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학 특강 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윤종록
 

목표에 명중하든 못하든
유대인은 방아쇠를 당겼고
우린 두려워서 주저해
혁신의 힘은 여기서 갈렸다

  국내 최고의 이스라엘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이 지난 10월 15일 본교에서 지성학 강사로 나섰다. 윤 원장은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후츠파 정신’에 대해 언급하며 도전 정신과 혁신에 관한 강연을 펼쳤다.
                                                                                                 

  바닷물 1톤, 즉 1,000리터를 민물로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아마 여러분은 100달러 이상 들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을 끓여서 수증기가 나오면 냉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답은 1달러 이하, 98센트이다. 생수병 하나 값이 1,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생수병 하나 값이면 바닷물 1톤을 민물로 바꿀 수 있다. 이 얼마나 소중한 기술인가. 사막이라 하더라도 옆에 바다만 있고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 짓는다면 물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처럼 기술 하나만 가지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1970년대에 10년간 먹고 살았다.

   ‘과학기술은 ??이다’라고 여러분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저는 과학기술은 ‘경제’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만약에 바닷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냉각하면 100달러 이상 든다. 그러나 삼투압 현상과 반대인 역삼투압 기술을 적용하면 발생하는 비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진다. 역삼투압이란 밖에 있는 소금물 중에서 삼투막을 거쳐서 압력을 집어넣었을 때, 소금만 빠지고 민물이 안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금년 말이 되면 60센트 정도로 비용이 더 떨어진다고 한다. 21세기에 자원은 없지만 이처럼 기술을 이용해 살아가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인구는 750만명, 땅은 우리나라의 충청도만한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인구 80명 당 1명은 창업을 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은 최고의 성공을 했을 때 미국의 나스닥에 올라간다. 나스닥에는 미국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2년 전의 경우 그 나머지 중 절반을 이스라엘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서울대학교라 할 수 있는 히브리 대학교 하나만 해도 특허사용료로 매 년 벌어들이는 수익이 1조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과 같은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기적이 아니라 혁신의 결과라고 본다.

  총알은 왜 만들어졌는가? 폭발하기 위해서이다. 총알은 폭발하지 않으면 그저 100g짜리 쇳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총알이 단지 앞에 놓여있다고 해서 그것이 폭발하지는 않는다. 총과 총알은 폭발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충분조건이란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힘을 말한다.

  유대인이 전 세계에서 머리가 가장 좋은 민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평균 IQ가 유대인들의 평균 IQ보다 더 높다.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의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총과 총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저하면서 방아쇠를 못 당기고 있는 사이에, 유대인들은 총알만 있으면 목표에 명중하든 못하든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우리는 더 좋은 총알인데도 명중을 하지 못할까 두려워서 총알을 발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대인들과 차이가 있다.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주저함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힘을 준다면 기적과 같은 일, 즉 혁신을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한다.

  유대인들이 과감하게 방아쇠를 당기는 힘은 ‘후츠파(CHUTZPHA)’에서 나온다고 한다. ‘후츠파’를 한 마디로 얘기하면 뻔뻔함과 당돌함이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인 것 같지만 이 단어 안에는 일곱 가지의 좋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의미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형식타파이다. 형식에 너무 얽매이는 우리 문화 안에서는 절대 창의적일 수가 없다. 여러분은 비형식적인 조직과 형식적인 조직, 두 조직 중에서 어느 쪽이 창의성을 싹 틔우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젊은이들은 매우 형식적인 조직 안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비형식적인 조직 내에서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유대인들과 달리. 우리들은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도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형식을 타파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질문의 권리이다. 왜 질문이 중요한가? 두 사람이 사과를 하나씩 갖고 있다가 서로 교환 하면 일인당 한 개씩 갖게 된다. 두 사람이 아이디어를 하나씩 갖고 있다가 서로 맞바꾸면 일인당 두 개의 아이디어를 갖게 된다. 500명이 갖고 있는 각자 다른 아이디어 하나를 서로 다 맞바꾸면 일인당 아이디어 500개씩을 갖게 된다. 유대인의 교육이 바로 이 사과와 아이디어 같은 것이다. 먼저,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그 아이디어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수단은 토론, 그를 교환하는 수단은 질문이다. 여러분이 속해있는 조직을 이처럼 질문을 많이 하고 서로 소통하는 조직으로 바꾸길 바란다. 세 번째는 섞인다는 것, 네 번째는 위험감수이다. 이스라엘에서는 CEO가 팀장에게 명령을 하지 않고 둘이 협상을 한다. CEO가 팀장에게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을 언급해주고 그 덕분에 팀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힘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위험 감수를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목표지향이다. 이스라엘에선 어떠한 것 때문에 안 되겠다는 말을 하는 대신 일을 수행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조건을 찾아 말한다. 여섯 번째는 끈질김, 그리고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실패로부터의 교훈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실패를 하게 되면 실패 덩어리를 저울 위에 올린다. 이 저울의 눈금은 실패와 건설적인 실패, 딱 두 개만 존재 한다. 만약 실패를 저울 위에 올렸을 때, 눈금이 건설적인 실패로 옮겨진다면 이 실패는 훈장으로 바뀌어버린다. 실패가 건설적인 실패였다면 그만큼 나의 훈장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도 한 번 나는, 내 학교는, 내 가정은, 또는 내 직장은 이 일곱 가지 중에서 몇 개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그 학교, 가정, 직장은 크리에이티브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후츠파 정신’에 해당되는 것들을 모두 가질 수는 없더라도 단 한 개라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이 일곱 가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분들은 롱런해야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잘 새겨두면 자기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보람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