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하던 ‘아침편지’ 발행인 고도원 이사장의 지성학 특강이 지난 달 27일 예음홀에서 있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고도원 이사장이 독서를 하며 직접 밑줄을 그어놓았던 이상적인 글귀에 짧은 단상을 덧붙여 매일 아침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배달된다. 그는 현재 아침편지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명상센터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힐링캠프’와 ‘링컨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살다보면 점이 하나 찍히는 날이 있다.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작의 점이다. 작은 글귀 하나가 어떤 사람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포인트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포인트는 ‘터닝 포인트’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고자 한다. 작게는 0.1도, 많게는 180도까지…. 작은 0.1도가 1년, 2년, 10년이 됐을 때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포인트는 한 신학자의 표현에 따른 ‘오메가 포인트’다. 장차 길을 잃어도 찾아갈 수 있는 점이다. 이것을 꿈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 방향인 꿈을 얘기한다. 각자의 가슴에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방향의 새로운 목표를 찍어주고자 한다.

 여러분에게 또 하나의 꿈 이야기를 하러왔다. 그것은 ‘꿈 너머 꿈’이다. 한글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내가 창조한 말이자, 내 책 제목이기도 하다. 꿈이 이뤄진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게 바로 ‘꿈 너머 꿈’이다. 백만장자가 되길 바라는 것은 자신만을 향하는 꿈이다. ‘좋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이타적 방향, 이타적 목표를 가지면 그 꿈은 위대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꿈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게 ‘꿈 너머 꿈’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성공할 수 있지만 꿈 너머 꿈을 가진 사람은 위대해 질 수 있다. 이뤄지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그 목표로 가는 여정 그 자체가 아름다운 일이다.

 나에게도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그날은 바로 2001년 8월 1일부터 쓴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처음 시작된 날이다.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던 시절 나는 대통령의 연설문, 기고문 등을 쓰는 1급 비서관이었다. 그때 내 인생에 많은 포인트가 찍혔다. 비서관이 되기 전 사회부·정치부 기자를 했고, 그 전에는 잡지 《뿌리깊은나무》의 기자도 5년 했었다. 비서관이 된 후 일주일에 3~10건의 대통령 연설문을 썼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니 몸이 아파 머리에 김이 나기도 하고 온몸에 쥐가 났다. 새벽에 대통령의 관저에 가야해 일어났는데 몸이 안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다가 목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툭 끊어진 것 같은 고통을 받았다. 그 짧은 순간이 지금 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날 이후 내 인생이 달라졌다.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연대 백양로에 있는 은행나무들을 보고 엉엉 울었다. 뭐가 소중한지 내가 뭘 놓치고 살았는지 알게 됐다. 겁이 없어지고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리고 내 삶이 조금은 이타적인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 바늘구멍만한 숨구멍이라도 내자고 시작한 게 고도원의 ‘아침편지’다.

 내가 희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절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학교 3학년 때 만난 아내와 셋방에서 전기밥솥 하나로 살림을 시작했다. 신혼여행 갈 돈이 없어서 결혼식을 마치고 셋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 후 처음 시작한 일이 포장마차였다. 4년 동안 돈을 모아 문방구를 계약했는데 복덕방아저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하늘이 노래졌고 혀가 탔다. 물을 마셨지만 물이 삼켜지지 않았다. 그 후 웨딩드레스 대여업을 하다 아내가 유산을 두 번 했다. 8개월을 넘긴 유산이었다. 만삭의 몸으로 언덕 끝에 있는 집에 웨딩드레스를 들고 다니다 넘어진 탓이었다.

 어느 날 내 인생에 포인트가 찍혔다. 그 자리에서 번쩍하는 영감을 가지고 아내에게 오늘부터 꿈을 먹고 살자고 말했다. 울먹이며, 죽기 전에 대통령 연설문 하나는 쓰고 죽을 거라 말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잡지사 《뿌리깊은나무》에 취직이 돼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나 전두환 대통령이 《뿌리깊은나무》를 강제 폐간시켰고, 또 절망에 빠졌다. 인생이 다시 저점으로 떨어졌다.

 귀인을 만나는 순간은 저점에 떨어졌을 때다. 인생의 고점에서 만난 사람이 같이 가는 동행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당시 중앙일보 기자였던 최우석씨가 《뿌리깊은나무》의 내 글을 보다가 나를 신문기자로 채용했다. 정치부기자로서 청와대까지 들어갔다.

 여러 정당에 출입을 하다가 평민당이라는 곳에 출입하게 되었다. 그 당시 평민당 총재가 김대중씨였다. 젊은 기자들과 다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그와 내가 한 권의 책을 놓고 정치얘기를 하니 다른 기자들이 경이로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 후 김대중씨가 청와대의 대통령이 되고 나를 청와대로 불러 연설비서관이 되겠냐고 물었다. 꿈을 직접 소리 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꿈이 실현됐던 점, 그 포인트다.

 아까 말했듯 몸이 무너지고 나서부터 ‘아침 편지’를 시작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반복은 두려움을 갖게 하고 테크닉의 한계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최저점에 닿았을 때나 영감이 솟는 에너지가 없던 그때, 나아가는 힘을 얻기 위해 내가 찾은 것은 명상이다. 내가 명상을 처음 알게 된 게 49살이었다. 전 세계의 명상센터를 다녔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명상을 하기에 좋은 ‘깊은 산속 옹달샘’에 8000여 명이 거쳐 갔다. 오늘의 터닝 포인트는 어떤 사람의 길에도 굴곡이 있고 기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고점에 올랐을 때는 즐겁지만 반드시 저점이 있기 마련이다. 좌절하지 말고 꿈 너머 꿈을 가지면 꿈은 아름다운 방향으로 터닝 할 것이다.

김지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