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논설위원은 시사, 경제, 논평과 관련하여 명성이 자자하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3만5천명이 방문하는 1인 미디어, ‘정규재TV’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본교 예음관 예음홀에서 정규재 논 설위원이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시장 경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했다.

민주주의와 법치...

문명의 진보 만든 건

상업정신이다

  배고픈 사람이 100명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먹을 수 있는 라면은 10개뿐이다. 한 사람당 1개씩 배 분이 가능하다. 어떻게 나눠줄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에서는 어린이, 노약자, 여성이 우 선시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가장 배고픈 사람부터 먹는 것이다. 그럼 가장 배고픈 10명의  사람은 어떻게 뽑을까. 가장 배고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 장 중요한 것을 대가로 지불하면 된다. 사람들은 라면을 얻기 위해 손가락, 손목, 팔도 자른다고 나 설 것이다. 이런 방법을 대체해서 가지고 있는 돈을 지불하라고 해보자. 그러면 누구라도 자신이 가 지고 있는 돈의 최대치를 지불할 것이다. 그러면 배고픔이 입증된다.

  우리는 흔히 시장 경제를 “가진 자들의 세계다, 불평등하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옛날부터 있었 다. 오래전, 유스투스 뫼저라는 독일 귀족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장은 문화의 독창성과 다원주의 를 파괴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애덤 스미스는 유스투스 뫼저와 같은 시대의 사람이 다. 애덤 스미스는 유스투스에 반박하여 “도시는 시골의 생산물에 시장을 제공하고 도시 주민의 부 로 시장이 개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스투스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주민의 삶과 관 련 없는 주장을 펼친다고 비판했다.

  요즘 시대에도 같은 논쟁을 한다. 우리는 옛날부터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지적 인 논쟁이 있었는지를 아는 것도 대학생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공부하지 않는 사회다.  여러분들이라도 열심히 공부해줘야 한다.

  임마누엘 칸트는 도덕주의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너의 도덕률을 너의 가슴 속에서 빛나는 저  하늘의 별처럼 소중히 하라”는 덕목을 남겼다. 또한, 그는 “자연은 법만으로는 폭력과 전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많은 나라들을 상호이해에 따라 스스로 연합하도록 한다”며 “그것은 상업정 신이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상호이해에서 이해는 ‘understand’가 아니라 ‘interest’다. 자기 이익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본주의는 나쁘다. 돈 모으기를 돌처럼 보라”고 교육받아 왔 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돈이 좋은 걸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데 칸트는 자신 의  논문 ‘영구 평화를 위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돈의 힘은 국가권력 하에 있는 모든 권력 중에서  가장 신뢰할만한 것이다. 이것으로써 국가들은 굳이 도덕적 강제가 아니더라도 고귀한 평화를 추 구하지 않을 수 없도록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일본과 한국은 지금처럼 사이가 나쁘더라도 옛 날처럼 전쟁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전쟁으로 서로가 손해를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이다. 서로가  의존하고 있다 보니 침범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즉, 상업, 상업정신, 돈이 평화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가천대학교 주변에 있는 식당들은 싸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고 노력  할 것이다. 단골을 많이 확보해야 자기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식당에 갔을 때 만족 감을 느끼고 계속 거래한다. 서로가 계속 거래하고 장사하는 사이가 되면 이 자본주의 사회는 신뢰 가 쌓이는 사회가 된다. 이것이 칸트가 말하는 신뢰다. 즉 칸트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타 인에 대한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기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볼테르는 시장은 하나의 보편적 기준을 확산시킨다고 했다. 법률도 정치도 하나의 보편가치로 통 합된 것, 즉 민주주의다. 전 세계가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법치로 나아간다. 문명의 진보다. 이 문명 의 진보를 만드는 것이 칸트가 말하는 상업정신이다. 열심히 타인과 거래를 해 나가는 상황에서 신 뢰를 쌓고 개개인들의 이타적 행동이 문명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나 시장경제를 만만 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의 원리는 굉장히 소중하게 가꾸어져 왔다. 문 제는 있지만 세계는 전진하고 있다. 그런데 종종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가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말이다.

  마이클 센델은 하버드대학 교수다. 공동체주의라는 철학체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의 란 무언인가’라는 책으로 굉장히 인기를 끈 사람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이 닥쳐 폭리가 발 생했다. 마이클 센델은 자본주의 장사꾼은 기회만 있으면 오히려 재난이 닥친 상황임에도 힘든 사람 을 도와주기는커녕 그 재난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나쁜 인간들이라고 비난했다. 정말일까?  앞서 언급한 라면이야기와 연관된다. 허리케인이 불어도 장사꾼은 자신의 물품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 그 수고비는 누가 줄까?

  19세기 초에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한강이 범람해서 서울의 사대문이 전부 물 에 잠겼다. 사대문 안에 있는 모든 쌀이 물에 젖어 장사꾼들이 폭리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왕이  폭리상인들의 목을 치라고 했다. 그런데 그때 신하가 왕에게 말했다. “서울의 쌀값이 폭등했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지방의 장사꾼들이 쌀을 팔기 위해 오는 중이다.” 이후 어명이 거두어졌다. 며 칠 후 서울에는 오히려 쌀이 넘쳐나게 돼 쌀값이 안정되고 굶는 사람이 없었다. 이 이야기는 정조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왕을 설득한 것이 연암 박지원이다. 열하일기를 쓴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의 원리는 조용한 평형상태다. 우리가 결핍을 느끼지 않는 상태다. 시장경제는 이미 잘 작 동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평온한 소비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나라는 부유해지고 일하지 않는 나라는 빈곤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이법이고  정의다. 세상은 정의로워지고 있다. 눈앞의 불평등에 불만을 갖지 말고 세상이 어떻게 평평해지 는지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우리를 문명으로 이끄는 시장경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더럽게 생각하지 말라. 그런 잘못된 생각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