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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人文學)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분야. 또는 학문의 총체. |
지난 10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는 ‘제 1회 서울인문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이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지만 취업난 등으로 인해 천대받고 있는 인문학을 육성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이번 사업이 다른 시·도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인문학
진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엿다.
‘이공계의 위기’로 인한 이공계의 지원은 각 관련부서 및 기업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인문학에 대한 지원은 없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
수여식은 인문학지원의 효시로 의미가 크다.
인문학 혹은 인문과학은 라틴어로 ‘인간다움’을 뜻하는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유래됐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번영을 등에 업고 발전해 왔던 인문학은 현대에 이르러 점점 그 빛이 바래져
갔다.
최근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마시멜로이야기〉, 〈해커스토익〉같이 ‘성공’, ‘외국어’와 관련된 책들이 선점했다. 또한 인문학 연구의
중심이었던 대학은 모두 높은 취업률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인문학 관련 학과의 폐지·축소 등 인문학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에도 인문대학의 역사·철학부의 폐지, 취업률높이기 위주의 학과 통합 안 발표 등 인문학을 등한시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동하(신방·2) 학우는 “TV같은 영상매체의 발달로 인해 자극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사색이 필요한 인문학은 답답하고
어려운 학문으로 받아들여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취업준비로 인해 대학생들의 관심이 적은 것도 인문학 쇠퇴의 한 원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앙도서관에서 시행한 다독상 시상식에서 1위로 입상한 이가현(영문·3) 학우 역시 “독서를 위한 독서보다는 과제 때문에 자료를 찾으며
읽은 책이 많았다”며 인문학에 대한 순수한 관심으로 책을 읽은 것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고전으로만 읽혀왔던 책을 영화로 제작하고 판타지의 내용을 게임으로 제작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문화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유·무형의 기술을 통틀어 CT(Cuture Technology)라고 한다. CT는 인문학과 인문학육성기반을 다지는 기술로
직접적인 생활의 편리를 가져오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기술로 평가받으며 부상하고 있다. 박진수(일어일문학과) 교수는 “IT,
BT 등 첨단기술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은 아니며 신체약화의 부작용을 안고있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 같은
첨단기술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연구가 계속 되는 것은 그 같은 희생을 통해 얻은 시간을 문화생활에 사용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이다”라며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진정한 첨단기술은 CT이며 인문학”이라고 주장했다.
인문학은 CT외에도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성공회대학교 개설 성 프란시스 대학은 지난 해 9월부터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강좌’를 개설했다.
개설초기에는 주변에서 ‘갑자기 노숙인에게 무료급식도 아니고 무슨
인문학이냐’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노숙인들은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내일이 없는 오늘을 살던 노숙인들은 하나 둘 책을
읽기 시작했고 한 수강생은 택시운전을 시작하며 노숙인의 굴레를 벋고 있다고 한다.
성 프란시스 대학의 강좌는 빈민교육의 일환으로 얼 쇼리스(미국사회비평가)가 창설한 ‘클레멘트코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강좌를 개설한
임영인(노숙자다시서기센터) 소장은 “무료급식보다는 인문학 강좌가 자기정체성을 찾고 사회를 보는 혜안을 키워 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취지를 밝혔다.
한편, 대학가에서는 ‘중앙
게르마니아’, ‘르네상스’ 등 인문학관련 모임과 세미나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르네상스의 회원인 오세진(이화여대·의대2) 학생은 “의대생이다
보니 인문학을 접할 시간이 없었고 삶이 허무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인문학모임을 찾게 됐다”며 “르네상스에 참여하면서 생각도 깊어지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도 알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위의 모임들은 단순한 발생만이 아닌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가지며 인문학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박진수 교수는 “인문학은 단순히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닌 인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갗, ‘왜 사는갗의 문제를 제기하며 사색을 통해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해준다”고 이야기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인문학. 인문학은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사회, 과학, 기술 등 여러분야로 그 모습을 달리해 꾸준히
발전해 왔다. 또한 ‘생물학적인간’, ‘경제학적인간’ 등 학문의 분류로 인해 인간마저도 나누어 보는 시대에 인문학은 인간자체를 오롯이 보게
해준다. 이것은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기본은 가장 쉬운 것이 아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말에 모두가 생각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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