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경매는 좋은 물건,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간편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인터넷경매 업계 1위인 옥션의 경우 작년 1조 7천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롯데백화점 본점의 연간매출액보다 약 3천억 원 더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이처럼 거대시장을 형성한 인터넷경매의 이면에는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박 모 씨는 인터넷경매를 통해 김 모 씨로부터 무선전화기를 낙찰 받았으나 사용한지 보름도 되지 않아 송신불량하자가 발생했다.
제품에 적힌 A/S센터 전화번호는 잘못된 번호였고 판매자는 배터리를 교환해주기로 약속한 후 연락이 두절됐으나, 인터넷경매 사이트 측에서는 판매자와 직접 해결할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박 씨는 소비자보호원에 피해를 접수했지만 인터넷경매 사이트의 약관에 ‘판매자와 소비자를 단순히 중개하므로 거래 자체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실제로 법적책임이 없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2005년도 전자상거래 소비자상담 및 피해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접수된 전자상거래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3,248건 중 전자상거래 전체 접수 건은 전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인터넷경매 관련 건은 1.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인터넷경매 등 통신판매중개업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339건을 피해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품질하자 및 A/S불만’이 31.2%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인터넷경매를 포함한 통신판매중개업의 특성상 판매자 신원이 사업자인지, 개인인지 알기 어려우며 품질보증의 여부 또한 불명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자 신원정보가 확실하지 않다는 특성상 검증되지 않은 일반판매자가 많아 가짜가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었듯이 인터넷경매로 거래되는 마릴린 먼로의 기념품은 대부분 가짜라고 한다. 비단 마릴린 먼로뿐만이 아니라 유통되고 있는 유명인의 기념품은 진위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인터넷경매를 포함한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소비자피해가 증가하는 까닭은 인터넷쇼핑몰 등의 다른 전자상거래 업종에 비해 소비자보호장치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기헌(소비자보호원) 책임연구원은 “소비자피해는 거래 간 정보전달이 안되고 제도가 미흡해 피해가 발생한다”며 피해 방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이버피해담당의 나광식(소비자보호원) 직원 역시 “소비자는 영세판매자와 거래를 하는데 있어 법적으로 담보체계가 불투명하다”며 담보체계를 위한 법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경매관련 피해는 한국전자거래진흥원에 설치된 분쟁조정기구인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회나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고 상담하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인 피해 뿐만아니라 인터넷의 익명성에 의한 정신적인 피해도 있다.
지난 1월 12일 어느 인터넷 경매사이트에는 충격적인 매물이 올라왔다. 어떤 사람이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직전 중앙로역 지하철 표’라며 승차권 사진과 함께 즉시구매가 4천만원에 경매에 올린 것이다. 게다가 판매자는 “사고 나기 직전에 산 것이니 의미가 깊다”는 문구까지 덧붙여 그 충격은 더욱 컷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인터넷경매, 하지만 쉬운 거래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