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당연한 절차인 듯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보고 입시라는 관문을 통해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교에만 가면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고 뭔가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 같은 기대감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한다고 해서 꿈만 같은 새로운 나날들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IMF) 이후 계속해서 최고치를 기록해왔다. 전공 적합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지는 취업문과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하는 취업난 속에서 전공과 취업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대학생들은 새로운 의미의 ‘전공병’을 앓고 있다. 이러한 전공과 취업사이 괴리감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악해보고자 각 포털 사이트의 설문통계자료를 통해 취업 실태를 파악하고 직접 학우들의 의견과 그들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에서 발췌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914명을 대상으로 ‘전공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53.4%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취업준비생들이 58.1%에 달했다.
 이는 취업준비생 2명 중 1명은 자신의 전공이 취업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10명 중 6명은 전공과 무관한 분야로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계 내용은 다음과 같은 사례로도 나타날 수 있다. 먼저,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느라 원하지 않던 것을 전공해야 했던 사람이 취업은 원하는 계열로 한 경우와, 취직까지도 원치 않는 계열로 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 전공은 하고 싶은 것을 했지만 그 분야에서 취업할 수 없어 다른 계열로 취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공 계열 순위는 인문계열이 64.2%로 1위였고, 사회계열(59.6%), 교육계열(58.8%), 예체능계열(52%)이 각각 2, 3, 4위를 차지했다. 이 설문 결과에서 상위권에 포함되지 않는 전공자라고 해서 전공과 취업간의 괴리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취업문제는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알려진 이공계열, 의약계열 학생들에게도 전공의 연장선상에서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이 전공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마련된 대안은 부족해 보인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딱 맞는 전공을 선택하기란 어렵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 일치하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대학생 중 반 이상이 전공에 관한 회의감을 느끼며 다른 방향으로 취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한번쯤 짚고 넘어갈 문제임이 틀림없다.
 마냥 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전공병을 학우들은 어떻게 해결하며 노력하고 어떠한 해결책을 얻게 되었을까. 다음은 두 학우가 자신의 전공과 앞으로 취업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몇가지 질문을 통해 들어 본 것이다.
 본 인터뷰는 학우들의 요청으로 익명으로 진행됐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학우(간호)

본인은 전공과 자신의 적성 및 취업이 관련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현재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취업하고 난 후를 생각해 보았을 때 나의 적성과 전공이 관련 없다고 느낀 적이 있다. 일단 체력이 좋지 않아서, 간호사로 취업할 경우 일정하게 같은 시간대에 계속 일하는 것이 아니며 거의 서서 일해야 한다는 점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또한, 엄청난 공부량에 비해 직업 특성상 몸이 굉장히 힘들 것이고, 선임이나 환자분들로부터 무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걱정되었다. 이상적인 간호생활을 꿈꾸며 대학을 온 것을 생각하면 약간의 회의감도 느껴지면서 나의 전공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됐다.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나.
한 학년이 끝난 후 방학 때 나의 진로에 대해 많은 것을 찾아봤다. 정말 이 전공을 그대로 참고 다녀야할지, 아니면 다른 길로 돌아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해봤다. 결국 나는 다른 전공을 택해 편입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때 부모님과 친구의 조언이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조금 더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이러한 결정을 했다.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대략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더 공부하여 원하는 과로 편입해 내가 정말로 원하고 하고 싶은 직업에 대해서 계속 알아볼 것이다.

통계자료들을 보고 드는 생각과 나름의 생각하고 있는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자신의 전공과 취업의 장벽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정말 많으며, 내 주위에서도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취업걱정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전공과 관계없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문제의 해결방안은 대학교 입시를 치를 때 단순히 점수에 맞춰 전공을 택해 오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원하는 과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학우들에게 전할 말은.
대학에 와서 대부분 한번쯤은 자신의 전공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이 전공을 배우는 것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가, 이 전공을 통해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나와 이 전공이 정말 잘 맞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만족해하는 학우들도 있겠지만 생각해왔던 것과 달라 힘들어 하는 학우들도 많을 것이다. 인생에 대한 막막함과 ‘다시 시작해야 하나’하는 불안감만 갖고 지내기보다는, 정말 나에게 맞는 전공이 분명 있으니 더 찾아보고, 미래의 더 멋진 내 모습을 위해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고민의 시간들이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긴 여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학우(방사선)

본인은 전공과 자신의 적성 및 취업이 관련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나의 경우 26살이라는 나이에 대학교에 늦게 들어왔고,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고 지원한 것이 방사선학과이다. 그래서 지금의 전공에 만족하는 편이기 때문에 전공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사실 전에 있던 대학에서는 많이 후회했다. 내가 원해서 방사선학과에 지원한 것이며, 전공의 교육과정을 고려해봤을 때 나의 적성 및 취업이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다만, 많이 아쉬운 점은 교재의 한계이다. 방사선학과에 온 이상 영상과 관련된 직업을 할 확률이 높다. 영상을 찍는 과정을 책으로만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직접 보여주며, 병원 실습이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동영상을 보고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전공과 관련된 문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해결하게 되었는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각종 방사선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얻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과를 바꾸기로 결심을 했고,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알아보았다.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대략적으로 어떻게 되나.
개인적으로 서울대병원의 방사선사가 되고 싶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단, 토익 준비와 RI면허는 필수라고 생각하며 3학년이 되기 전에 최대한 준비해볼 생각이다.

통계자료들을 보고 드는 생각과 나름의 생각하고 있는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나처럼 전공이 맞지 않아 다시 수능을 보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수능을 다시 본다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올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편입을 해도 좋지만 이 또한 힘들기 때문에 현재 속해 있는 전공을 후회하고 전공을 살려 취업할 계획이 없는 학우들은 부모님, 학교 선배님들, 교수님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상담을 통해 최대한 해결책을 찾아보고 그에 따라 인생을 다시 설계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학우들에게 전할 말은.
나도 6년 전에 저런 고민을 했었고 현재 나의 삶에 만족하는 편이다. 만약 자신의 전공 선택이 올바르지 못하거나 취업이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앞에서 말했듯이 최우선적으로는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특별히 잘하는 분야나 좋아하는 분야 쪽을 공부하여 더 늦기 전에 그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