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어떤 엄마가 낳아줘서 태어난 걸까.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서 ‘어의가 없어요’를 제치고 ‘감기 빨리 낳으세요’가 거슬리는 맞춤법 1위를 차지했다. ‘낫다’에서 ‘ㅅ’이 빠지며 ‘나아’로 활용되면 ‘낳아’와 발음이 같아져 혼동이 생긴 것이다.
 최근 이렇게 해괴한 맞춤법 사용이 거의 일상이 되고 있다.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영어 스펠링은 틀리면 무식하다고 하지만, 틀린 한글 표기를 지적했다가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치부 된다. 게다가 막상 한글을 바르게 쓰려 해도 쉽지가 않다. 한글은 항상 접하는 것이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르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에도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진 한글, 그것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문법은 언어생활의 기본이고 국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본지는 우리 학우들의 맞춤법 수준을 알아보고 올바른 사용을 격려하기 위해 교내에 맞춤법 문제를 게시했다. 문제는 국립국어원과 우리말 배움터 사이트를 참고해 선정했다. 학우들에게 문맥에 알맞은 말을 찾도록 한 결과 오답이 과반수인 경우도 있었다. 다음은 학우들이 가장 많이 틀린 맞춤법 문제 5개이다.

1위. 뭘 그렇게 혼자  거리고 있니?  구시렁16.7% vs 궁시렁83.3%

 다섯 개의 질문 중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문제다. 많은 학우들이 정답으로 ‘궁시렁거리다’를 뽑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하다’를 나타내는 말로 ‘구시렁거리다’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궁시렁거리다’는 ‘구시렁거리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아울러,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자꾸 듣기 싫도록 하는 모양을 나타낼 때도 ‘궁시렁궁시렁’이 아닌, ‘구시렁구시렁’이라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외에 헷갈리는 의태어로 ‘깡충깡충’, ‘껑충껑충’, ‘깡총깡총’이 있다. 첫째는 짧은 다리를 모으고 자꾸 힘 있게 솟구쳐 뛰는 모양을, 둘째는 긴 다리를 모으고 계속 힘 있게 솟구쳐 뛰는 모양을 나타낸다. 다리 길이에 따라 구분하는 의태어의 재미있는 요소이다. 마지막은 ‘깡충깡충’의 잘못된 표현이다. ‘깡충깡충’이나 ‘껑충껑충’을 쓰도록 하자.

2위.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상품을 드립니다  맞히면57.1 vs 맞추면42.8%
 ‘맞히다’와 ‘맞추다’가 비록 발음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학우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아는 학우는 몇 되지 않았다.
 사전적 의미로 ‘맞히다’는 ‘적중’의 의미를 가진 ‘맞다’의 사동사로, ‘문제에 대한 답이 틀리지 않도록 하다’, 또는 ‘한 물체가 어떤 물체에 닿게 한다’는 뜻이다. 반면 ‘맞추다’는 ‘둘 이상의 일정한 대상을 나란히 비교하여 살피다’, 또는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인다’는 뜻이다. 즉, ‘정답이 옳게 되다’라는 의미에서는 ‘맞히다’가 맞고, ‘답안지를 비교하다’의 의미로는 답안지를 ‘맞추다’가 옳은 표현이다.
 헷갈리는 단어로 ‘붙이다’와 ‘부치다’가 있다. 이 경우는 ‘붙이다’를 ‘붙게 하다’로 말을 바꿔보면 구분이 가능하다. 예로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일반 우편으로 편지를 부쳤다”가 있다.

3위. ~에 담갔다는 머루주의 맛은 일품이었다  재작년71.4 vs 제작년28.6%

 꽤 많은 학우들이 ‘재작년’을 ‘제작년’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제작년’을 선택한 한 학우는 ‘어제’할 때 ‘제’를 쓰니깐 당연히 ‘제작년’이 맞는 표기인줄 알았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넷 뉴스나 방송, 실생활에서 ‘재작년’ 대신 ‘제작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명백하게 지난해의 바로 전 해, 즉 2년 전을 뜻하는 말은 ‘재작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때, ‘재(再)’는 ‘다시’를 뜻하는 말이다. 또한, 거거년, 그러께, 전전년, 전전해, 지지난해 역시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김원일의 소설 『노을』을 보면 ‘누나는 재작년 여름에 시집갔다’, ‘재작년에 담갔다는 머루주를 곁들여 우리들은 이런저런 담소를 즐기며 식사를 했다’에서 바르게 사용된 ‘재작년’의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4위. 이 백자는 선조때부터 내려온 우리 집안의  ~이다  대물림81.7% vs 되물림17.3%
 ‘대물림’이냐, ‘되물림’이냐. 발음에서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많은 학우들이 헷갈려했다. ‘대물림’을 선택한 학우는 ‘대(代)를 잇다’라는 뜻에서, ‘되물림’을 선택한 학우는 ‘되돌아가다’에서처럼 ‘되’를 다시의 의미로 생각하고 선택했다.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대물림’을 사물이나 가업 따위를 후대의 자손에게 남겨 주어 자손이 그것을 이어 나감, 또는 그런 물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되물림’이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발음이 비슷해 잘못 알고 있는 단어들이 꽤 된다. ‘금세’를 ‘금새’로, ‘어이없다’를 ‘어의없다’, ‘인건비’를 ‘인권비’, ‘착찹하다’를 ‘찹찹하다’로 쓰는 등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당연하다시피 사용했던 단어가 비슷한 발음때문에 틀리게 사용되고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헷갈리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잡고 올바르게 사용하자.

5위. 착한 사람이  돼라83.7% vs 되라16.3%
 직접 명령형인 ‘착한 사람이 되어라’의 형태로 볼 때에는 ‘돼라’가 맞는 표기이다. '돼라'는 '되-'에 '-어라'라는 어미가 결합한 준말이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 제35 항 [붙임2]에는 ‘ㅚ’ 뒤에 ‘-어, -었-’이 아울러 ‘ㅙ’로 될 적에는 준대로 적는다고 나와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되어, 되어서, 되어야, 되었다’가 준말은 ‘돼, 돼서, 돼야, 됐다’와 같이 적는다.
 다만,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청자나 독자에게 책 따위의 매체를 통해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간접 명령의 경우는 ‘되다’의 어간 ‘되-’에 ‘-라’가 결합하여 ‘되라’가 된다. 예를 들면 “어머니께서는 착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에서는 ‘되라’가 맞는 표기이고 ‘돼’로 적지 않는다.
 ‘되/돼’가 헷갈릴 때 쉽게 구분하는 팁으로 그 자리에 ‘하/해’를 넣어보자. 어색하지 않다면 맞는 표기이다.
 이와 비슷하게 헷갈리는 단어 중 ‘않’과 ‘안’이 있다.’않’은 동사인 ‘아니하-’가 줄어든 꼴로 독립적으로 쓰일 수 없다. 즉 ‘아프지 않다’는 ‘안 아프다’로 표기하는게 맞다.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

 PC나 모바일로 이용 가능한 맞춤법, 문법 검사기다. 취업시즌에는 서버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이 검사기는 틀린 부분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근거도 제시한다. 이견이 있거나 오류가 있다면 사용자도 관리자에게 의견을 보낼 수 있다.

 한국어 맞춤법 문법검사기를 제공하는 ‘우리말 배움터’에서는 맞춤법 시험도 제공한다. 난이도에 따른 문제들을 풀고 해설을 볼 수 있다. 사이트의 순화 용어사전, 토박이말 사전에는 새로운 자료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트위터(@urimal365)

 23만 팔로워를 가진 국립국어원 트위터는 질문에 답해주거나 [우리말 다듬기]를 트윗한다. 오전 9시까지 올라온 질문은 오후 2시까지, 오후 2시까지 올라온 질문은 오후 6시까지 답변해주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상담 서비스도 개시했다. 이용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오후 12시~1시 제외). 전화로 질문 할 수 있는 가나다전화는 (1599-9979)로 이용 할 수 있다(평일 9~1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