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담뱃값을 최소 4500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통의 공간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담배를 끊는 사람들도 증가할 것이며 그에 따라 흡연자들의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라고 인상을 옹호하기도 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국민건강을 핑계로 세금을 더 걷으려는 것 아니냐”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한 찬반 양측의 논리를 정리해보았다.

김재승, 홍연경 기자

 -이래서 담뱃값 올린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논란은 정책의 의도가 흡연자들의 금연 확대라는 순기능보다는 세수증대에 무게가 실린 전략적 이면이 있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이번 인상안에 제시된 금액인 4500원에 대해 금연자를 어느 정도 늘리면서 세금수입을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수치로 설명하는 자료들도 제시되고 있어 이러한 의혹에 개연성을 실어주고 있다. 일례로,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우는 흡연자가 1년 동안 내게 될 세금이 9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재산세로 내는 돈과 비슷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부담 느는 건 결국 서민’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반면에 흡연율을 잡기 위한 노력이 이제는 솜방망이의 모습을 벗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는 방향이 다른 정책이냐는 비난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복지’ 차원에서만큼은 국민의 건강증진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보는 것이다.찬성

 1. 체감을 시켜야 끊는다.

 담뱃값 인상이야말로 확실한 금연의 유인책이다. 흡연자가 물리적으로 체감하기 힘든 방법으로는 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 5년간 진행한 금연캠페인 활동을 통해서 떨어뜨린 흡연율이 1%에도 못 미치는 0.8%에 그쳤다. 이마저도 금연캠페인과는 무관하게 다른 요인에 기인한 변동인지 불확실하다. 가격을 올리는 것만큼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인 게 없다. 지난 2004년 담뱃값 인상에서 성인 남성 흡연율이 60%에서 51%로 급감한 사례를 돌아봐도 흡연율을 체감시키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2. 물가상승과 국제 기준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되며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물가상승률에 비추어서도 타당하다. 현 정부가 실현하려는 ‘증세 없는 복지’에는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다. 2015년 예산 발표에서도 보건·의료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을 낮추면서도 상당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담뱃값 가운데 세금(1549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62%로 WHO에서 권고하는 70%를 밑돌고 있다. 인류 건강을 위한 국제적 기준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현재의 모습 또한 담뱃값 인상에 타당성을 더한다.

 3. 청소년 흡연율은 절대 줄여야

 청소년 흡연율 감소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성인흡연율 못지않게 심각한 실정이다. OECD 주요 15개국 중 1위이고, 고등학교 3학년 흡연율(25%)이 미국 청소년에 비해 약 2배에 이른다. 청소년 최초 흡연 연령이 10~13세로 낮아진 것도 싼 담뱃값과 무관치 않다. 청소년들의 경제력 한계를 이용해서라도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잡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반대

1. 서민만 울리는 가격인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이 지난달 1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을 위한 금연정책이라는 응답은 33.0%에 그쳤다. 반면 부족한 세수를 서민에게서 충당시키는 서민증세라는 응답은 61.1%인 것으로 조사됐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하루에 담배를 한 갑 피우는 흡연자가 내야할 한 해 세금이 총 121만 1,070원이다. 최저시급으로 일하는 연소득 1000만 원의 흡연자가 연소득 4,745만 원의 근로소득자가 내는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금액의 세금을 내게 되는 것이라 하면 문제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2. 가격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격 인상만이 금연을 촉구하는 방법은 아니다. 금연구역정책이나 흡연자 금연지원서비스 확대, 담뱃갑 건강경고문 강화 등 비가격적인 방식의 금연정책 강화전략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미국,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담뱃갑에 혐오그림을 삽입해 금연효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담배소비량에는 가격정책 외에도 기타 비가격적인 정책이나 흡연에 대한 인식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함을 유의해야 한다.

 3. 가짜 담배가 유통될 것

 영국은 대폭적인 담배세 인상 이후 담배시장의 30% 정도가 밀수, 위조 담배로 채워져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흡연율 상승으로 골머리를 썩은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2006년 담뱃값을 인상하고 나서 2013년과 비교했을 때 합법적 세금납부 담배 판매량이 26% 감소했다. 불법거래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밀수나 위조 등 불법 담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바로 인접한 중국이 세계적인 위조담배 제조, 밀수출 지역이기 때문이다.

결론

  1. 물가상승률과 실질소득증가율을 고려해서 가격을 올려야한다.

 무작정 인상은 원성만 불러올 것이다. 담배값 인상이 가격폭등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물가상승률과 실질소득증가율을 고려해야 한다. 물가상승률만 고려한다면 정도를 지나칠 수 있다. 동시에 소득의 증감을 고려해 인상률이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부담의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결정할 때 바람직한 방법으로 흡연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2. 세수구조를 개편해야한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것에 국민들이 ‘세수확보’라고 의심하는 것은 지금 담배세의 대부분이 흡연자의 건강증진과 무관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의 경우 담배세 중 금연 치료와 흡연예방 사업 지원 비율은 1.2%에 그쳤다. 세수구조를 개편해서 금연 장려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

 지방세, 교육세 등의 비율을 낮추고 대신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비율을 대폭 올려야한다. 그 돈으로 금연상담 및 교육과 치료, 흡연예방 사업 등을 지원하면 흡연율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 금연의 비가격적 측면을 강화해야한다.

 현재 정부는 금연구역 확장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부스의 설치가 필요하다. 금연자뿐만 아니라 흡연자들도 개인의 기호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흡연자들이 지불한 담배세 중 1%정도만 흡연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는 금연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소극적임을 보여준다. 담배세 중 많은 부분을 금연자를 위한 인센티브로 사용하여 금연을 격려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