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丙戌年)’ 개띠 해를 맞은 올해, 방송사들은 개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동물프로그램의 코너를 통해 개의 능력과 사람과의 친밀성을 그려냈다. 또한 모 백화점은 고객들에게 강아지 모양의 저금통을 사은품으로 나눠 주었고, 한 도자기 회사는 강아지 캐릭터의 식기세트를 선보이는 등 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여느 해보다 높다. 하지만 위처럼 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따뜻하고 밝지만은 않다. 언론에서는 ‘복덩이’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비춰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경제, 위생, 공간문제 등으로 인해 ‘천덕꾸러기’로 전락, 연간 10만 마리에 달하는 개들이 버려지고 있다.

동구협을 찾아가다

1호선 맨 끝에 위치한 의정부북부역. 양주시에 위치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역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했다.

페인트가 깔끔하게 칠해진 협회 정문에는 ‘용무가 있으신 분은 직원호출을 하세요’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협회 건물에 들어서서 머쓱해하는 우리를 반겨준 사람은 임성규(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과장이었다.

협회에서 일한지 3년이 넘었다는 임씨는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여기서 일 못하죠”라고 말한다. 협회 일이라는 게 남에게 인정받는 지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수익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란다.

짧게 인터뷰를 마친 후, 임씨는 출입증을 나눠 주며 유기견계류장으로 안내했다.

긴 귀의 비글부터 얼굴이 납작눌린 시츄까지

건물에서 나와 낮은 철문을 열고 계류장 마당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총 5개의 컨테이너 건물로 이뤄져 있는 계류장은 개의 크기와 성별에 따라 분리 되어 있었다. 최대 2천여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이 계류장은 유기견 발생률이 높은 여름에는 빈 곳 없이 꽉꽉 찬다고 했다.

우리가 처음 들어간 곳은 소형견계류장. 서너평 남짓한 공간에 십 여마리 정도의 개들이 있었는데 자신들을 찾아 온 낮선 손님들이 반가운 건지 경계하는 건지 계속 짖어댔다. 결국 우리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당황해 서둘러 계류장을 나와야 했다.

두 번째로 들어간 곳은 중형견계류장. 긴 귀가 매력적인 비글부터 얼굴이 납작 눌린 시츄까지... 소형견사보다 많은 개들이 우리를 반겼다. 특히 중형견사 가장 안쪽에 마련된 피부병동의 개들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 봐 한참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중형견계류장을 나서며 임씨는 “매일 구조대원들이 각각 맡은 구역을 돌면서 유기견들을 구조해 오는 데 겨울에는 하루에 5십마리, 여름에는 백마리가 넘게 구조해 옵니다”라며 계류장에 수용가능한 유기견의 수는 한정 돼 있는 데 반해 구조되는 유기견의 수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기만 하고 좀처럼 줄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조된 유기견들이 계류장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한 달로 한정 돼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죽음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한편, 협회에서 구조한 유기견들은 이 곳에 머물며 주인이 찾으러 오기를 기다리거나 새 주인을 기다린다고 했다. 하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안락사당한다고 했다. 임씨는 “안락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라며 “버림받은 개들을 이곳에 방치한 채 외로움과 병으로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게 안락사보다 더 잔인한 겁니다”라며 안락사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애견역사가 긴 영국,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유기견문제에  달리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보호기간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는 계류기간이 일주일로 우리보다 훨씬 짧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대형견계류장을 돌아보며, 이곳이 아니라면 북극의 시원한 눈길을 달리고 있었을 시베리안 허스키의 목을 쓰다듬었다.

협회 본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한번은 개를 잃어버렸다며 찾으러 온 부부가 있었는데 개를 보니까 너무 지저분하고 병들고, 주인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뚝 떼더군요”라며 “개는 주인을 알아보고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했는데...”라며 씁쓸한 듯 말했다.

첫째도, 둘째도 ‘주인의식’

시간은 오후 1시, 그는 “식사하셔야죠?”라며 우리를 협회 2층 숙소로 안내했다. 6~7개의 방과 두 개의 화장실, 부엌과 마루로 이뤄진 숙소는 넓은 고시원 같았다.

식탁에 둘러 앉아 점심을 먹으며 그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곳은 일반인이 출입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렇지 않습니다. 개를 좋아하는 분이면 누구든지 방문이 가능합니다”고 말했다.

또한 유기견 발생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경제문제나 위생문제가 가장 큰 원인일거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애완견을 하나의 생명이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생명경시, 말을 못하는 짐승이므로 더욱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주인의식’ 없는 주인들의 태도가 유기견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한편 입양조건을 이야기하던 그는 ‘중성화수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중성화수술이란, 쉽게 말해 불임수술을 가리킨다. 그는 “애완견이 임신해 새끼를 낳을 경우 모든 새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며 “이럴 경우 지인에게 주거나 분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준비되지 않은 주인에게 넘어 간 개들은 유기견이 되기도 쉬울 것”이라며 중성화수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반가울 수 없는 신입견들과의 만남

해가 떨어지고 유기견 구조를 위해 나갔던 구조대원들이 하나 둘씩 돌아왔다. 그리고 구조된 유기견들은 한 마리씩 협회 옆 신입실로 옮겨졌다.

“도봉구, 성북구, 용산구, 동대문구, 종로구, 중구, 강북구를 돌았는데 10마리를 구조했습니다” 오늘 구조해 온 유기견들을 신입실로 옮긴 후 라해용(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구조대원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인의 소개로 협회의 구조대원이 됐다는 라 씨는 “처음엔 사랑스러워 하며 정주며 키웠을 텐데 무참히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기억에 남는 유기견에 대해 이야기했다. “민원이 들어와서 북한산에 구조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개가 나무에 묶여 있더군요. 산 속이라 습해서인지 피부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죠”라며 “버려지는 것만해도 너무 불쌍한데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싶더라구요”라며 씁쓸한 듯 이야기를 끝맺었다.

또 다른 구조대원인 신문선(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씨는 “구조하는 모습을 보면 유기견들을 험하게 다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라며 “한참 신경이 날카로운 개를 저도 개도 모두 안전하게 하기 위한 건데 좀 섭섭하죠”라며 심정을 밝혔다. 신 씨 역시 지인의 소개로 구조대원이 됐다고 한다.

교육체계에 대해 묻자, 신 씨는 “훈련이나 교육이 따로 이뤄지는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공부해야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단순히 개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구조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은 저녁 6시, 신입 유기견들의 정리가 끝나고 기자일동은 협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길을 나섰다. 버려진 개들의 외로움이 전해진 탓일까. 길을 걷다 돌아 본 협회의 모습은 황량하고 쓸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