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우리를 구원 못해

문명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

지성을 맛보지 못하고

대학 졸업하는 건 청춘의 낭비

4년 내 지성과 우정 찾아라

  사람들은 모두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관계를 맺는 욕망보다도, 관계를 맺지 않고 성욕만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존재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남자의 경우 성욕, 여자의 경우 쇼핑중독이라는 잘못된 욕망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잘못된 욕망은 몸을 지독하게 괴롭히고 삶을 훼손시키는 행위다. 남성은 주로 남을 지배하거나 무릎 꿇게 만들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욕망은 주로 정치, 사회활동을 할 때 생기는 욕망이다. 여자들은 주로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거나 칭찬을 들어야 마음에 안정이 생기기도 한다. 심지어, 현대에는 여성의 몸매나 외모로 경쟁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욕망이라는 것이 내가 원해서 그런 것인지 인터넷의 영향으로 원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사람의 몸 자체는 시간과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공간에 따라 사람은 서로 다른 주체가 될 수 있다. 큰 장소에서 있을 때와 작은 장소에서 있을 때에 전혀 다른 주체가 된다. 예를 들어 큰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교감하는 것과 작은 교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교감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즉, 몸과 공간이 연결돼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연에 대한 원리는 곧 인간에 대한 탐구다. 몸과 세계에 대한 탐구는 동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인간의 인생을 음양오행으로 놓을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인생 자체를 계절 속에 둘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치면 20대가 봄, 30대가 여름, 40대가 가을, 60대가 겨울이다. 봄에는 그 나이 자체로도 아름답다. 봄과 여름은 이후의 수확을 위해 일을 하는 시기다. 가을에는 수확을 하게 되는데, 걷을 것이 없다면 허전한 계절이 될 것이고 수확할 거리가 있다면 풍족한 삶이 될 것이다. 겨울이 되면 성찰을 위해 충전하는 시기를 갖게 된다. 하루를 사계절로 친다면 6시간마다 계절이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리듬을 타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리듬에 맞춰 생활하기보다는 함부로 자기 몸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 현대인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밤이 늦도록 일을 하고 밤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낮에는 대충대충 지내다가 밤이 돼서야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낮에 눈을 제대로 뜨고 있기가 힘들다. 낮에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다 보니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사람을 만날 때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인생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만든다. 소통이 불가능해지면 마음에 병이 생길 수 있다. 마음의 병으로 인해 에너지는 어그러질 것이고, 이는 곧 오장육부의 기능저하로 이어진다. 오장육부가 말을 듣지 않으면 신체적으로 쇠약해질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 불가능해진다. 사람과 소통이 되지 않는 자신에 대해 전혀 성찰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현재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산업혁명 때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는 주요 원인은 과로였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일을 했던 것이 병으로 이어진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게 될 줄 알았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잃게 된 것이었다. 이는 또 마음의 병으로 이어졌다. 원인은 고립감이었다. 사람들의 몸은 고립되는 것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만병의 원인은 고립감이다. 본래 청년들의 기운 자체는 사람들과 섞이게끔 돼있다.

  내가 내 인생을 잘 살고 있는가, 내가 내 운명의 주인이 맞는가를 확인할 때, 나는 내 몸을 충분히 배려하는가, 내 마음을 컨트롤 하고 있는가, 나와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가 있는가를 항상 함께 점검해야 한다. 만약 지금 밥을 혼자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혼자 밥을 먹고 있다면 당장 그 습관을 멈추고 누군가를 만나 우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우정은 당장에라도 필요한 중요한 요소다. 연애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연애는 때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짝에 맞는 운명이 있다고 주장한다. 시공간에 따라 자신과 맞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몸에서 성 호르몬이 나와 요동쳐야 한다. 이것은 오래된 생리학적 흐름이다.

  지성이 있는 곳에 가야 우정이 꽃피게 된다. 그런 장소로는 대학교가 제격이다. 지성을 맛보지 못하고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청춘의 낭비다. 대학 4년 안에 지성과 우정을 터득해야 스스로의 운명의 주인이 되어 생로병사를 터득할 수 있다.

  앞에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오장육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사람은 자기가 만나는 사람에 대해 접촉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 후 사람들은 타인을 두려워하게 됐다. 전에는 호랑이 같은 맹수를 두려워했다면 지금은 ‘사람’을 무서워하게 된 것이다. 이 현상은 고립을 자초한다.

  요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자 하는 연결고리다. 스마트폰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원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고립된 시체가 돼간다. 요즘 시대에는 문명 자체가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이 아니다. 문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용법이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이다. 현대에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다시 말해서 중독자의 길을 갈 것인가 운명의 주인이 되는 길을 갈 것인가에 따라 지성을 얻는 것이 달라진다.

  ■고미숙은 고전을 연구한 문학평론가다. 그녀는 갈피를 잃은 개인의 존재를 ‘사주 명리학’이라는 지도와 인문학을 엮어 찾아보고자 한다. 몸과 우주와 운명을 하나로 관통하는 앎의 체계를 다양한 강연과 도서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저서로는 〈몸과 인문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동의보감, 몸과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