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1일, 우리학교 졸업생들의 학위 수여식이 있었다.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더불어 아쉬움도 가득했다. 이제 졸업생들은 취업, 대학원진학, 유학 등 각자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한편, 충남의 한 대학은 십년 연속 졸업생 취업률 100%라는 성과를 얻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학이 이 같은 성과를 낸 데에는 대학원생과 연계한 연구 활동 및 졸업작품전과 현장 교육·실습, 토익600점을 내용으로 하는 졸업인증제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경원의 색을 살린  공통졸업과제 부재

현재 우리학교의 졸업요건 현황을 살펴보면, 요람에 제시된 학점이수가 공통이고 각 과별로 졸업시험, 졸업작품전평가, 졸업논문 등으로 차이를 둔다.졸업논문으로 평가하는 과는 인문대 전학과와 법학과 행정학과 등 13개의 학과로 졸업논문평가가 졸업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공과대학의 4개 학과와 미술대학의 전 학과 등 12개의 학과는 졸업작품전의 평가를 받는 데 평가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졸업에 영향이 가지만 그 같은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졸업시험을 보는 학과는 자연과학대학 전학과와 회계학과를 제외한 경상대학 전학과 등 21개 학과로, 학과에서 정한 과목을 보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재시험 등으로 졸업을 못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 외에 음대의 경우는 졸업연주와 작품발표로 평가를 받고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졸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학교의 경우, 각 과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가의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학교 졸업생만의 특성과 강점을 갖출 수 있는 공통의 졸업인증제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길우(학사관리팀) 팀장은 “학칙상에는 ‘졸업인증제’가 명시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며 “1~2년 전에 졸업인증제에 대해 구상한 적은 있지만 아직 각 단대에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법정대에서 자체적으로 졸업인증제 안을 마련해 검토 중”이라며 “추후 타 단대들에서도 요구가 있을 경우 시행하는 쪽으로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대의 졸업인증제는  어떻게 이뤄지나?

성균관대의 경우, 지난 1996년 이후 입학자를 대상으로 ‘3품제’라는 졸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3품제는 졸업을 위한 필수 요건 중의 하나로 ‘인성품’, ‘국제품’, ‘정보품’ 3분야를 본다.

인성품의 경우, 성균관대의 특성을 살린 유학관련과목 5개 중 한 과목을 이수하고 사회봉사활동을 30시간 이상 이수해야 취득할 수 있고 국제품의 경우, 학교에서 제시한 외국어 중 하나를 택해 인증기준에 달하는 얻을 경우 취득할 수 있다. 또한 ‘정보품의 경우’ 성균관대에서 개설한 정보품 인증시험인 ‘e-Test’에 응시하여 일정 등급에 달하거나 학교에서 인정하는 컴퓨터관련 자격증을 보유하는 경우에 취득할 수 있다.

이에 김충환(성균관대 학생지원팀) 씨는 “3품제는 우리학교의 건학이념 실천을 위해 실시됐다”며 “취업에 있어 어학은 필수 조건이고 봉사활동 비중도 커졌는데, 3품제를 통해 그 같은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건학이념에 맞춰 실시되는 만큼 졸업생들에게도 의미가 있고, 대외적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학교의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졸업인증제로 인해 학생들이 가질 수도 있는 부담에 대해 “시행한 지 시간이 지나 지금은 체계가 잡혔다”며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회봉사프로그램을 소개하거나 국제품과 관련한 어학원 개설과목에 대해 재학생 할인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숙명여대의 경우 각 과별로 졸업논문의 차이가 있고, 공통으로 ‘MATE’라는 영어인증과 정보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정보인증이 있다.

특히 MATE의 경우는 숙대에서 자체개발한 시험으로 3학년을 대상으로 무료시험을 실시하여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있다. 또한 수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한 만족도에서도 60%에 가까운 학생들에게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한남대의 경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재학기간 중 72시간 봉사활동 의무실시를 내용으로 하는 ‘봉사활동 졸업인증제’를 시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달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헌혈봉사를 한 학생들에게 3시간의 봉사활동을 인정해 주는 등 대학생활의 시작부터 봉사의 중요성을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작정 강화가 대책은 아니다 

하지만 졸업인증제를 무작정 강화한다고 해서 취업률과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것은 아니다.

서울 모 여대의 김정화(가명·24)씨는 졸업 전 취업이 된 상태이지만 졸업인증제 중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해 졸업장 대신 수료증을 받아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이 대학은 졸업사정위원회를 열어 구제 방법을 논의 중에 있다.

또한, 졸업인증제를 시행했던 경희대 역시 강제성과 지원 부족이 문제가 돼 필수 조건이었던 TOEIC을 선택조건으로 바꾸는 등 제도를 완화했다. 이에 경희대 사회과학부의 한 학생은 “선배들이 TOEIC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졸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부담이 됐다며 반발해서 완화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졸업인증제의  개선방향은?

일부 취업생들의 불만과 학생들의 부담같이 고려사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재고를 위한 졸업인증제 강화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다. 정혜연(불문·2) 학우는 “타대의 경우 영어시험이라든지 자격증 취득을 내용으로 하는 졸업인증제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학교만의 특성을 살린 졸업인증제를 시행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학우는 “하지만 졸업인증제를 강화시키는 가운데 전공이수에 무리가 없도록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신재욱(신방·00) 동문은 “학교의 경쟁력 재고를 위해 졸업인증제 강화는 필요하다”며 “실행 전 많은 사항을 고려해 점차적으로 강화해야 학생들에게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에 이길우 팀장은 “학생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한 졸업인증제 강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다행”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한 이 팀장은 “우리 역시 졸업인증제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에 있지만 공통 졸업인증제의 경우에는 강제성이 있다”며 “정원 외 학생, 편입생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은 각 단대별로 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졸업인증제 시행에 따른 지원방향에 대해서 이 팀장은 “아직 졸업인증제와 관련한 지원방안은 검토해 보지는 않았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