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교수 김대식

인공지능이 따라오기 힘든 예술·감성같은 독창적 능력이 미래의 힘

 김대식 교수는 칼럼을 통해서도 대중들과 친숙하다.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과 교수이며 독일에서 뇌 과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부교수로도 활동했다. 『공부혁명』,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빅 퀘스천』 등의 책을 출간했다.

 우리는 왜 뇌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천재적인 행동도, 악마 같은 행동도 뇌가 있으니까 가능하다. 김연아 선수도 뇌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멋진 운동을 했던 것이다. 반대로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는 뇌의 일부분이 망가져서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다. 즉, 인간의 모든 행동은 뇌가 조종하기 때문에 결국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나를 이해한다는 것을 말한다.
 학부시절에 탁구를 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시험 삼아 로봇과 탁구를 했는데 30초 동안 잠잠하다가 로봇이 갑자기 헛스윙을 했다. 공을 치는 것은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에게 쉬운 일이 기계에게는 상당히 어렵다. 불과 1, 2년 전만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별하지 못했다. 핸드폰 음성시스템도 솔직히 잘 인식이 안 된다. 그런데 거꾸로 기계에게 쉬운 일이지만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도 있다. 8825X7830. 이 답을 인간은 바로 알 수 없다.
 뇌는 두개골을 열고나면 1.5kg짜리 고기 덩어리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고기 덩어리로 우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뇌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뇌를 해부하면 아무것도 없다. 영상, 소리, 기억, 자아, 감성 등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신경세포만을 발견할 수 있다. 신경세포들은 수천, 수만 개의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결국 뇌는 엄청나게 많은 시냅스라는 연결선들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이런 연결성으로 우리는 어떻게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Phineas Gage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철도 노선 공사장에서 일했다. 매사에 성실했으며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공사장 사고로 철봉이 뇌를 뚫고 들어갔다. 그는 몇 개월 후 완쾌했다. 그런데 성격이 완전히 변했다. 이 사람은 퇴원 이후 술을 마시며 노숙자 같은 생활을 했다. 연구 결과, 사고로 전두엽이 망가졌다고 한다. 현대과학에 따르면 전두엽은 성격 또는 판단력을 좌우한다고 알려져 있다. 성격이나 판단력은 교육, 환경 등의 수많은 이유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전두엽이 조금만 망가져도 사람이 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두엽에만 의존하며 자유의지가 없는 것일까?
 나라는 존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억이 중요하다. 계속 끊어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에 저장되는 메모리와는 다른 방법으로 저장된다. 컴퓨터는 망가지지 않는 이상 한 번 입력된 메모리를 오랫동안 저장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다르다. 뇌에는 용량이 있다. 전부 다 기억한다면 아무 행동도 할 수 없게 된다. 뇌의 첫 번째 역할은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 중에서 기억할 만한 것을 걸러내는 것이다. 또, 뇌는 경험의 기억을 압축해서 키워드 정도로만 저장한다. 나중에 기억하려고 할 때는 키워드를 생각해낸다. 키워드와 키워드 사이의 세밀한 부분은 새롭게 만들어 낸다. 자기가 알고 있었던 것, 어딘가에서 봤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기억을 만들어 낸다. 즉, 기억한다는 것은 정보를 집어넣었다가 꺼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눈앞에 빨간색 사과가 있다. 그런데 정말 빨간색일까? 눈은 빨간색 외에도 노란색, 주황색 등 다양하게 색을 인식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색을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단 하나의 단어, 빨간색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이해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같은 물체를 다르게 본다는 것이 신기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데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같은 세상에 사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미래에 지금 이 순간, 즉,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미래에 자신이 지금의 나를 기억하는 것과 지금의 자신이 나를 기억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만약 이 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면 집중을 하면 된다. 집중하면 뇌가 슬로우 모션으로 이 순간을 기억한다. 즐겁고 소중한 순간은 슬로우 모션으로 저장하고 아픈 기억은 압축해서 편집해라. 우리는 뇌를 이용해서 우리의 인생을 편집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기계는 못 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다양한 모습의 개를 기계가 다 개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기계에 개는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해줘야 한다. 하지만 기계에 수많은 개의 모습을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이 인공지능의 한계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에는 기계가 사람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서운 기술이 될 수 있다. 언젠가 기계가 사람만이 가진 정보처리능력까지 대부분 갖게 된다면, 즉, 인지자동화세상이 온다면 수많은 직장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우리는 다른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 중에서 몇 퍼센트를 인지자동화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전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는 기계가 만들어 낼 수 없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그리고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직업들을 생각해야 한다.
 가끔 가다 사회에는 한 번씩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제일 먼저 인식하고 준비하는 것이 제일 적절한 대처 방법이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분명히 온다. 각각의 개인, 기업, 학교, 단체 등은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도 초등학교 1학년생은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운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 과목들은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20년 뒤에는 기계가 이것들을 인간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생이 20년 뒤에 기계와 경쟁했을 때 이길 수 없다. 기계를 이길 수 있는 도구를 줘야 한다. 즉, 교육에서도 기계가 할 수 없는 것들로 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