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명예교수 김진형

 드론, 3D프린터, 군사로봇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진입 중

 속기사, 택시기사 힘들어져

 개발 능력 지금부터 길러야

  지난 9월 10일 본교 예음홀에서 김진형(카이스트 명예교수) 소프트웨어전략연구소장이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의 도래와 준비’에 대한 특강을 펼쳤다. 김 소장은 “세계는 지금 소프트웨어 혁명 중이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현혜 기자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 다른 말로 소프트웨어 혁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중심에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자동차 이야기를 하려 한다. 소프트웨어 혁명이 들어서려고 노크하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이다. 구글이 ‘진짜’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무인자동차가 일상화 되려는 것이다. 이런 자동차는 연동이 된다. 앞차와 뒷차가 연동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된다면 과거의 연속충돌사고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앞차와 뒷차의 연동은 어떻게 활용될까. 대형화물차들이 밀착해서 나아간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공기저항이 매우 줄어 연료소비가 7%줄어든다. 이 기술은 자동차끼리 굉장히 빠른 통신으로 연동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전기 자동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전 시스템이다. 미국 어떤 주에서는 집에 전기충전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의무이다. 전기 자동차는 부품이 반 밖에 필요 없는 시스템이다. 이런 식으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3D프린터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얇은 판을 쌓으면 만들 수 있다. 얇은 판은 얇은 선을 쌓으면 만든다. 어떤 물건도 만들 수 있다. 이런 프린터가 상품으로 만들어져서 80만원 대로 판매되기도 한다. 3D프린터와 스캐너를 연결하여 엄청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권총의 설계도를 다운받아서 권총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혹은 틀니도 스캔을 떠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은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드론, ‘무인항공기’이다. 드론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밥을 날라주는 드론, 마네킹을 날라주며 광고하는 드론, 셀카 드론을 날려 절벽에서 사진 찍기 등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드론이 짐을 들고, 드론끼리 막대기를 주고받는 등 그 이용은 무궁무진하다.

  군사목적으로 만든 로봇, 주인을 알아보는 총, 기사를 쓰는 컴퓨터, health IT 등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이미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드웨어는 정말 간단한 기계다. 더하기, 빼기, 비교를 굉장히 빠르게 하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주면 된다. 사람이 이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컴퓨터가 아는 언어로 알려주는 것이 코딩이다. 이것을 프로그램이라고 하고 여기 필요한 데이터와 문서를 소프트웨어라고 하는 것이다. 즉, ‘단순한 기계를 명령하기 위한 명령어의 집합’이다.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이렇게 강력할까. 처음에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는 별것 아닐 지라도 여러 개의 소프트웨어를 묶어나가는 누적효과가 있기에 강력한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먼저 데이터 수집, 처리, 자동화가 가능하다. 이것을 통해 가장 좋은 것을 고르는 ‘최적화’가 가능하다. 또, 유연성이 있기에 어느 곳에라도 쓸 수 있다. 다른 말로 상황인식이 가능하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따라 적합한 것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분의 스마트폰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전략연구소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는 말을 만들었다. 소프트웨어로 정신노동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소프트웨어가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인 사회이다. 작은 아이디어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빈 방을 빌려 주는 에어비엔비 기업이 가장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빈방 빌려주는 사람과 빈 방 빌리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아이디어와, 스마트폰으로 구현해 매칭 시켜주는 것으로 엄청난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즉, 한계비용제로사회라고 한다. 이젠 재산으로 돈버는 것이 아니라 머리(아이디어)로 돈버는 사회인 것이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컴퓨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일자리의 63%가 10년 안에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시 말해, 속기사, 택시기사, 치과기공사 같은 직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자동화되는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또한 소프트웨어가 의도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급발진이다. 우리나라도 급발진 사태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가. 이외에도 컴퓨터가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알 것이다. 교육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교육은 구시대적인 사람을 길러내고 있다. 새로운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을 키워야하는 시대이다. 무엇을 배우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이것을 결정해야 한다. 소비자는 학생이지만 아직 어리니까 학부모 및 사회가 결정해줘야 하는 것이다. ‘거꾸로 교실’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교육과 같이 혁명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코딩교육 등이 의무화되는 추세이다. 창조적 융합,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 구현하는 능력이 길러져야 하는 시대이다.

  교육제도 뿐만 아니라 인사평가도 중요하다.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회사 또한 직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는 근무환경에서 직원들이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절대복종문화와 같은 구시대적 회사는 바뀌어야 한다.

  즉, 소프트웨어라는 큰 폭풍이 오고 있으며 세상의 큰 변화가 오고 있으니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생각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뒤쳐진다면 산업혁명 때와 같이 고전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소프트웨어개발 능력을 가질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또한, 어린 시절을 투자한다면 쉽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이므로 어렵게 생각하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