계 3위이며 더욱 넓힐 수 있다. 경제영토란 토지상의 영역과는 무관하게 경제적으로 같은 영역으로 편입이 가능한 권역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외국인을 차별하면 안 되지만 우리는 암암리에 그들을 차별하고 있다.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숙명적 문제다. 우리의 ‘마인드’가 글로벌화 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를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변한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은 금융 위기를 겪은 적이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에스타’라는 낮잠 풍습이 있는 나라다. 그들이 낮잠을 자는 사이 한국과 중국에서는 무섭게 일을 한다. 당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세계를 눈여겨 봐야한다. 지금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예측 불가능한 초고속 시대다. 기준가치가 변형되며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모조리 깨지고 있다. 능동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머지않아 한국과 중국의 시대가 올 것이다. 중국이 일본의 경제규모를 추월하는데 단 3년이 걸렸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한다. 절대강자는 없다. 변화에 게으른 순간 몰락이 온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네덜란드에게 5:1이라는 무참한 패배를 당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짧은 패스를 이번에도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완벽한 원칙도 하루아침에 망가질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영국과 프랑스는 안일함에 취해 발전을 게을리 했다. 독일과 일본은 패전을 계기로 항상 자기를 반추하고 결점을 고민하며 변화를 추구해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 진다는 게 무조건 불행이 아니고 이긴다는 것이 반드시 축복만은 아니다. 위기가 기회고, 기회는 위기의식을 지녀야 한다.

 날이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진다. 스스로의 변혁이 없다면 반드시 도태하게 된다. 어느 분야도 예외는 없다. 정부와 기업, 학교 그리고 개인도 경쟁력이 없다면 퇴출되기 마련이다. 또 ‘무사안일주의’는 파멸의 지름길이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 고칠 점이 분명히 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원복 석좌교수의 특강에 대해 (컴퓨터3) 학우는 “세계화된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이와 관련된 교수님의 강의가 상당히 와 닿았다”고 말했다. 김민정(관광경영1) 학우는 “강의 내용 중 ‘발전을 게을리 하고 변혁을 두려워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대목이 가장 인상 깊었다. 현재의 나를 반성하게 하며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