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여군 기갑병이 탱크를 수리하는 모습

지난 달 18일 한 여고생의 대담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를 뒤흔들었다. 여고생과 한국남성협의회가 제기한 이 헌법소원의 내용은 여성도 남성과 같이 국방의 의무를 져야한다는 ‘여성징병제’이다. 즉, 여성도 현재와 같은 부사관, 장교가 아닌 사병으로서 의무징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성은 물론 여성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등 그 누구도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징병제 논란, 그 배경은?

여고생의 헌법소원으로 인해 ‘여성징병제’가 이슈화 됐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는 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특히 여성들에게서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여성단체 및 군 관련 전문가들은 군복무로 인해 2년 이상의 시간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피해의식과 그에 따른 여성에 대한 복수심리를 여성징병제 논란의 배경으로 들었다. 반면 여성들에게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은 대해 여권신장과 여성인적자원이 우수해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여성들의 자신감 등이 그 배경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외 여성징병제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박세환(한나라당) 의원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로 군 정원 축소가 문제가 될 것이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성징병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징병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임을 주장했다.

여성징병제 논의의 방향

현재 여성징병제 논의는 남성에게만 국방의 의무를 지도록 한 병역법에 대해 상위법인 헌법과의 괴리, 저출산으로 인한 군사력약화, 군 복무를 원하는 여성에게 기회부여 등의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찬성에 가까운 의견으로 모이고 있으며 박세환의원과 송영선(한나라당) 의원은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에 의해 군복무를 허용할 것인지 의무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원에 의한 군복무 허용에 대해 여성에게 또 다른 권리를 주는 것이라는 의견과 여성징병을 점차적으로 늘려가는 첫 단계로 보는 의견으로 나뉘는 등 여성징병제 찬반논쟁이 아닌 ‘선택’과 ‘의무’의 문제로 논쟁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여성징병제 시행되다

궁극적으로 현재 논의는 여성징병제 시행 찬성의 성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여성징병제 시행으로 어떤 이점이 있으며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예상되는 이점으로는 군대 문제로 인한 남녀간의 마찰감소와 군복무를 원하는 여성에 대한 기회부여를 들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참여로 인해 군대의 정보력 강화도 기대된다.

하지만 45kg 완장을 감당할 수 있는 여군이 많지 않을 거라는 우려와 그에 따른 군대의 전투력 약화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 외에 품위유지, 생필품 소모에 있어 여군의 유지비용이 더 많이 들어 많은 예산이 들 것이라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징병제, 우리의 문제다

새 학기가 시작된 후 우리 주변에서 군 입대를 위해 휴학 한 남학우의 소식을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대학생들에게 군 문제는 바로 코앞에 닥친 현실인 것이다.

즉, 남자에 한해 징병이 되고 있는 지금도 휴·복학 등으로 대학이 받는 영향은 크다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곽보은(독문·1) 학우는 “훗날 여성 징병제가 시행되면 군 문제는 더 이상 남학우만의 문제가 아닌 대학생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며 “대학은 학생들의 군복무로 인한 인원감축으로 운영에 영향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곽 학우는 “학업과 국방의 의무 사이에서 생기게 될 혼란에 대해 여학우들은 여성징병제에 대한 의견을 모아 대비책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여군은 왜 총을 멜 수밖에 없었을까?

그렇다면 외국의 여성징병현황은 어떤가? 여성의무징병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인 이스라엘의 경우 남자는 3년간, 여자는 18세부터 20세까지 2년간 군복무를 한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여군의 참여 분야가 전투병은 물론 기갑병 등 군대의 모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영토전쟁 때문에 강한 군사력이 요구되는 나라이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견주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적은 인구로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의무징병이 이뤄지는 것으로 여권신장과는 무관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음을 알고 ‘이스라엘은 여자도 평등하게 국방의 의무를 지더라’ 와 같이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여성징병을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