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감정노동자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밝은 미소를 짓는 안내원들의 친절한 태도는 고객들의 기분을 절로 좋아지게 한다.

  이들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들이다. 감정노동이란 마치 삐에로처럼 자기의 감정 상태와는 무관하게

미소, 친절 등 특정한 감정 상태를 지속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노동유형을 말한다.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감정노동 상위 10개의 직업으로 승무원, 홍보도우미, 통신서비스 판매원, 리포터, 음식서비스 관련 관리자,

검표원, 패스트푸드업 종사자, 고객상담원, 미용사가 꼽힌다. 대부분 서비스직이다.

  감정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와 관련된 오는 인격무시, 폭언, 성희롱 같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감정노동의 몇 가지 사례와 실제 감정노동을 경험한 학우들의 고충을 살펴보고 그러한 어려움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알아보자.

강아름, 박성모 기자

 사례

  1.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6년 정도 일했다. 밤에 술에 취한 고객이 식탁에 앉아 ‘저 ××는 과거 행실이 저러니 결국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나 할 수밖에 없는 팔자’”라고 말한다. 간혹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24·여·패스트푸드점 점원)

  2. “한 달에 다섯 번씩 오는 ‘VIP 진상 고객’이 있다. ‘항상 하는 일인데, 알아서 잘 해야지·’, ‘메모할 시간에 머리를 써라’고 하면서 나를 종 다루듯 하는 태도에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고객은 갑이다. 참을 수밖에 없다.”                                                                           (23·여·호텔 직원)

  3. “꼬투리 잡고 득 보려는 ‘블랙 컨슈머’가 많다. 블랙 컨슈머들은 말이 안 먹히면 상담원의 불친절을 이유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정신적 피해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규정도 없어, 결국 고객 마음대로 된다.”                                              (30·여·인터넷 쇼핑몰 고객센터 직원)

  4. “‘이거 얼마야?’라며 반말하는 고객이 많다. 모든 물건의 가격을 알 수는 없으니 ‘한 번 찍어 볼게요’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이것도 모르냐’며 화를 낸다. 어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없으면 ‘왜 이것도 안 갖다 놨어’라며 화를 낸다.”                                     (20·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출처:동아일보〉

문제는 방광염…우울증…자살충동도

  감정노동은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질병에는 방광염, 심뇌혈관 질환 등이 있다. 또한 정신적 질병에는 우울증과 자살충동,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등이 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란 웃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밝은 표정을 짓지만 지속적으로 우울한 심리상태를 갖고 있는 것을 뜻한다.

  서비스의 질과 양에 대한 고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관계자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서비스방법에서 벗어나 더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획일화된 고객 응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에게 획일화된 감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요구했다.

해결은 상품 아닌 인격으로 대해야

  감정노동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는 감정노동자를 상품이 아닌 인격으로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은 고객과 종사자, 상호간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한다. 또한 이로 인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악용되지 않도록 안내서를 명시화해야 된다. 그리고 고객들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지 말고 감정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여야 한다.

  이처럼 서로를 존중하는 소비문화가 만들어지면 감정노동의 문제점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학우들이 경험한 감정노동

가족 친구들과 많이 대화

김예림(간호2) 학우

  -감정노동 경험이 있는가. 그 직업과 이유는.

  작년 여름, 가전제품 AS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에어컨 문의전화를 담당하게 됐는데 무작정 교환·환불을 요구하고, 당장 고쳐달라는 항의 전화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을 스트레스의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런 고객이 있다’며 얘기해주고 가볍게 웃어 넘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 바라는 점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조금만 배려해준다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요가로 분노 다스렸다

오미선(응급구조4) 학우

-감정노동경험이 있는가, 그 직업과 이유는.

  응급구조학과 학생으로서 구급현장실습을 나갔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한 취객이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취객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지만 응급구조사로서는 어쩔수 없이 취객을 병원에 이송시켜야 했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과 정반대되는 분위기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시끄럽고 급박한 상황인 현장과는 달리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는 요가를 추천한다.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 바라는 점.

  무엇보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행동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미리 생각해보고 행한다면 감정노동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점원은 하인이 아닙니다

김동진(방사2) 학우

-감정노동 경험이 있는가. 그 직업과 이유는.

  캐셔랑 바텐더를 했었다. 본래 업무만으로도 바쁜데 고객이 개인 업무를 계속 시킨다. 그리고 취객을 상대하다 보면 그들의 심한 말 때문에 기분을 상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분위기를 바꾼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거나 맛있는 저녁식사를 생각하며 힘을 낸다.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 바라는 점.

  점원을 하인 부리듯 일을 시키는 고객이 많다. 개인적인 일을 시키지 않으면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이 많이 덜어질 것이다. 그리고 점원도 사람인지라 실수도 할 수 있고 모를 수도 있다. 사소한 실수에 역정 내는 것을 자제해준다면 고객이나 점원이나 모두 얼굴 붉히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