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에 얽매인 정체성

<편의점 인간>은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무라타 사야카의 자전적 소설이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엇으로 구분하고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서른여섯 살이지만, 대학 졸업 후 취직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정해진 매뉴얼대로 편의점을 정리하며, 마음의 평안과 정체성을 얻는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서 후루쿠라 게이코는 ‘보통 이하의 인간’이다. 서른여섯 살이 되도록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 앞에 30대 중반에 직업도 없고 연애 한 번 못해본 남자 시라하가 나타난다.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정의되는 두 남녀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거를 시작한다. 동거 사실이 편의점 동료들에게 알려지자 그동안 무관심하던 이들까지 그녀의 삶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언제 결혼하나?” “아이는?” “계속 편의점에서 일할 것이냐?” 자신이 가장 편하다고 여긴 편의점조차 불편한 곳이 되어버리자 그녀는 편의점을 떠나 남들처럼 ‘정상적인’ 직장을 갖고 살아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편의점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편의점 인간이 돼 버렸다.

이 책은 일본의 사회 풍조를 반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아직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혹시 남들 보기 부끄러운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타인이 그것을 마음대로 재단해 잘못되었다고 말할 권리는 없다. 타인의 시선으로 불필요하게 자신을 얽매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본다.

부조리한 사회, 안주해버린 젊은이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 경제’의 불황에 빠져들었고 젊은 세대들을 걱정하는 ‘젊은 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 결과 20대의 75%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라고 응답해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부조리한 사회, 젊은이들에게 불리한 산업구조까지 일본의 부조리한 사회에서 어째서 20대의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책의 저자인 후루이치 노리토시가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에서 행복한 젊은이들과 대면한다.

이 책은 일본의 젊은이들의 깨달음 즉, 21세기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젊음이란 무엇인지’ 태평양전쟁 시기를 포함해 젊은이에 대한 담론을 살피며 ‘젊은이’란 일종의 환상이 아닐지 의문을 갖는다.

또한 ‘물건도 사지 않고, 해외여행도 다니지 않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는 초식 생활을 하며 내향적’인 젊은이들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일본과 젊은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일본의 젊은이들은 행복하다’는 점에 대해 세대 간 격차와 노동 문제를 통해 미래의 ‘젊은이들’의 행보를 전망한다.

결국 젊은이들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현실에 안주하며 불투명한 미래에 현혹되기보다는 하루 일상에 만족하며 인생의 행복을 찾는다. 이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혁명’이자 최대한의 ‘행복’인 것이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깨달음을 통해 발견한 행복한 삶의 방식을 의지박약한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이토록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게 만든 기성세대들의 업보라고 말한다. 그동안의 기성세대는 격차 사회, 비상식적인 고용 구조 등의 사회 정책이 이 사회에 정착하게 만들었다. 정치적 열세인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