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이길여 총장이 ‘DRAMA’라는 키워드에 맞춰 성공적인 삶을 위한 지혜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길여 총장 지성학 특강 ‘삶을 DRAMA로 바꿔라’

Dream : 의사가 될래요… 친구 순이와 아버지의 죽음
Ready :  열정적 공부… 6·25전란 중 방공호 속 공부
Action : 환자에 바친 인생… 가슴에 품은 청진기
Miracle : 인재양성·학생사랑… 잊혀지지 않는 한 동문
Adventure : 맞바람이 강하게 불수록 잘 돌아가는 바람개비

  본교 이길여 총장이 지난 3일 본교 예술대학2 예음관에서 지성학 강의를 진행했다. 이번 지성학 강의는 특별히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천재능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송진구 교수가 진행을 도왔다. 이 총장은 자신이 겪어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학우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를 전했다. 다음은 강의내용.
 

  오늘 사랑하는 학생들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 내가 긴 세월 동안 겪었던 여러 일들을 얘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학생들이 이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Dream〉
  나는 조그만 시골에서 태어났다. 내가 살던 곳은 전염병이 한 번 돌면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사람이 죽는 그런 곳이었다. 내 소꿉친구였던 순이도, 내 아버지도 치료만 받으면 나을 수 있는 폐렴으로 죽었다. 그런 안타까운 일들을 뒤로 하고 초등학교에 처음 갔을 때 교의 선생님을 만났다. 교의 선생님이 흰색 가운을 입고 친구들에게 전염병 예방주사를 놓아주고 상처를 치료해주시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 때 나도 커서 교의 선생님 같은 의사가 돼 내 친구들을 치료해주겠다고 다짐했다.

〈Ready〉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어울리면 공부를 할 수 없어 나는 나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공간은 바로 교단 밑이었다. 벌레는 물론이고 거미, 쥐들의 거처인 그 교단 밑에서 밤을 지새우며 공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되던 해에 6·25전쟁이 발발했다. 그 포화 속에서 모두가 두려워할 때에도 나는 방공호에 들어가 계속 공부를 했다. 전쟁이 일어나자 내 또래 남학생들은 모두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전쟁에 참전한 남학생들은 거의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나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에 참전해 희생당한 남학생 중에는 의사를 꿈꾼 아이들도 있었으리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들 몫까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노력 끝에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의사가 되는 꿈도 이루었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의사가 아닌 훌륭하고 실력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선진 의료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미국유학을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 60년대 초반에 미국과 한국은 천양지차였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천국이 이런 곳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런 천국 같은 미국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좀처럼 조국에 있는 환자들이 잊히지 않았다. 유학생활이 저물어갈 쯤 미국을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는데, 그 때 같이 갔던 유학생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남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미국으로 떠날 당시 울면서 가지 말라고 나를 붙들던 환자들과 한 약속, “내가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훌륭한 의사가 되면 반드시 돌아와 당신들의 주치의가 되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홀로 귀국길을 택했다.

〈Action〉
  지금껏 살면서 잊지 못할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중 한 사람인 영국인 의사 골든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군산에서 수련의를 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농부가 피고름을 토하고 숨을 못 쉬는 상태로 응급실에 왔다. 당시에는 그 고름을 빨아낼 수 있는 기계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농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때 골든이 입으로 농부의 피고름을 빨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농부는 마침내 기침을 하며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그 때 그 광경을 보며 나는 가슴을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 저런 의사가 돼야겠다는 깊은 다짐을 하게 됐다.
  그런가 하면 잊지 못할 환자도 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와 내 앞에서 울먹이며 “우리 아내가… 우리 아내가…”만 반복했다. 나는 그 때 아내가 난산을 겪고 있다고 직감해 왕진가방을 챙겨들고 무작정 그 남자를 따라 영종도로 가는 배를 탔다. 영종도에 내려 논과 밭길을 달려 오두막집으로 허겁지겁 들어갔지만 집에 들어갔을 때 이미 아내는 죽어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그 남편이 “당신, 의사 얼굴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여기 의사가 왔으니 눈을 좀 떠보라”고 울부짖는데 내 마음이 아려왔다. 아무 말 못하고 그 집을 떠나 병원으로 돌아오는데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무의촌의 실상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그날 이후, 바쁜 틈 속에서도 무의촌을 방문해 무료로 진료를 하고 예방 교육도 했다.
  과거에는 의료보험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치료비를 내지 않은 채 도망가는 사태가 빈번해 병원에서 환자들로부터 보증금을 받았다. 하루는 진단 결과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그냥 집으로 가려 했다. 나는 환자에게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득하던 중 수술을 받지 않으려는 이유가 보증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선은 상황이 너무나도 시급하니 그 환자에게 보증금을 받지 않고 수술을 해줬다. 그리고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병이 들었을 때 자연사하는 환자들이 많음을 깨닫고 보증금을 받지 않고 수술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환자들이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치료비로 돈 대신 자신들이 농사지은 쌀, 채소, 생선 등 지역특산물을 가져왔고 우리 병원에 지역특산물이 가득 차게 됐다. 나는 그렇게 쌓인 농산물들을 먹을거리가 없어 굶는 환자들에게 나눠줬다. 우리 병원은 그렇게 정이 넘쳤던 곳이었다.
  가끔 ‘나는 어떤 의사였는가’하고 돌아본다. 내가 의사로 활동할 당시에는 병원에 냉난방이 잘 되지 않아 몹시 추웠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청진기를 대면 환자들이 청진기의 한기에 깜짝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이 청진기를 대도 놀라지 않도록 늘 청진기를 가슴 속에 품어 따뜻하게 데웠다. 또, 나는 수술한 환자들을 점검할 때 항상 안아서 일으켰다. 안아서 일으키면 환자들의 심장박동, 열, 숨소리 등을 느낄 수 있어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검진을 끝낼 수 있었다. 환자들 중에는 병에 대한 무지 때문에 똑같은 병을 몇 번씩 계속 앓는 환자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그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나는 한마디로 ‘환자만 생각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였던 것 같다.
  1970년대에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나는 우리나라 의료발전을 위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모든 재산을 사회에 헌납해 더 크고 좋은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까지 나의 모든 결정을 지지해주시던 어머니조차 반대하셨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1개월의 긴 설득 끝에 민간인 최초의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병원을 설립하고 얼마 후에 복지부에서 양평에 적자가 나고 있는 병원을 인수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 제안을 쉽게 승낙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중 양평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영감이 큰 병원에서 주사 한 번 맞고 죽으면 한이 없겠다.” 이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아 나는 그 제안을 승낙했고 그 후 양평에 이어 철원, 백령도 등에 병원을 설립했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는 심장병을 수술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지 않았다. 1983년 한국을 방문했던 레이건 미국 대통령 부부는 귀국길에 심장병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치료해 준 일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반드시 우리도 외국의 심장병 환자를 치료해 보답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심장병 치료가 가능해지자 베트남, 몽골 등 16개국 370명의 어린이심장병 환자를 무료로 수술해줬다. 또 나는 1989년 길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를 대학까지 졸업시켜 간호사로 채용했다. 내가 18년 전에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들의 사연을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Miracle〉
  환자에게 쏟아부었던 사랑으로 이제는 인재양성에 힘써야겠다고 다짐하며 열심히 대학을 꾸려가고 있던 중의 일화다. 하루는 공무원으로 지내는 동문이 나를 만나겠다고 찾아왔다. 그 동문은 공무원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동문이었다. 그런 동문이 나를 찾아온 사연은 이랬다. 언젠가 직장 동료들과 회식자리에 있는데 동료 중 한 명이 동문에게 출신학교를 물어봐 동문은 경원대학교를 나왔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 날 이 후 동문은 경원대학교를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며 너무 충격을 받았다. 나는 동문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내 모든 것을 바쳐 너의 모교를 최고의 학교로 만들겠다.” 그 후 나는 본교의 모든 교수와 교직원들과 단합해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Adventure〉
  나는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왔다. 그 원동력은 꿈을 품은 마음과 도전에 있다. 큰 꿈을 가져라.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하라. 꿈을 이루지 못하고 넘어지면 열정을 품고 다시 일어나라. 많은 학생들이 취직하기도 어렵고 일자리도 없어 어렵다고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라.
  오늘 내가 한 이야기들을 듣고 보니 내가 승승장구한 것처럼만 보이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 여자는 배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딸들을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았다. 내가 그 수많은 어려움들을 뚫어내고자 도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의사가 될 수 있었겠는가. 또한, 내가 의사가 된 후 현실에 안주해 미국으로 유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그 천국 같던 미국생활에 만족해 미국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 당시는 편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보니 우리 학생들도 나처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그러니 우리 학생들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용기를 갖고 도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