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 (Address Unknown, 2001)
감독 : 김기덕
출연 : 양동근, 반민정, 김영민, 조재현, 방은진
기타 : 119분  /  드라마  /  18세관람가

혼혈아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을 영화에서 찾아볼 수는 없을까? 김기덕 작품의 ‘수취인불명’이란 작품은 1970년을 배경으로 미군기지 근처에 위치한 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서 우린 미군아버지와 한국인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창국(양동근)을 만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마을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 혼혈인인 창국을 어떻게 대했는 지를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보면 그는 항상 수취인불명이라고 찍힌 편지를 받게 된다. 수취인불명이란 말 그대로 ‘편지 받을 사람이 명확치 않다’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편지를 보냈을 때 이사를 가 버리거나 주소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 경우 편지에 ‘수취인 불명’이 찍혀 되돌아온다.

이 편지는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낸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던 편지는 오지 않고 답장대신 ‘수취인불명’이라는 붉은 직인이 찍혀서 돌아온다. 이것은 미국의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갈 것이라는 희망으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던 창국이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돌아오는 수취인불명 편지처럼 창국의 그 간절한 사랑과 행복을 꿈꾸던 희망은 그들에게 좌절로 되돌아올 뿐이다. 마냥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혼혈아로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튀기’라는 취급을 받고.

창국은 어릴 때부터 아니 태어날 때부터 선택하지 않았던 삶을 살게 된다. 혼혈아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제 3의 사람으로 취급을 받고 결국 자살하는 그를 보면서 그 시대의 혼혈아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한낮 작고 작은 마을에서도 이러한 편견과 차별이 일고 있는 것을 보니 얼마나 이 사회가 혼혈아를 이방인으로 내몰고 있는지를.. 우리나라 영화가 쉽게 다룰 수 없는 혼혈아라는 소재를 찾아 볼 수 있는 영화인 수취인불명. 1970년대에 생겨난 하나의 인물로서 접근했지만 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