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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정경원
걷기 편한 환경 만들어 비만 인구 줄인 뉴욕시
디자인이 바꾼 성공사례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을 역임했으며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의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 조선일보에 ‘정경원의 디자인노트’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지난달 5월 21일 정 교수는 ‘작은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오늘은 몇 가지 얘기를 하려고 한다. ‘다르게 생각하라’, ‘디자인 사고와 세상의 변화’, ‘디자인경영: 혁신의 원동력’, ‘디자인 지수 높이기’ 등을 다뤄보자. 휴가지, 지하철, 식당 등 젊은이, 어린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운전 중, 데이트 중일 때도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다른 통계자료에 따르면 58%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1시간 정도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과연 이와 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일까. 앞으로 어떤 변화가 도래할까. 이런 의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먼저 ‘누가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모두가 아는 스티브 잡스로부터다. 그는 디자인경영에 초점을 맞췄다.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를 강조했다. 우리가 흔히 문법적으로 옳다고 알고 있는 ‘Think Differently’에 반박하는 주장이다. 전자는 다른 것을 생각하라고 볼 수 있고, 후자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 여기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초창기부터 여러 디자이너들과 합심해 디자인을 강조한 컴퓨터를 개발했다. 이런 그의 행보는 애플사에 복귀해서도 이어졌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사에 들어가 디자인경영을 시작했다. 이는 애플사를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소수 정예의 디자이너들과 유기적으로 협조했다. 또한, ‘Simple’한 디자인으로 애플의 정체성과, 매력을 독창적으로 구현하며 융합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고자 했다. 여기서 스티브 잡스의 성공적인 경영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디자인이 한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티브 잡스처럼 어떻게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요즘 세상은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한다. 우리는 똑같이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갑자기 창의적으로 생각하라고 하면 당황스럽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기업 ‘아이데오(IDEO)’의 회장 David Kelly는 좬창조적 자신감(Creative Confidence)좭이라는 책을 썼다. 여기서 그는 “사람들은 누구나 창조적으로 될 수 있으나 성장환경이나 사정에 의해서 창조성을 잃고 있다”며 “자신감을 회복하면 창의적으로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창의성을 어떻게 잃어버리는 걸까. 부모들은 자식이 어릴 때는 어떤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타인에게 자랑하며 아이의 창조성을 칭찬한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클수록 이전과 같은 행동을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하며 공부만을 하도록 강요한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감을 잃게 되고 창조적인 행동을 멈추게 된다. 즉, 감각적이고 독창성을 갖는 직관적 사고는 줄어들고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는 분석적 사고만을 하게 된다. 디자인 사고는 직관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중간에 있으며 공감과 감동을 주는 요소에 집중한다.
디자인은 디자이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디자인은 특정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시사한다. 건강한 사람, 임산부, 노약자, 외국인 등을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디자인은 통하지 않는다.
디자인과 경영이 만나면 이것이 바로 디자인경영이라는 분야고 이것으로 경영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다. 디자인경영은 디자인과 브랜딩, 지식재산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창조적 디자인 마인드가 확산되면 디자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이로 전략적 정체성의 형성이 가능해진다. 즉, 기업의 스타일과 특성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적 영향력이 커져 성공적인 디자인경영이 이루어진다. 이와 관련된 뉴욕 시티 사례가 있다. 수많은 뉴욕 시민들이 비만에 허덕인다. 도시 대표들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도심을 누구나 걷기 편한 환경으로 조성했다. 도시 전체의 디자인을 바꿈으로써 뉴욕을 더 매력 있고 더 건강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영국의 사례도 있다. 영국은 1960년대 제조업이 발달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서며 잦은 파업으로 제조업이 몰락했다. 마가렛 대처 수상은 디자인을 하지 않으면 망한다며 디자인 산업을 육성했다. 이후 영국 디자인 산업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영국 경제 성장이 대처가 당선된 후 확연히 떨어졌다. 하지만 대처가 떠난 뒤에는 다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토니 블레어 수상은 1997년부터 창조적인 영국, 멋진 영국을 만들겠다며 창조 산업을 활성화시켰다. 현재 창조 산업은 영국 경제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으로 구별할 수 있다. 디자인 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디자인을 선정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와는 상관없다. 사람들과의 공감과 감성이 중요하다. 좋은 디자인은 기능을 실현하며 공해를 남기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생산 방법이 적합한가를 따져야 하고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나쁜 디자인은 틀린 디자인과는 다르다. 나쁜 디자인은 눈에 띄게 하려다 부담스럽게 디자인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요소가 들어있거나 너무 복잡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없으며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 많은 것을 제시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 갈 사람으로서 디자인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한, 디자인 파트너를 찾아야하며 안목을 높여야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디자인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디자인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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