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코앞에 둔 학우들은 2주가 채 남지 않은 여름방학을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기다리고 있다. 작년 겨울방학을 알뜰하게 보냈다면 이번 여름방학 또한 어떤 의미 있는 활동과 색다른 경험을 할지 기대하며 미리 방학계획을 짠 학우들도 많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학우들은 여전히 할 일 없이 보내게 될 무의미한 방학생활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학우들에게 방에서만 콕 박혀 있기 보다는 가방 하나만 매고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배낭여행을 추천한다.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참고할 유용한 팁들과 배낭여행 선배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며 배낭여행의 묘미를 미리 느껴보자.   

전 지 웅(경영3)

체코 프라하성 근처에서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 전지웅 학우

  “유얼 페이스, 핸썸.”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각은 새벽1시. 프랑스인에게 손짓 발짓해가면서 아부를 떨고 있다. 미칠 노릇이다. 프랑스 리옹에 도착 후 서둘러 기차만 탔으면, 그냥 역 앞 호텔에서 잤다면 이렇게 노숙하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그저 무사히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길 빌었다.
  하루 전, 나는 파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리옹으로 갔다. 그러나 기차는 이미 출발한 후였다. 하는 수 없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지만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었고 그렇게 나의 무모한 노숙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 분수 곁의 검은 실루엣. 그들을 보자 본능적으로 불안감이 발끝을 타고 올랐다. 가방 세 개를 짊어지고 달렸다. 
  주변이 잠잠해지고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저장해둔 대사관 번호를 찾았다. “저 지금 쫓기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낮추어 이야기했지만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희망도 잠시, “도와줄 수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가까운 경찰서를 찾아보란다. 
  몇 개의 그림자와 발자국이 오갔고 그들은 끈질기게 나를 쫓았다. 결국 그 자리에서 붙잡혀 지갑에 있던 유로와 한국 돈 만 원짜리를 몽땅 빼앗겼다.
  그 후, 그들을 따라 처음에 쫓겨났던 역 앞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곳에서 노숙하던 외국인 5명과 단어 몇 개와 손짓 발짓으로 대화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그들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용카드처럼 보이는 것을 꺼내 내게 보여주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나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이젠 끝났구나, 싶었지만 내 등 뒤에 덩치 좋은 흑인 한명과 백인 두 명이 서있었다. 나는 짧지만 강력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Help me!”
  든든한 형들은 군인들에게 내 사정을 설명했고 나는 지금도 뒤에 쫓아오고 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손가락 너머에는 도망가는 그들이 포착되었다. 군인들은 누군가와 무전을 했다. 큰 힘이 되어준 형들은 떠났고, 나는 군인들의 엄호를 받으며 인도됐다.
  경찰차를 타고 다시 리옹역으로 갔다. 내리쬐는 겨울해가 유난히도 따가웠다. 역 앞은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활기찼다. 이제는 정말 안심할 수 있겠구나, 깊은 숨을 내쉰 후, 나는 파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유리(간호2)

순천만정원에서 친구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유리 학우

  작년 여름 8월, 스무 살이 되고 복잡해진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탈을 꿈꾸며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기차에 몸을 실었다.
  무작정 첫 도착지는 동해바다를 볼 수 있는 강릉으로 선정했다. 도착하자마자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던져버리고 처음 향한 곳은 줄 하나에 몸을 싣고 바다위를 건너는 아라나비. 가는 길을 잘몰라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그것도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인 것 같다. 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30초 정도 거리의 바다를 건넌다. 
  그리고 나서 빼먹을 수 없는 시장탐방. 강릉 중앙시장에 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자고 가서 엄청나게 먹은 것 같다. 아이스크림 호떡, 닭강정, 식혜 등 한 끼 식사는 충분히 해결될 정도로 배부르게 먹고 경포대로 이동했다.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다음 날의 여행일정을 정리하는 도중. 대부분의 투숙객들이 우리와 나이또래가 비슷한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어제 본 바닷가가 부족했는지, 다음 여행지는 부산이었다. 
  하필 그날은 비가 와서 제대로 구경을 못했다. 바다도 가지 못하고 그냥 가까운 서면으로 가서 시내 구경을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결국 빨리 들어와 쉬었다. 대신 그날은 야식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셋째날, 아름다운 정원과 엄청난 꼬막정식을 맛 볼 수 있는 순천.
  처음 향한 곳은 순천만정원. 정말이지 너무너무 아름답게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곳을 남자친구와 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순천만 쪽으로 넘어가면 꼬막정식을 파는 가게들이 엄청나게 많이 줄 서 있다. 드디어 음식을 받았는데, 대박이었다. 18가지 정도의 반찬과 꼬막 비빔밥을 주는데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먹방의 메카는 다음날 간 곳이었으니, 바로 전주!
  한옥마을 단지 안에 몇 십 개의 상점이 줄 서 있다. 베테랑 국수, 과일 맥주, 교동 고로케, 츄러스, 과일 아이스크림, 고구마 치즈 튀김, 치즈 점보롤, 문어 꼬치, 딸기 찹쌀떡, 붕어 아이스크림, 왕 닭꼬치, 피자 바게트, 전주 초코파이. 이 많은 음식을 하루 만에 다 먹었다. 정말 다 맛있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힘든 일은 더더욱 많았다. 교통편, 식사, 관광지 전부 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고 다 새로운 것들이었기 때문에 전부 낯설고 우리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성인이 돼서 누군가의 손아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여행을 원했던 우리였기에 그만큼 책임질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얻은 것도 많았다. 다시 가라면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지만, 한번 정도는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박 경 빈(물리치료2)

대만 ‘류푸춘 놀이공원’ 동물모형 앞에

  2014년 12월 22일부터 12월 26일까지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대만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대만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TV에서 본 대만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때문이기도 했다.
  둘째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첫 일정은 고궁박물관 구경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큰 박물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이드북에 나온 맛집을 갔다. 힘들게 찾아서 갔는데 대만에서 먹은 음식 중에 최고로 맛이 없었다. 부실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단수이로 이동했다. 이동할 때 MRT라고 불리는 대만의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깨끗해서 기억에 남는다. 단수이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셋째날은 우리가 대만에 온 이유 중 하나인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류푸춘을 방문했다. 비싼 입장권을 사서 갔으면 실망할 뻔 했지만 그 롤러코스터를 타겠다는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좋았다.
  대만은 버블티의 원조나라답게 많은 버블티 전문점이 있었다. 버블티를 싫어했는데 맛을 본 뒤 좋아하게 되었다. 몇 번 못먹고 온 것이 아쉬웠다. 또 대만하면 유명한 망고빙수도 먹었다. 운이 좋게 대기시간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 더욱 맛있었다.
  마지막날 저녁 우리는 대만에 오면 꼭 가봐야 한다는 음식점인 딘다이펑에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샤오롱바오와 새우샤오마이, 대만 자장면인 공부면을 먹었다. 샤오롱바오는 이 맛있는걸 왜 이제야 먹었는지 후회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대만을 가기 전 뉴스에서 반한감정이 심하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걱정을 하고, 그저 중국어를 쓰는 나라 정도라고만 생각했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친절한 나라였다. 여행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처음 가는 배낭여행이다보니 모든 곳을 다 가보려는 생각이 앞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았다. 또한, 몸이 너무 힘들어 여행 마지막 날에는 서로 지쳐있어 아쉬웠다.
  대만은 100만원이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는 좋은 여행지인 것 같다. 많은 한국인들이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부모님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낭여행 Tip
1. 미리 조사하자. 여행 가이드북을 훑어보는 사전조사라도 여행의 틀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2. 배낭여행의 핵심은 배낭.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기며 현명하게 짐을 싸야한다.
3.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라.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손짓, 발짓 다 써가며 물어볼 때 현지인들의 값진 정보와 좋은 조언들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