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회화94) 동문

 본교 졸업생 임흥순(회화94) 동문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꾸준한 노력 끝에 이룬 성과다. 지난 2일 본교 비전타워 영상문화회관에서 특강을 진행한 임 동문을 만나 좀 더 상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소감은.

 영화 ‘위로공단’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 이는 봉제공장 말단직원으로 살아온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과 냉동식품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한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남성들이 하는 일도 있지만 여성들이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 개인사와 한국여성노동사회를 섞어서 작품을 만들었다. 평소 노동자로 일해 오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지 못했는데 작품으로나마 그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분들이 계속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미술전시회가 아닌 영화제에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현대 미술은 굉장히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하면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술가들도 사진과 영화를 다룬다. 영화제에 가보면 ‘위로공단’ 말고도 장편영화도 상영된다. 미술의 범주는 굉장히 넓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광범위한 범주에 있다. 미술가이기 때문에 미술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굳이 장르를 세부적으로 나누지는 않는다. 이전에는 전문적으로 한 장르만 했다면 지금은 한 작품 속에도 다양한 장르가 섞여 경계를 넘나든다. 이런 방식이 융합의 개념으로, 요즘 미술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을 하기 시작한 계기는.

 2010년부터 카메라를 갖고 영상작업을 해왔다. 같이 살고 있는 프로듀서 김민영과 우연히 제주도 외갓댁에 갔다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20살, 21살에 돌아가신 것을 알고 그 가족사를 알아가는 과정을 찍게 됐다. 이전에는 영화에 대해 잘 몰랐는데 김민영 프로듀서가 영화를 했기 때문에 기획이나 과정, 후반작업을 함께 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작업을 하게 됐다. 이전에는 공공미술과 사진을 해왔다. 현재는 영화를 하고 있는 상태고 앞으로도 영화작업을 좀 더 하고 싶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형태로 좀 더 진행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후에는 다른 작업을 하고 싶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제작할 것인가.

 이전에는 사회비판적인 부분을 얘기했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가려진 곳,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비판보다 대안이나 희망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10년 동안은 비판적인 내용을 담았는데 그 안에서 희망적인 부분을 찾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위로와 고마움에 대한 표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에는 좀 더 다른 쪽으로 갈 것 같다. 현재까지는 보이는 부분을 다뤘다면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인 정신이나 마음, 무의식적인 부분을 다루려 한다.

-그동안 꾸준히 예술활동을 해오면서 전환점이 있었나.

 대학교에 들어와서 좋은 교수를 만난 것도 하나의 전환점이다. 대학생활에서 교수들은 학생들을 자유롭게 해줬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짚어줬다. 그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다. 졸업 후의 전환점은 첫 번째 영화를 만들기 전에 금천예술공장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주부들을 만나면서 시선이 바뀐 것 같다. 주부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더 지혜롭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 노인들이나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방향에 대해 더 지혜롭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예술의 꿈을 접으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나.

 접을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내 장점은 꾸준히 꿈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여다 보기도하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뭐든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친구를 만나서 싸움을 하던 질투를 느끼면서건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혼자 고립돼 있는 것보다는 친구 또는 선배 등을 만나면서 부딪치는 것이 뭔가를 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실패와 낙담으로 인한 괴로움이 있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작업하면서 10년 동안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실패 또한 하나의 과정이었고 작품의 소스였기 때문에 사실은 실패가 아니었다. 실패를 다른 방식으로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예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실패를 다른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본다.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각자가 잘하는 것을 어떻게 발견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현실에 맞게 노력해야하며 남들과 똑같이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현실에 맞는 생활 속에서 작품도 나온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이 놀았으면 한다. ‘좋은 작업을 해야 해,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해, 또는 졸업을 잘해야 해’라는 생각만 하지 말고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20대에 맞춰 그 나이에 놀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들이 이후에 아쉬움으로 돌아와 작업을 할 수도 있고, 작품이나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