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는 국역을 부담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특권을 부여받아 왕실과 국가행사의 물품을 제공하는 6가지 종류의 상점인 육의전이 있었다. 그 육의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모진교에서 광교 구간인 청계천 광통교 일원에서 열린 ‘제 10회 육의전 체험축제’다. 가천대신문사는 싱가포르에서 온 알렉산드라, 클로이, 론, 제랄드, 카린, 지아치, 환이영, 로가민과 일본에서 온 미유키, 유리와 함께 축제에 가봤다. 육의전 체험축제는 크게 육의전 재현마당, 공연마당, 체험마당, 그리고 먹거리 및 특산품 마당으로 구성돼 있었다.

김소연, 이지선 기자

조선시대 육의전 속으로
  육의전이란 조선시대 때 종로청계 지역에 위치한 지전(한지가게), 어물전(수산물가게), 포전(삼베가게), 선전(비단가게), 면포전(면포가게), 면주전(명주가게) 등 6가지 종류의 상점이다. 시전상인들은 왕실과 관청에 물품을 제공하며 특정 상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부여받았다. 또한, 이들은 조선시대 말기까지 상업 경제를 지배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전통 육의전 재현은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만들어 놓아 조선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선전을 둘러본 미유키는 “비단을 보니 예전에 시청했던 ‘이산’이라는 사극이 떠올랐다. 그 사극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 연극배우들이 행상인으로 분장하고 육의전 풍경을 재현하는 저잣거리 퍼포먼스를 진행해 옛날 육의전의 모습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육의전 체험축제 먹거리장터에서는 빈대떡, 순대, 김밥, 만두, 인절미, 회오리감자, 돈까스, 와플 등을 팔았다. 축제를 둘러보며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또한 모두 둘러앉아 먹으며 싱가폴, 일본의 먹거리와 좋아하는 가수 등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지아키는 “한국의 전통음식을 먹어봐서 좋았다. 회오리감자, 해물전, 막걸리와 인절미를 먹었는데, 그 중 해물전이 가장 맛있었다. 한국의 전통음식 중 인절미는 쌀 대신 찹쌀로 만드는 싱가포르 음식 ‘뫄치’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폴짝폴짝 신나는 제기차기
  제기차기는 말 그대로 제기를 가지고 발로 차는 놀이다. 제기는 엽전이나 쇠붙이에 얇고 질긴 종이나 천을 접어서 싼 다음, 끝을 여러 갈래로 찢어 너풀거리게 한 놀이기구다. 체험마당에 준비된 제기는 한지로 만들어져 있어서, 뒤늦게 온 사람들은 전부 찢어져 있는 제기를 보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론은 “제기차기는 발을 쓰는 게임인데 싱가포르의 ‘차태’라는 놀이와 비슷한 것 같다. 제기차기를 하다 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윷 나와라, 모 나와라. 윷놀이 즐기기
  윷놀이는 윷가락을 던지고 말(馬)을 사용해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보통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려 즐기는 놀이로 알려져 있다. 이번 체험마당에서는 커다란 봉제 윷을 준비해 사람들이 즐겁게 윷놀이를 즐기도록 했다. 윷놀이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 학우들도 즐거워하며 윷놀이를 즐겼다. 클로이는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게임 하는 법을 몰라 혼란스러웠는데 막상 해보니 쉬운 게임이었다. 만약 휴대할 수 있는 윷놀이 게임세트를 구할 수 있다면 싱가포르에 가져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투호를 던져보자
  투호 던지기는 일정한 거리에 병을 놓고 편을 갈라 그 속에 화살을 던져 넣는 놀이다. 이는 중국 한나라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유교 의식이 중요시 됐던 조선시대에는 유교 예법을 익히는 수단으로 왕실이나 양반관료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축제에서도 투호 던지기에 사람이 많았고, 남녀노소 모두 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미유키는 “투호던지기 놀이는 어려웠지만 일본에서 해 본 적이 없는 것을 해보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7개의 조각으로 형태를 만들어보자
  동아시아의 놀이인 칠교놀이는 형태가 다른 일곱 개의 얇은 나무 조각으로 인형, 사물, 글자, 풍경 등을 짜는 놀이다. 축제에서는 이와 반대로 흩어져 있는 7개의 조각을 정사각형 모양에 맞춰보며 놀이를 즐겼다. 카린은 “어렸을 때 싱가포르에서 칠교를 하며 놀곤 했었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칠교 놀이를 잘 찾아볼 수 없는데 이 축제에서 하게 돼서 매우 재밌었다. 한국 아이들이 내가 어렸을 때처럼 칠교놀이를 한다고 하니 놀랍고 한국 문화에 더 접해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전통의상 입어보기
  이번 육의전 축제에는 여러 체험마당이 마련돼 있었다. 그 중 ‘전통의상 체험: 육의전 상인 및 궁중 의상 체험’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체험해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다. 차례가 될 때쯤이면 안내원이 대여정보를 적는 종이를 준다. 이름과 연락처, 체험할 인원수를 적으면 전통의상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여러 종류의 전통의상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입고 15분 동안 근처를 돌아다니며 육의전을 체험해볼 수 있다. 그렇게 전통의상까지 차려 입고 육의전 축제를 돌아다니다 보면 실제 조선시대에 있는 듯이 느껴진다. 사진을 찍으며 전통의상체험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알렉산드라는 “싱가포르에서도 ‘민족화합의 날’에 다른 민족이나 인종의 옷을 입어볼 수 있다. 입어보고 싶었던 한복을 조선시대의 수도인 서울 광화문에서 입어보니 색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7080 복고를 느껴보자
  전통의상 체험부스 옆 또 하나의 부스가 눈에 띈다. 추억의 교실 풍경과 물건을 전시해 관람객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추억의 7080 포토존’이다. 70년대 80년대 교실의 모습을 재현해놨다. 특히, 7080세대인 40대, 50대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다. 자녀와 함께 육의전 체험축제를 즐기러 온 40대, 50대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자리를 차지하려 애를 쓰기도 했다. 포토존에 함께 마련돼있는 소품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신나보였다.
  싱가포르 학생들도 7080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제랄드는 “30~40년 전에 한국 학교의 교실 모습을 보니 그 이후에 한국이 변해온 것이 놀랍게 느껴진다. 1970~80년대의 한국이 지금의 한국과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