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창작음악합창제에 선정

“김소월 시 ‘초혼’에서 영감

학생 곡을 프로 연주팀이 초연

내겐 큰 영광이자 도전” 

  본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진소연(작곡4) 학우의 ‘초혼’이 제13회 한국창작음악합창제에 최종 선정돼 다음 달 21일 대전 시립합창단이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한다.
  진 학우가 작곡한 ‘초혼’은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하기 위해 긴 박자와 절제된 리듬을 사용하고 말하듯이 노래하는 주법으로 혼을 소리쳐 부르는 효과를 준다. 플룻은 자유로운 박자와 꾸밈음으로 표현하고 장구로 슬픔의 심화와 리듬적 요소를 살리고자 했다.        

한국창작음악합창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전에 써놓은 합창곡이 있었는데 마침 이 음악제의 공고를 보게 돼 참여하게 됐다. 특히 이 음악제에서 당선되면 그 곡을 대전 시립합창단이 연주하게 되므로 정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학생의 곡이 프로 연주팀에서 초연되는 것은 정말 흔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성과가 좋을 경우 상금이 주어지고 학교에서 ACE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초혼’이라는 곡을 소개하면
  ‘초혼’은 김소월 시인의 ‘초혼’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사한 합창곡이다. 초혼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을 말하는데, 초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한스럽고 우리의 정서를 잘 나 타낸다고 느껴 국악적인 느낌으로 곡을 썼다. 우선 이 곡은 편성이 조금 독특하다. 무반주 아카펠라나 피아노 반주가 있는 합창곡이 아니라 혼성합창, 플룻 그리고 장구를 위한 곡이다. 전체적 곡 느낌은 임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절제 안에서 소리침으로써 더 강하게 표현했고, 담담함과 호흡을 위해 박자를 12/4, 6/4로 길게 뒀다. 또 리듬을 화려하지 않게 사용했다.
  또한 가사 끝에 glissando로 말끝을 끌어 슬픔을 표현했고 말하는 듯한 노래주법인 sprech stimme으로 심정을 소리치는 효과를 줬다. 플룻에서는 wild vibrato와 ad-libitum으로 자유로운 박자와 꾸밈음을 허용해 국악기인 대금의 효과를 나타냈고, 장구는 슬픔의 심화와 리듬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사용했다.

합창곡을 작곡하는 과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의 선택이다. 3~4권의 시집을 읽어봤는데 시집마다 ‘초혼’이 실려 있었다. 여러 번 ‘초혼’이 눈에 보이고 시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아 이 시를 선택했다.
시를 선택하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시를 수백 번 읽어 보는 것이었다. 셀 수 없이 시를 읽다 보면 시가 외워지고 자연스레 시에 어울리는 느낌, 음가, 표현 등이 생각난다. 이렇게 생각난 것들을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전체적 그림을 그린 후 악보화했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플룻의 전주와 이어지는 합창단의 소리 등을 차례로 등장시키고 악보를 완성시킨 다음 수차례에 걸쳐 수정하며 ‘초혼’을 완성시켰다.

작곡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곡이 잘 써지지 않아 힘들었다. 잘 써지는 날도 있었지만 한마디도 쓰지 못하고 며칠을 넘긴 적도 있다. 그리고 곡을 다시 들었을 때 생각만큼 곡이 좋지 않으면 실망감이 굉장히 크다. 곡을 고치다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 모두 지워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다시 시작한다. 작곡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힘들기보다는 곡이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힘들다.

작곡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사실 ‘초혼’이란 곡은 2년 전에 썼던 작품이다. 외장하드에 오랫동안 있던 곡을 합창제로 인해 다시 꺼내보게 됐다. 이 곡은 혼성 합창곡이기 때문에 밤마다 노래를 불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소프라노, 알토, 테너 심지어 베이스까지 노래를 수없이 불러야 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불러야 하는 곡이니 만큼 보편적 연주가 가능해야 했다. 때문에 항상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곡 작업을 하다 보니 혹시 밤늦게 피해를 줄까 가슴을 졸이며 작게 노래를 불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졸업연주를 무사히 끝내 졸업을 하는 것이다. 그 후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다. 대학원을 마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음악적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 창작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길인데 모두 힘내고 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