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본사 사업제휴 팀장 김현유

구글 본사에서 사업제휴업무를 맡고 있는 김현유 팀장이 지난 12일 본교 예음홀에서 지성학 강의를 진행했다. 꿈을 설계하는 힘의 저자인 김 팀장은 꿈을 설계하는 방법과, 부정적인 상황들을 이겨낼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진기 기자

 나는 오늘 내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면서 어떤 것들을 배웠고 어떤 것들이 나에게 중요했는지를 공 유하고 싶다. 내가 꿈을 설계하고 이룬 방법들을 여러분에게 주입시키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방법을 만들기 바란다. 다만 나의 경험이 여러분만의 방법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꿈을 설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오랜 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안타까웠던 건 한국 사회 전반에 ‘젊은이들은 힐링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었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취업 전선에서 낙오되는 일이 많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힐링 문화가 그런 상황에서 겪는 젊은이들의 좌절과 낙심을 ‘치유’하고자 젊은이들에게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정적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위로받고자하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자. 성공을 하고 싶다면 성공한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높은 곳을 바라보라는 말이 굉장히 추상적이지 않은가.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구체적인 두 가지 방법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스펙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신을 한정한다. 스펙에 주눅 들지 말라. 스펙에 자신이 한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국제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은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역사학을 전공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역사학과 국제적인 일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역사학을 공부한 것이 국제적인 일을 하는 나의 직무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한 가지 일화를 들려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내가 해외에 출장을 가서 미팅을 할 때 미팅 상대방과의 어색함을 깨기 위해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한다. 그러면 미팅 상대방의 나에 대한 호감은 상당히 상승한다.
 두 번째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갖지 못한 것을 깨닫고, 갖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힐링을 받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갖지 못한 것을 어떻게 보충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갖지 못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나는 사회생활을 많이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사회생활 중 하나로 인턴을 선택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나는 AIG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때의 인턴 생활이 내가 역사학과를 전공했지만 IT커리어의 꿈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첫 2주 동안은 그 누구도 나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 점점 싫증을 느낀 나는 직접 돌아다니며 사원들에게 아무 일이나 시켜달라고 부탁했고 마침내 컴퓨터를 옮기고 수리하는 일을 배당받았다. 이렇게 컴퓨터와 친해지면서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부해 컴퓨터를 잘 활용할 줄 모르는 직원들에게 엑셀 교육을 시킬 것을 지시받았다. 이 엑셀 교육의 경험은 후에 내가 다음 커리어를 위해 다른 회사에 들어갈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젊은 세대와 대화할 때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커리어 목표를 세우지 않은 채 막연하게 취업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구글에 취직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하자. 무엇을 하고 싶어 구글에 들어오고 싶은가. 특정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먼저 정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봐야 한다.
 미래를 생각해보라. 많은 학생들이 미래를 생각하면 두려움부터 몰려올 것이다. 그 두려움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선택’이다. 살면서 선택의 순간은 항상 찾아온다. 그런데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 나의 목표를 향한 올바른 길이 맞을까 하는 고민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생각할 때 두려움부터 몰려오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상황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맞는 선택과 틀린 선택이란 없다.
 내가 삼성전자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을 때 이스라엘 해외 발령을 받았다. 그 소식이 퍼지자 동료들과 선배들은 나를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전형적으로 사원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주된 이유는 이스라엘이 작은 나라이다 보니 함께 파견되는 동료 수가 굉장히 적고,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협상의 달인으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들을 접했을 때 나는 불평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만약 누군가가 나의 과거를 되돌려 신입사원이 되게 한다면 나는 다시 이스라엘로 보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해외의 거래처 사장을 접대할 때 미국이나 영국 같은 큰 나라로 파견 받은 신입사원들은 다과를 준비하고 식당을 예약하는 등의 접대 준비를 담당했다. 그 거래처 상대방과 미팅을 하는 일은 사장들만이 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큰 나라로 갔다면 나도 겨우 이 같은 접대 준비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에는 팀원 수가 워낙 적다보니 접대 준비부터 미팅까지 내가 모든 것을 처리했다. 다시 말하면 이스라엘에서만큼은 내가 삼성의 사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출장을 가는 횟수도 늘어났고 유대인들과 협상을 하며 그들의 협상 기술도 저절로 체화됐다. 그 결과, 같은 신입사원으로 시작했고 같은 해외 근무 시간을 보냈지만 그 후 내가 하는 일은 질 자체가 다른 신입사원들과 달라졌다.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상황을 직면해도 어떤 정신상태와 마음가짐을 할 것인가에 따라 결과의 차이는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무엇을 가졌고 무엇을 가지지 않았는지 알아보며, 또 그것들을 알아가기 위해 선택의 상황을 직면했을 때 자신감 있게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