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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책밭대표
유광종
‘새옹지마’에 중국의 미래 전략 있다
중국 성은 왜 높은가
박지원의 220년전 질문
지금 다시 생각해봐야
지난달 30일 예술대학2 예음홀에서 열린 지성학특강에서는 유광종 도서출판 책밭대표가 중국에 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출신인 그는 좬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좭, 좬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좭 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지선 기자
220년 전 열하일기를 지은 문인 박지원은 수도 한양을 떠나 조선왕조가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사신 행렬에 끼게 된다. 중국에 있는 모든 마을이 견고한 성으로 둘러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박지원은 중국인들은 왜 저렇게 높은 담을 쌓고 사는 것일까 하며 성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다. 가옥을 두르는 성과 성곽. 그것은 중국 곳곳에 위치한 군사적 요새 관문이었다. 전략적 요충으로 높은 성벽을 쌓은 것이다. 왜 박지원은 성을 보면서 이런 궁금증을 가졌을까. 당시 조선은 마을의 경계를 표시할 때 장승을 사용했다. 조선 사람들의 가옥은 대부분 사람들이 정겹게 드나들며 강아지와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중국은 곳곳에 성벽을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박지원에게 이런 모습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박지원의 이런 220년 전 물음에, 현재 사람들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성이 많지 않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담이 없다. ‘중국의 성’하면 사람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만리장성.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실제로는 우주에서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구조물이라는 말도 있다. 6,300km라는 엄청난 길이의 담을 쌓아낸 중국인의 사상. 이렇게 모질게 담을 쌓는 심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중국의 전통가옥이 길고 높은 담을 쌓는 형태라면 만리장성과 연결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이 높은 담을 쌓는 심리적, 문화적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소룡.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유명한 무술배우다. 이 외에도 이연걸, 성룡, 주성치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무술배우는 많다, 명절 때 리모컨을 돌리다 가끔 중국영화에 시선을 뺏긴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중국영화들은 대부분 무술을 다룬 영화다. 엔터테인먼트의 중요점인 영화, 그 중에서도 중국은 왜 그렇게 무술에 중점을 둘까. 무술에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아마도 이 정신은 과거에 있었던 피 튀기는 무엇인가에 의해 생겼을 것이다. 그 때문에 중국인들이 이토록 무술을 중요시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술은 옛날 중국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대 중국인들도 무술을 연마하고 있다. 무협지를 통해서도 무술에 대한 중국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불어치는 강풍처럼 사람의 손을 통해 나오는 장풍. 악당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면 상쾌함도 느껴진다. 곽원갑, 황비홍, 엽문. 이들은 실존했던 무협의 대가다. 무술은 단지 옛날이야기만이 아니다. 소림사, 무술학교 등 현대 중국에서도 무술을 쉽게 접해볼 수 있다.
과거 중국에서는 끊임없이 전란이 벌어졌다. 통계에 따르면, 4,000년 중국 역사 속에서 문헌에 기록된 전쟁 횟수만 무려 3,700번이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중국은 작은 규모의 전투가 아닌 피바람을 동반한 살육전의 전쟁을 수없이 겪었다. 이런 잦은 전쟁은 담을 쌓고 살아야 했던 중국인의 삶을 나타낸다. 웃통을 벗고 코피가 터지면 싸움이 끝나는 한국의 싸움과 달리 중국에서는 싸움이 벌어지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중국은 북부 지역으로 나아가 전쟁을 벌여 융합했다가 갈라졌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중국에서 세력을 넓히는 과정은 적을 죽이고 정복해 나가야 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을 통해 문명의 여러 가지 요소가 합쳐지게 됐다. 명나라가 세워질 때,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나라가 세워졌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남부사람들이 죽게돼 남부지역 거주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에 국가에서는 북쪽에서 인구를 강제로 이주시켰다. 살고 있던 땅을 벗어나 남쪽으로 약 300만 명 정도를 강제 이동 시킨 것이다. 낯선 땅에서 가족, 친구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서로를 잊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족보를 만들어냈다. 족보는 마을 사람들의 향수의 상징이다.
2,000년 전 손자라는 최고 병법가가 나타났다. 손자와 함께 군사학이체계를 잡아간다. 이후에 조조, 강태공 등 위대한 전략가들이 많이 나타났다. 중국인이 만들어낸 병법 서적은 4,600여종 정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해지는 건 400종 정도다. 사람마다 중국을 받아들이는 방향은 다르다. 중국인들은 굉장히 지혜롭다. 중국인들의 처세,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것을 요약해서 말한다면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다. 먼 변방에서 노인이 말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한 마리 말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당시 말은 굉장히 귀했다. 사람들은 노인을 위로했다. 이에 노인은 ‘지금 말을 잃어버린 것이 슬픈일인지 기쁜일인지 모른다. 두고 봐야 알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잃어버렸던 말이 암말을 데리고 왔다. 사람들은 노인을 축하해 줬다. 하지만 노인은 또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고 놀다가 다리가 부러지게 된다. 사람들은 또 위로했지만 노인은 또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마을에 전쟁이 터졌고,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지 않게 됐다. 이 얘기를 통해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침착하게 대비하며 미래에 대한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새옹지마를 만들어낸 중국인의 지혜는 인정받을 만하다. 중국인들은 끊임없는 전쟁의 경험을 통해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됐다. 고도의 전략적인 안목을 키워낸 것이다. 중국인의 대부분 처세가 이렇다. 함부로 나대는 것이 아닌,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중국에는 새옹지마와 같은 교훈이 굉장히 많다. 우리는 이것이 지혜인지 모략인지 전략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혼란스런 상황을 겪으며 나온 중국인들의 생활적인 지혜, 개인적 의견으로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전략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지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