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식 영미어문학과 교수가 제9회 이상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상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키고 불교적 감성과 사유를 지향하는 시인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시, 영시, 평론 등 다양한 글을 쓴다는 이만식 교수. 그를 직접 만나봤다.
 

이상 시문학상을 받은 소감은
  항상 생각했다. 내가 상을 받을 수 있다면 ‘이상’의 이름으로 상을 받고 싶다고. 한국문학사에서 그의 뒤를 이어간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얀 코트가 〈셰익스피어 우리의 동시대〉를 발표한 뒤에 셰익스피어가 세계적으로 부활했다. 셰익스피어가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이유는 그의 문학이 현대인의 삶에 중요하다는 걸 증명한 후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전통이 이 시대에 계속 살아있게 해야 할 역사적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이상은 자신의 당대를 넘어서는 통찰력이 있었는데 그게 자생적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상으로 인해 우리의 문학이, 특히 시가 스스로의 힘으로 혼란스러운 현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 상은 〈하느님의 야구장 입장권〉, 〈시론〉, 〈나는 정말 아주 다르다〉, 〈아내의 문학〉, 〈거꾸로 보는 한국문학사〉 등 5권의 시집 등으로 이어진 꾸준한 노력, 그리고 근대 세계관에 대한 본질적 회의가 대두되는 시대에 한국을 비롯한 동양적 세계관이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온 내 문학 전체에 대한 평가인 것 같아 감사하다.

이상 시문학상을 받은 시를 소개하면
  수상작 ‘용서’는 극단적 이념대립으로 인한 혼란에 맞서 이슬람 세계의 평범해 보이는 모성이 제시하는 평화적 해결책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겸손이 21세기 윤리의 핵심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를 처음 쓰게 된 계기는
  언어 행위에는 공적 언어와 사적 언어가 있다. 근대 사회에서 법률 언어, 과학적 이성에 기반을 두는 논리적 언어 등이 공적 언어에 속한다. 하지만 지금은 근대적 세계관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세기적 전환의 시대이기 때문에 공적 언어가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새로운 공적 언어는 사적 언어의 측면을 포함하는 문학 등의 예술 분야에서 모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소설, 비평보다는 시가 훨씬 더 적합한 장르라고 판단했다.

시를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근대 영문학을 전공하는 교수로서, 영문학과 한국 문학에 대한 해석·이해·설명을 시도하는 문학평론가로서, 영어와 한국어의 가교 역할을 하는 번역가와 통역사로서, 그리고 읽기·듣기·쓰기와 말하기 등 실용 영어를 교육하는 교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에서의 직업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 학생들을 비롯한 후세를 위해 지금의 언어 체계의 한계를 감싸며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관을 시 속에서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좋아하는 시는
  근대 영시를 강의하는 교수로서 윌리엄 워드워스의 ‘I wandered lonely as a cloud’를 가장 좋아한다. 근대인의 내면적 자아 형성 방법을 위한 지침서이자, 대영 제국을 만들어낸 교과과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근대 영국 시의 이런 힘을 우리의 시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관에 가서 한국 문학사에 관한 서적들을 찾아보면 근대 한국 문학사, 현대 한국 문학사, 근현대 한국 문학사 등 1910년경 이후의 한국 문학사에 관한 시대 구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장 최근에 집필한 시집 〈거꾸로 보는 한국문학사〉는 기존의 한국 문학사에 대한 반성이 들어가 있다.

시를 어려워하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시는 쉽지 않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가 그 효력을 얼마간 상실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직업에 전념하며 평생을 보내야 하는가’ 또는 ‘나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직면했을 때 그에 대한 대답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혼자 힘으로 외롭게 대처한다.
  하지만 시 속에는 그 대안이 있다. 우리는 이해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대안도 시를 통해 도움 받을 수 있다. 특히 여유가 거의 없는 사회인이 되기 전에, 바로 지금 대학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이런 어려운 작업에 투입하는 게 미래를 위한 가장 의미 있는 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