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연 진출의 어려움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문화소비가 더 많이 이뤄진다. 때문에 국내에서 공연을 하는 것보다는 해 외로 나가는 것이 공연 성공을 위한 길이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공연을 하면서 무대 위에 영상으로 자막을 보여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방법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데 큰 불편함을 줬다. 공연을 보면서 자막까지 신경 써야 하니 꽤나 답 답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 해도 한국어로 해외에서 공연을 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 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대본을 전부 영어로 바꿔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관객들의 평가는 ‘차라리 자막을 써라. 못 알아듣겠다’였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공 연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한다 해도 그 어색함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자본이었다. 당시 잘 나가는 공연의 평균 제작비는 1,000만 달러 정도였다. 그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약 80억 원인 셈이다. 그렇게 엄청난 자본으로 만든 공연과는 경쟁조차 되지 않는 다. 자본과 비례해서 작품 또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연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고 해외로 진출하자는 생각은 좋았지만, 언어와 자본, 이 두 가지 걸 림돌 때문에 해외 진출의 길은 쉽지 않았다. 공연을 통해 감동과 재미를 줘야하는 상황에서 언어라는  장벽으로 그것들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슬픈 일일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하다 마침내 생 각해낸 것은 ‘언어가 필요 없는 공연’이었다. 언어 없이 무대 위 조명, 세트장, 배우의 표정, 몸짓으로  공연을 꾸려간다면 해외 어디에서 공연을 하든 큰 상관이 없지 않을까, 비언어극을 만들어보자, 이 것이 결론이었다. 비언어극은 언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본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도 고민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은 바로 동양적이며 한국적인 것이었다. 소 재의 독특함으로 자본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생각이었다.

  동양적인 것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사물놀이였다. 사물놀이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 어야 할까 생각했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주방이었다.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면서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을 기획해내자고 생각했다. 그 공연이 바로 난타다. 난타는 1997년  처음 만들어져 지금까지 성공적인 결과물을 이끌어오고 있다.

  난타 공연을 어떻게 해외시장에서 보여줘야 할까. 당시에 해외에서 선보이는 우리나라의 공연은 한 국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차원, 문화를 교류하는 차원에서 하는 공연이 대부분이었다. 상업적인 목 적으로 해외에 나가 공연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해외시장에 나가려니 막상 어떻게 나가 야할지가 고민이었다. 공연을 어떤 방법으로 진출시켜야 하는지, 계약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막 막했다.

  고민 끝에 난타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모아서 도쿄,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런던으로 해외 출장 을 나갔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 공연은 언어의 장벽이 없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한국적 에너 지를 보여주는 공연이다. 이 작품을 당신의 나라에서 공연해볼 생각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정말 많 은 홍보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한류 바람이 불기 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에 대해 잘 알 지 못했다. 한국 문화에 대해서는 더욱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공연을 파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공연을 진출시키지 못하고 맨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결과가 벌어졌다. 당시에 한국은  국가브랜드 이미지도 낮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어려운 일이었다.

  어떤 식으로 공연을 홍보할지 정하지 못하고 해외에 공연을 진출시킬 방법도 확실치 않다면, 공연 시장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진 매니지먼트를 찾아보는 것이 답이다. 결국 난타는 에이전트 계약을 하 게 됐고, 이 계약의 조건 중 하나로 세계적인 페스티벌에 참여해 외국 관객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 다. 샘플마케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샘플마케팅을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나 가 난타공연을 펼치게 됐다. 매년 8, 9월에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1,260작품이 공연되는 거 대한 페스티벌이었다. 그 당시 난타 팀에게 에딘버러 축제는 새로운 세계같이 깜짝 놀랄 만한 경험이 었다. 하지만 자금이 문제였다. 무대 대관료, 조명, 음향사용료, 숙식비용 등,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난타 를 즐겁게 봐 준 고등학교 동창은 1억 원이라는 돈을 빌려줬다. 그 친구는 아내 몰래 집을 담보로 잡 아 돈을 빌려준 것이다. 난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어려울 때 집을 담보로까지 해 서 돈을 빌려주는 진정한 친구가 있어서였다.

  난타는 사물놀이를 바탕으로 한국적인 독특함을 살린 재밌는 공연이지만, 글로벌한 보편성이 필요 했다. 아무리 독특해도 외국인이 이해하고 즐길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글로벌한 보편성을 고 려해 세계 어느 사람이 봐도 웃고 울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장면을 수정하기도 했다. 공연을 무사히 마 치고 에딘버러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유럽의 언론으로부터 별 다섯 개를 받으며 좋은 평가를 듣 기도 했다.

  그렇게 난타는 에딘버러의 무대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51개국  289개 도시에서 공연을 해왔다. 2000년 7월에는 국내에 전용관을 만들었다.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 응을 얻어 자신감을 가졌고, 마케팅을 통해 난타를 더 알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전용관을 만들게  됐다.

■송승환은 성공하리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던 논버벌(non-verbal)분야에서 성공을 이끌어냈고, 에딘버러, 브로드웨이 등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둬 국내 공연의 지평을 해외로 확장시켰다.

  그가 기획하는 공연 난타는 현재 전 세계 870만명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으며, 전용관에서 연중 상설공연 중이다.

이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