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을 때 정면으로 부딪혀 일어나야”
영화 ‘아수라’ 김성수 감독

    

  영화 ‘아수라’를 제작한 김성수 감독의 특강이 지난 8일 가천관에서 열렸다. 특강은 영화의 세계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감독은 ‘그들도 우리처럼’, ‘베를린 리포트’ 등의 영화에서 박광수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거쳐 1995년 영화 ‘런어웨이’로 데뷔했다. 1997년 영화 ‘비트’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최근 작품으로는 영화 ‘감기’, ‘아수라’가 있다. 학우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현장에 찾아가봤다.

 ‘아수라’에 대한 평가는

  나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실패를 많이 했다. 영화 ‘아수라’에는 천만 관객을 보장할 수 있는 배우들이 출현했지만 생각만큼 흥행하지 못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사실 주변 지인들은 ‘아수라’ 제작을 말렸다. 어두운 이야기여서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 다루고 싶은 이야기였고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벌거벗은 상태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욕망과 꿈을 적나라하게 담고 싶었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본능을 다양한 캐릭터에 투영했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를 영화를 통해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과거에는 재난 영화나 코미디 영화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범죄 액션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 후에 여건이 된다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전쟁 영화를 해보고 싶다.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은
 

  실패했을 때 정면으로 부딪혀 뻔뻔하게 다시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자꾸 피하고 도망치게 된다. 성공할 때 잘난 척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넘어졌을 때 먼지 털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한국인들은 특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고 시선을 인식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 자기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영화계는
 

   영화 트렌드는 5년에서 10년 주기로 변한다. 요즘 대중들은 시나리오나 감독을 중요시하기보다는 출연하는 배우에 더 관심을 갖는다. 투자자들도 영화의 내용보다는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여성의 티켓 파워가 강하기 때문에 인기 있는 남자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흥행하기 쉽다. 그래서 여성 중심의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스토리 면에서는 이야기가 예측한대로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관객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를 새로운 화법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 관객들은 예측 불가능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선한 스토리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전달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영화감독이 되려면
 

  영화 제작 현장은 거칠고 고되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영화감독이 가져야 할 자질 중 첫째는 재능이 있는가이고 둘째는 정말 하고 싶은가이다. 기본적으로 영화감독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이 표현해야 한다. 세상에 소리치고 싶은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 그 메시지가 분명한지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 구성을 이해할 때 만화 ‘디즈니’만큼 완벽한 것이 없다. 만화 ‘디즈니’는 체계적으로 잘 구성된 영화다. 한 만화를 30번쯤 보면 머릿속에 구조가 자리 잡혀 인지능력이 발달된다. 이런 사람들과 경쟁하면 이길 수가 없다.
  영화 공부할 때 다양한 영화를 한 번씩 보는 것보다 한 가지 영화를 오래 보며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업계에서 일하려면 보통 사람처럼 한 번 보고 ‘재미있네’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 고통스러운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봐야 영화 보는 안목이 생긴다.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 보며 왜 이 영화가 재미있는지, 재미없는 영화는 왜 재미가 없는지에 대해 깊이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1500편 이상의 영화를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