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콘 대표 김일호

애니메이션 나온 뒤,
3년 지나 ‘뽀통령’ 대박
평범해서 성공한 캐릭터

  지성학 특강이 지난달 28일 예술대학2 예음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에서는 ‘뽀로로’의 제작사인 ㈜오콘의 김일호 대표가 방문해 뽀로로가 만들어지고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늘날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브랜드 수단이 됐다. TV나 영화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에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는 것을 이용해 기업에서는 캐릭터 상품 판매, 상품 서비스 등 여러 용도로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 브랜드와 친구를 맺는다는 느낌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캐릭터와 기업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서로 득을 보는 사업을 하기도 한다.
 

  뽀로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뽀로로가 어떤 사업인지 정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화사업과 브랜드사업으로 나눠봤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뽀로로가 영화 쪽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뽀로로는 영화시장보다 브랜드시장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오늘날 애니메이션은 브랜드를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상업적으로 봤을 때 이야기다. 애니메이션을 브랜드화해 한국과 세계 여러 시장에 아동 대상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 이것이 뽀로로라고 보면 되겠다.
 

  뽀로로 회사 내부는 콘텐츠 창작 스튜디오와 콘텐츠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부서, 이 둘로 나뉜다. 콘텐츠 창작 스튜디오는 출퇴근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반면, 비즈니스 부서는 배급, 마케팅, 라이센스 등 여러 가지 업무를 보느라 바쁘다. 두 부서가 소통이 잘 되지 않다보니 싸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전에 한 회사가 있었다. 이 기업이 새로 회사를 차리면서 새롭게 시스템을 도입했다. 몇 시에 출근, 몇 시까지 결과 제출 등의 제도를 만들어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부서간의 싸움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잘 시행되지 않고 망해버렸다. 이유가 무엇일까. 보통 기업들이 시스템을 만들어 체계화하는 것은 성공을 카피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 기업들의 시스템을 카피해 여러 체계의 노하우를 따라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방을 통해 더 나은 성공을 꿈꾸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의 정의는 ‘성공이 카피되지 않는 것’이다. 뽀로로를 만드는 데 쓰인 노하우를 갖고 다른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뽀로로의 카피로 탄생한 작품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 최초의 밑바닥에 있는 본질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피하려는 욕망과 시스템화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는 사람이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오면, 자연스럽게 시스템화하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본질은 사라지고 프레임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공을 부르기 어렵다.
 

  뽀로로는 원래 창작자들의 집단이었다. 이 집단에서는 오직 ‘창작’만 이뤄졌다. 이렇게 만들기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어 시작한 것이 비즈니스였다. 처음에는 10평 남짓의 작업실에서 3명의 크리에이터가 모여 시작하였다. 기업에서 돈을 주고 일을 맡기면 그 일을 해주는 식으로 작품을 만들곤 했다. 나의 일이 아닌 다른 이의 일을 하는 셈이었다.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끊었더니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 어려움 속에서 첫 작품으로 나온 것이 뽀로로였다.
 

  전 세계 아이들 70%이상이 뽀로로를 보고 있다. 울다가도 뽀로로만 보면 뚝 그친다는데 왜 그러는 것인지 창작자인 나도 모르겠다. 뽀로로는 특별할 것이 없는 영유아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나중에 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굉장히 교육적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외국에 수출할 때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가 아닌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로 취급되고 있다. 뽀로로는 현재 130개 조금 넘는 국가에서 1,200종 이상의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심지어 뽀로로 교육보험까지도 있다.
 

  뽀로로 애니메이션의 컨셉은 ‘특별한 게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평범함이라 할 수 있겠다. 뽀로로의 컨셉은 ’평범함’이라고 처음 말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웃었다. 보통은 작품 컨셉을 말할 때 그 작품이 얼마나 특별하고 차별화되어있는지 말하니까 말이다.
 

  보통 만화영화의 주인공은 특별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이언맨, 슈퍼맨, 심지어는 산타클로스처럼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뽀로로는 평범하다. 내가 닮고 싶은 누군가라기보다 나를 닮은 누군가이다. 주위의 40대 남성에게 “송강호와 장동건 중에 누가 더 좋은가”라고 물었을 때 압도적으로 송강호를 좋아한다는 답변이 많은 이유가 그것이다. 선망보다는 동질감이 더 강한 매력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어필했을 때 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뽀로로의 컨셉을 평범함으로 정했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방영된 후 반응이 바로 나온다. 하지만 뽀로로는 방영 후 3년 뒤에서야 반응이 나왔다. 그때부터 회사로 팬레터가 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쓰는 팬레터이니 뽀로로 속 등장인물에게 오는 편지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 부모에게서 오는 팬레터도 많았는데, 대부분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 아빠보다 뽀로로가 낫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에 있는 교포에게서는 ‘한글을 배울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팬레터까지 온다. 아이들이 뽀로로를 반복해서 보다보니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성공한 사람이라기보다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다. 성공은 결과가 아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조금씩 나아지는 진행의 상태가 행복이 아닐까싶다. 20년 뒤의 성공을 위해 현재 자신을 가혹하게 부리는 것은 맞지 않다. 오늘 무엇인가를 해서 그 무엇인가가 나아졌다면 그것이 성공 아닐까.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잘 위로해줘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얻고 뭔가를 새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본교 학우들도 각자의 수준에 맞게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갔으면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용서를 많이 하는 것이다. 자기 가슴을 톡톡 두드리며 위로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